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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조희연 교육감의 '고딩 체험'

[취재파일] 조희연 교육감의 '고딩 체험'
 아침 7시 30분.

 양천구에 있는 혁신학교 금옥여고 정문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교복차림으로 나타났습니다.

 다소 작아 보이는 듯한 검정색 교복을 입고  흰색 이름표를 왼쪽 가슴에 단 조 교육감은 처음에는 쑥스러운 듯 보였지만 이내 학교측에서 대기시킨 서 너 명의 여학생들과 발을 맞춰 교정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조희연 교육감이 교복 차림으로 나타난 것은 교육감이 직접 고등학생 시절로 돌아가 학생의 소리를 현장에서 직접 듣겠다며 기획한 조희연 교육감의 '고딩 체험' 행사 때문입니다.

 학교측은 평소 미안한 친구에게 작은 메모와 함께 사과를 전달하는 '사과데이'라는 비정기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조 교육감은 10여 분 간 교정의 행사대 앞에서 등교하는 여고생들에게 '사과데이'의 의미를 설명하는 퍼모먼스를 벌였습니다.

 그리고는 아침 조회 시간에 맞춰 교실로 들어가 맨 뒷줄에 앉아 있던 조 교육감은 새로운 친구가 전학왔다는 담임교사의 소개에 맞춰 칠판 앞으로 나가 자신은 평소 여고생 앞에만 서면 쑥스럽다면서 새 친구로서 잘부탁한다는 소개를 하더군요.

 그는 조회가 끝난 뒤 교육청으로 돌아가 오전 업무를 마치고는 다시 인근 영신고를 방문해 학생들과 급식을 먹고, 함께 농구를 하고,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고교생들의 이른 등교를 함께 경험한 조 교육감은 서울시도 아침 '9시 등교'에 대해 다각적으로 검토하는 연구팀을 가동 중이며 '9시 등교'를 하더라도 학부모와 교사, 학생들에게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또 학생들 앞에서 자신의 공약이기도 한 '일반고 살리기'를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학교 현장에 한발 더 다가서겠다는 그의 노력은 이전 다른 교육감들이 보여주지 못한 모습이기에 한편으로는 신선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고교생들의 기쁨과 어려움을 몸과 마음으로 함께 체험하겠다며 마련했지만 학생들과 함께 아침 조회에 참석하고, 또 점심을 먹고 농구를 하면서 조 교육감이 과연 현장의 목소리를 얼마나 듣고 무엇을 느꼈는지 궁금합니다.

 이런 것들은 다시 한번 직접 경험하지 않더라도 조 교육감이  40년 전쯤 이미 경험한 것들이고 또 그 때와 별반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교육감을 맞이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학교장을 비롯한 교사들이 줄지어 서고 교복을 단정히 입은 학생들을 골라 교육감과 함께 등교하는 장면을 연출하는 등의 과정들은 몸에 맞지 않는 교복을 억지로 입은 조 교육감의 모습처럼 왠지 불편해보였습니다.

 그가 서울교육의 수장인 교육감이 된 이상 이제는 '체험'이 아닌 '실행'으로 보여줘야 할 때입니다. 

 10월 8일로 조희연 교육감이 취임한 지 100일을 맞았습니다. 일반고를 살리기라는 구호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보다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합니다.

 지친 아이들은 이제 더 이상 무엇인가 바뀌는 것을 기다릴 마음의 여유가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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