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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오감으로 배우는 프랑스 '맛 조기교육'

[월드리포트] 오감으로 배우는 프랑스 '맛 조기교육'
국영수만 조기교육이 필요한 게 아니다. 프랑스에선 맛을 어려서부터 가르친다. 해마다 10월 둘째 주는 ‘맛 주간’이다. 프랑스 전역에서 미각에 관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고급 식당은 평소보다 저렴한 가격에 손님을 받는다. 맛에 관한 다양한 세미나도 연다. 행사의 핵심은 유치원생부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맛 수업’이다. 올해도 5천 곳이 넘는 학교에서 수업이 진행됐다. 스타 요리사, 제과 제빵사 등 최고 전문가 3천 여명이 교실을 찾아 자신의 재능을 기부했다. 식품 기업들이 후원하고 프랑스 교육부와 농림부도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민관이 함께 하는 맛 관련 종합 선물세트다.          

맛 수업은 철저하게 오감(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을 이용하게 한다. 예를 들어 프랑스인들이 흔히 먹는 크로와상을 보고 만지면서 냄새를 맡고 마지막엔 먹어보게 한다. 학생들은 각각의 느낌을 기록하고 발표한다. 사과, 꿀, 향신료, 고기…수없이 많은 음식 재료가 수업 소재가 된다. 별 생각 없이 먹었던 요리에 어떤 재료가 들어갔는지, 원재료의 맛과 향은 어떤지 배우는 것이다. 재료는 어떤 시기에 수확해서 먹는 게 좋은 지도 소개한다.

외국 음식도 가르친다. 올해는 일본의 ‘감칠맛’을 소개했다. 어린 아이들에게 일본 음식 재료를 보여주고 역시 오감으로 느끼게 했다. 가츠오부시(가다랑어 포), 다시마 같은 재료는 아이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생전 처음 본 재료와 맛이기 때문이다. 맛 주간에 프랑스 전통 음식을 알리는 게 기본이지만, 다른 나라 음식이라도 어려서 접하게 해 음식의 세계가 얼마나 다채로운지 알려주겠다는 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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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측은 맛 수업을 통해 식사의 기쁨과 균형 잡힌 식사를 하게끔 유도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전문가들은 프랑스 학교를 찾아 맛 수업을 유심히 지켜봤다. 미국 뉴욕시의 공립 학교 급식 담당자는 “청소년 비만율이 미국은 프랑스의 2배인데 파리 같은 대도시에서 어떻게 미각 교육을 하는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참관 후에는 “오감을 이용한 맛 교육이 학생들의 생활양식을 바꿀 수 있을 것 같다”고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맛 교육은 프랑스가 미식의 나라이기 때문에 늘 해온 것이 아니다. 25년 전 프랑스의 한 요리 비평가가 맛 수업이 필요하다고 정부에 제안했다. 비평가는 당시 프랑스 아이들이 자기가 먹은 음식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 걱정이었다. 냉동식품, 가공식품, 즉석식품이 늘어나면서 포장만 뜯으면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세상이 됐기 때문이다. 프랑스식 표현으로 땅(재료)과 접시(음식)가 점차 멀어지고 있었다. 현실은 우리와 비슷했는데 프랑스는 반성하고 개선 방안을 찾았다. 민관이 힘을 합쳐 맛 교육을 시작해 ‘하루짜리’ 행사가 지금은 ‘주간’ 행사로 확대됐다.

프랑스식 맛 교육의 연륜이 쌓이면서 철학도 정립돼 가고 있다. 맛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책을 펴놓고 이론 교육을 하자는 게 아니다. 어려서 눈, 코, 입 등 오감을 다양한 음식에 노출시키자는 것이다. 노출은 체험이며 기억으로 남아 언제든 꺼내 쓸 수 있게 된다고 주최측은 밝혔다. 이렇게 맛을 배우면 ‘좋은’ 음식을 사랑하게 되고 함께 대화하는 즐거움을 깨닫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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