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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골방에 가둬놓고"…숨가빴던 세월호법 협상

[취재파일] "골방에 가둬놓고"…숨가빴던 세월호법 협상
여야간 세월호 특별법 협상이 9월 마지막 날인 30일 타결됐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무려 167일 만입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협상안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당초 '여야와 유가족의 합의하에 4인의 특별검사 후보군을 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에 제시한다'는 내용으로 협상이 진행되다가, 막판에 '유가족'은 합의 주체에서 제외한 채 협상이 타결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합의안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미 여야 합의안이 두 차례나 거부된 데다, 최근 '대리기사 폭행 사건' 등으로 협상 동력 자체가 크게 떨어졌다는 게 여의도 주변의 해석입니다. 그동안 재협상을 강하게 요구해왔던 새정치민주연합 내 강경파 의원들 사이에서도 "재협상을 또 요구했다가는 당이 아예 망가질 수 있다", "부족하지만 유가족을 설득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우세합니다.

● '박영선 案' 4일 넘게 비밀에 붙여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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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협상이 그렇지만, 이번 세월호 특별법 협상은 특히나 숨가쁘게 진행됐습니다. 국회 등원 여부와 원내지도부 거취 등을 놓고 벼랑 끝에 몰린 야당, 국정 파행에 대한 부담감과 '2차 합의안에서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고 선언한 청와대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여당, 어느 하나 상황이 녹록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들은 협상 진행 상황을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습니다.

교착 상태에 놓였던 협상의 물꼬가 트인 것은 지난 25일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와 세월호 유가족 대표의 면담 자리였습니다. 면담은 3시간 정도 진행됐습니다. 2시간쯤 지난 상태에서 이번 합의안의 초안, 이른바 '박영선 안(案)'이 처음 나왔습니다. 당시까지 협상은 '특검후보추천위원회를 어떻게 구성하느냐, 여당 몫 특검후보추천위원 2명을 어떻게 선정하느냐'가 주된 논의 대상이었습니다.

즉, 상설특검법상 특검 후보는 특검후보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하게 돼 있고, 다시 특검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차관과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여기에 여야가 추천한 인사 2명씩, 이렇게 7명으로 구성되는데, 이 가운데 여당 추천 인사 2명을 어떻게 선정하느냐가 관건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던 중, 여당 몫 특검추천위원 2명은 지난번 2차 합의안대로, 여당이 야당과 유가족의 사전 동의를 받아 추천하되, 특검추천위원회에서 대통령에게 최종 추천할 특검 후보군 역시 야당과 유가족의 동의를 받도록 한 겁니다. 논의 대상이 '특검후보추천위원'에서 '특검 후보'로 '비약'한 셈입니다. 당시 유가족도 이 '박영선 안'에 긍정적으로 화답했다고 합니다.

이후 '박영선 안'은 철저히 보안에 붙여졌습니다. 당내 협상 당사자와 원내 지도부 등 극히 일부만 내용을 알고 있었습니다. 이들조차도 대외적으로는 "구체적인 방안은 논의하지 않았다"는 말을 되풀이했습니다. 언론에 처음으로 거론된 게 29일 밤이니까, 4일 넘게 공개되지 않은 겁니다.

● "가둬놓고 협상한 게 주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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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 뒤로도 협상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26일 본회의가 미뤄지면서, 새누리당이 협상 중단을 선언했고, 29일 어렵게 다시 여야가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은 상황에서도 새누리당은 "유가족이 야당에 전권을 위임해야 협상을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오후에는 유가족 대표까지 참여하는 3자 회동이 있었고, 이 자리에서도 전권 위임 여부가 쟁점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나온 것이 "그럼 유가족 전체의 중간 점검을 받아보자"는 제안이었습니다. '박영선 안'을 유가족 총회에 붙여, 만약 수용 쪽으로 나오면 협상을 진행하자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때는 이미 오후 5시가 좀 지난 상황, "당장 어떻게 유가족 총회를 소집하느냐"는 반론도 제기됐지만, "무리해서라도 해 보자"는 의견이 우세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그날 저녁 긴급 유가족 총회가 소집됐습니다. 총회에선 많은 유가족이 '박영선 안'에 동의를 표시했고, 이 총회 결과는 그날 밤 여야 지도부에 전달됐다고 합니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유가족 총회 제안이 이번 협상의 '신의 한 수'였다고 평가했습니다.

드디어 D-Day. 정의화 국회의장이 더 이상 본회의 연기는 없다고 못박은 30일, 하지만 오전까지만 해도 타결 가능성은 낮아 보였습니다. 밤사이 '박영선 안'의 윤곽이 공개되자, 새누리당 내부에서 반발 기류가 확산됐습니다. 특검추천위원 뿐 아니라 특검 후보까지 여야와 유가족이 합의해서 추천할 경우 특검후보추천위원회의 존재 이유가 없어진다는 이유였습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유가족이 입법권에 참여할 수는 없다"며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오전에 열린, 여야와 유가족 대표가 만난 두 번째 3자 회동도 성과 없이 끝나면서, 세월호 특별법 협상이 장기전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그러는 동안 본회의 개의 시작인 오후 2시가 다가왔습니다. 여당 단독으로 본회의가 강행될 경우 국회는 더욱 파국으로 치닫고, 그만큼 세월호법 협상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게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본회의장 옆 회의장에서 의원총회를 진행하던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국회의장에게 본회의를 늦춰줄 것을 거듭 요청하다, 마침내 본회의장에 있던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를 직접 만나러 갔습니다.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 등은 새누리당 원내지도부와 함께 본회의장 옆 '골방'으로 들어갔습니다. 6명이 앉기에도 비좁은, 일단 들어가면 나오기 어려운 공간이었다고 합니다. 이완구 원내대표를 거기에 밀어넣고 협상이 끝날 때까지 입구를 막았다고 합니다. 골방 안은 굉장히 더웠다고 합니다. 새정치연합의 한 인사는 "당시 가둬놓고 협상한 게 주효했다"고 전했습니다. 결국 여야가 합의해서 특검 후보를 추천하는 내용의 최종 합의안이 만들어졌고, 이 안은 곧바로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와 유가족 대표에게 보고됐습니다.

◆ 이번에도 '아쉬운' 야당의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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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에도 새정치연합의 협상은 '깔끔하지' 않았습니다.
먼저, 유가족들에게 '박영선 안'이 하한선임을, 마지노선임을 강조하다 결국은 또 후퇴하고 말았습니다. 여야와 유가족 3자가 합의해서 특검 후보를 추천하도록 하겠다고 유가족에게 약속해놓고, 마지막에 가서는 유가족을 뺀 것입니다. '골방 합의안'을 유가족에게 보고했을 때도, 유가족은 그 자리에서 "이건 안 된다" "약속을 지켜라"라고 분명히 반대 입장을 밝혔다고 합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그 뒤에 새누리당과 합의문에 사인을 하고 맙니다. "여야가 합의해서 추천하기로 한 만큼 야당이 유가족의 추천을 받아 여당과 협상에 나서면 되는 것 아니냐"는 논리였습니다.

문제는 야당에 대한 유가족의 신뢰가, 야당의 기대만큼 크지 않다는 것입니다. 유가족은 세 차례나 걸친 세월호법 협상 과정을 단적인 사례로 꼽습니다. 나중에 특검 후보를 추천할 때도 결정적인 국면에서 야당이 유가족의 뜻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할 것으로 유가족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야당이 유가족을 설득하는 과정이, 이번에도 부족했던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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