뻔히 보이는데 "이겼다"…태권도 또 승부조작

<앵커>

선수의 아버지가 자살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던 태권도 승부조작이 또 벌어졌습니다. 이번에는 품새 경기였는데
협회 간부의 아들이 이기도록 하는 게 목적이었습니다.

심영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해 7월 열린 전국 태권도 대회 고등부 품새 경기입니다.

첫 번째 팀과는 달리 선수가 중심을 잃고 흔들리는 등 실수가 잇따릅니다.

그런데도 심판 5명 모두 두 번째 팀의 손을 들어줬고, 패한 팀 코치는 격하게 항의합니다.

[피해 팀 코치 : 00도 못했는데 (저 팀이) 어떻게 이겨요?]  

경찰 조사 결과, 협회 심판부의장 두 명이 심판들에게 두 번째 팀이 이기도록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서울시 태권도협회 간부의 아들이 속한 팀이었던 겁니다.

이 팀은 우승까지 했고, 협회 간부의 아들 등 선수 4명은 대회 성적에 힘입어 태권도 특기생으로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심판들은 진 팀이 잘했다는 게 명백했다며 '승부 조작'을 시인했습니다.

[김도상/경찰청 특수수사과 팀장 : 지시를 거부해 심판으로 위촉해주지 않으면 태권도계에서 활동이 굉장히 어려운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이 대회 두 달 전 서울시 대표 선발전에서 승부 조작으로 피해를 본 선수 아버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당시 승부조작에 관여했던 협회 간부가 이번에도 개입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승부조작을 지시한 두 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하고, 태권도계의 고질적 승부조작을 철저히 수사하기로 했습니다.

(영상취재 : 김승태, 영상편집 : 김경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