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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사랑 얘기의 지존, '로미오와 줄리엣'

[취재파일] 사랑 얘기의 지존, '로미오와 줄리엣'

이쯤되면 지겨울 법도 하지만, 지겹지도 않게 끝없이 각색되고 공연되는 작품들이 있죠. ‘로미오와 줄리엣’도 그렇습니다. 올해는 셰익스피어 탄생 450주년을 맞아, 연초에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이 다시 상영되기도 했습니다. 원수의 집안과 사랑에 빠지는, 아침 드라마에서도 무수히 반복됐을 것 같은 이 사랑 얘기는, 보고 또 봐도 관객을 휘어잡는 매력이 있는 듯 합니다.

이번에 관객을 찾아오는 ‘로미오와 줄리엣’은 구노가 작곡한 오페라입니다. (국립오페라단이 내일부터 5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서 공연). 본 공연을 앞두고 어제 언론사 촬영용 프레스 리허설이 있었습니다. 공연 한참 전부터 제 주변에서도 “이번 로미오와 줄리엣은 꼭 봐야 한다”는 얘기들이 있었는데, 대부분 테너 프란체스코 데무로의 팬들이었습니다. 프레스 리허설을 보고 나니, 팬들의 기대에 수긍이 가더군요. 목소리는 아름답고 매끄럽고, 성량은 풍부하고 줄리엣에 대한 풋풋한 사랑이 잘 묻어났습니다.

소프라노 이리나 룽구 역시 단아하면서도 지적이고 당당하고 사랑스러운 줄리엣과 잘 어울렸습니다. (그러나 영화 속 디카프리오나 올리비아 핫세를 생각한다면, 시각적으로는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디카프리오나 핫세는 이들만큼 노래를 부를 수 없죠. 세상은 공평한 거니, 우리도 공정하게 바라보자고요.) 데무로- 룽구 캐스팅과 함께 김동원- 손지혜 씨가 더블 캐스팅 됐는데(당초 강정우씨가 캐스팅됐는데, 성대결절로 갑자기 캐스팅이 변경됐다고 합니다), 이 캐스팅은 공연을 보지 못해서 뭐라 말씀드리기 어렵네요.
영화와 발레 같은 다른 장르는 물론이고, ‘로미오와 줄리엣’은 오페라도 작품마다 둘의 관계와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이번 작품은 어떤 분위기로 만들어졌을까. 연출가 엘라이저 모신스키의 설명을 들어볼까요.

** 엘라이저 모신스키

"로미오와 줄리엣은 여러 버전으로 각색된 작품이다. 가장 훌륭한 러브스토리인데, 나는 ‘사랑에 대한 생명력, 비극, 집착 등을, 그리고 사랑을 위해 죽을 수도 있다는 느낌을 살리려 노력했다. 또, 사랑의 듀엣이 4곡 나오는데, 선율이 매우 아름답다. 특히 사랑의 ‘아름답고 시적인 분위기’를 표현하려 노력했다.

일부 작품은 두 사람의 사랑을 에로틱하게 표현하기도 하는데, 나는 그게 아니라 섬세하고 시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무대는 메인 프레임은 아름다운 극장을 모티브로 삼아, 중세 그림 속의 아이콘과 색을 사용했다. 인생의 아름다움과 영원함을 상징하는 무대이다. 관객이 이 공연을 보고 나서 ‘사랑은 아름다운 것’이라는 생각을 가졌으면 한다."


그렇습니다. 사실, 지금 우리 사회의 풀리지 않는 문제와 곪아터진 상황은 우리 마음에서 ‘사랑 얘기’ 할 여유를 빼앗아가기 딱 좋습니다. 그래서 공연계가 올해 특히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열 네 살 줄리엣과 로미오처럼, 다른 것 생각 안하고, 이것 저것 계산 안하고 ‘사랑’만 생각하던 때가 우리 모두에게도 한 번쯤은 있었지요. 팍팍한 마음에 ‘사랑’이 필요한 가을저녁입니다.
[취재파일] 사랑

*** 안녕하세요, 문화과학부에서 공연과 출판2진(선배와 함께 한 분야를 맡을 때, 후배를 ‘2진’이라고 합니다)을 맡고 있는 조지현입니다. 이번 주부터 ‘이번 주말 뭐 볼까’를 시작합니다. 저는 2006~2007년에 공연 담당을 한 번 했고, 그 사이 ‘일반 관객’의 시기를 거쳐 다시 지난 해 12월부터 공연을 맡게 됐습니다.

‘일반 관객’ 시절, 인터넷 예매 사이트의 광고만 보고 공연을 예매했다가 기대에 크게 못 미쳐 ‘속았다’며 돈 아까워 해보기도 하고, 비싼 해외 연주자의 연주회는 남편 표까지 사기 아까워, 제 꺼 한 장만 사서 혼자 보는 알뜰(!) 주부이기도 합니다. ‘이번 주말 뭐 볼까’, ‘뭘 예매해 놓을까’ 싶을 때, 예매 사이트의 광고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 정보와, 좋은 작품을 함께 기다리는 설렘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그럼, 이제 매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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