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태풍 최성기 지점 고위도로 이동 중

[취재파일] 태풍 최성기 지점 고위도로 이동 중
괌 동쪽 해상에서 제18호 태풍 ‘판폰’이 발생해 북상하고 있다. 30일 현재는 약한 중형 태풍이지만 10월 2일쯤에는 강한 중형 태풍으로 발달할 전망이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은 연평균 3.1개다. 6월에 0.3개, 7월에 0.9개, 8월 1.1개, 9월 0.7개, 10월에는 10년에 1개꼴인 0.1개의 태풍이 영향을 미친다. 정확한 것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시기적으로나 통계적으로 봤을 때 태풍 판폰은 한반도보다는 일본열도나 일본열도 남쪽으로 향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10월 하순까지도 태풍이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 경우도 있다. 기록상으로는 1906년 10월 23~24일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 태풍이 1년 중 가장 늦게 영향을 미친 태풍으로 기록돼 있다.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 기록이 앞으로는 크게 바뀔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반도에 접근할 때의 위력 또한 점점 더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태풍 피해가 늘어날 가능성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미국 위스콘신대학과 MIT, 프린스턴대학 공동연구팀이 지난 1982년부터 2012년까지 31년 동안 세계에서 발생한 태풍(북서태평양에서 발생)과 허리케인(북대서양, 멕시코 만, 북동태평양), 사이클론(인도양), 윌리윌리(호주 부근) 같은 열대성저기압을 조사한 결과 최고로 강하게 발달하는 지점이 적도에서 점점 멀어져 극 쪽인 고위도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논문은 최근 유명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렸다(Kossin et al, 2014).

태풍을 비롯한 열대성저기압은 보통 위도 5도~25도 사이, 해수면 온도가 26도 이상인 따뜻한 곳에서 발생한다. 발생 초기에는 약하지만 따뜻한 바다를 통과하면서  점점 강하게 발달해 많은 경우가 위도 20도~30도 정도에서 태풍의 일생 중 가장 강력한 시기인 최성기를 맞는다. 위도 30도를 넘어서면서부터는 바닷물이 서서히 차가워지고 또 편서풍까지 불면서 태풍이 다시 점차 약해져 태풍으로서의 생을 마감하게 된다.

논문에 따르면 열대성저기압이 최고로 강하게 발달하는 지점은 북반구에서는 10년에 52km씩, 남반구에서는 10년에 62km씩 적도에서 멀어져 극 쪽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래 그림은 열대성 저기압이 최고로 발달하는 지점이 시간이 흐를수록 북반구에서는 북쪽으로, 남반구에서는 남쪽으로 점점 이동해 적도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붉은색은 태풍의 이동경로 자료를 이용해 산출한 것이고 푸른색은 여러 관측 자료를 이용해 다시 분석한 자료를 이용해 최성기 지점을 산출한 것이다.
태풍
<그림설명: 적도에서 열대성저기압 최성기 지점까지의 거리, 자료:Kossin et al, 2014  >

태풍이 가장 강력하게 발달하는 지점이 점점 고위도 지역으로 이동하는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인간 활동으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성층권의 오존층 파괴, 검댕 같은 에어로졸 증가 등으로 열대지방이 점점 확장(Lucas et al, 2014)되면서 태풍의 최성기 지점 또한 고위도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중요한 것은 열대성저기압의 최성기 지점 즉, 가장 강력하게 발달하는 지점이 점차 극 쪽으로 이동한다는 것은 세계 인구나 산업 시설이 몰려 있는 중위도 지역이 기록적인 태풍에 노출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는 점이다. 한반도를 비롯한 중위도 지역이 지금보다 열대성저기압의 영향을 더 자주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지금보다 훨씬 더 강력한 세력의 열대성저기압이 중위도지역을 강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뜻한다. 인간 활동이 점점 더 강력하고 파괴적인 재앙을 부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참고> 열대지방 확장(Tropical Expansion)

Lucas et al(2014) 등 많은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1979년 이후 약 30년 동안 열대지방은 위도 1도~3도 정도 확장됐다. 10년에 위도 0.5~1.0도씩 열대지방이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기상학에서 열대지방은 이른바 해들리 순환이 나타나는 지역으로 위도로는 적도를 중심으로 남쪽과 북쪽 약 23.4도까지가 된다. 열대지방이 확장된다는 것은 해들리 순환에서 하강기류가 형성돼 연중 고압대가 나타나는 위도 30도 부근에 위치한 아열대지방이 점차 극 쪽으로 이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아열대 지방에 위치한 사막을 비롯한 건조한 지역이 점차 극 쪽으로 확대되는 것을 뜻한다. 지구 기후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열대지방이 확장되는 원인은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인간 활동으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해수면 온도 변화, 성층권 오존 고갈, 황산염이나 검댕 같은 에어로졸의 증가 그리고 자연변동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해 열대지방이 점점 넓어지고 있는 것으로 학계는 추정하고 있다.

<참고문헌>

* Kossin. J., K. Emanuel and G. Vecchi, 2014 : The poleward migration of the location of tropical cyclone maximum intensity. Nature 509, 349-352. doi:10.1038/nature13278.

* Lucas, C.,B. Timbal and H. Nguyen, 2014:The expanding tropics: a critical assessment of the observational and modeling studies. WIREs Clim Change 5, 89-112, doi:10.1002/wcc.251.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