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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시계 제로' 한반도는 어디로?

스탠포드대 아시아 태평양 연구소 한반도 전문가 신기욱 소장

[월드리포트] '시계 제로' 한반도는 어디로?
2014년 한 해도 벌써 3분기가 지났다. 지난 1년 한반도의 안보 환경은 무엇이 나아지고 무엇이 달라졌나?

북한이 올 봄 4차 핵실험을 할 것이라는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의 예측은 빗나갔다. 북한은 리수용 외무상을 유엔 총회에 보내 ‘할 말’을 하며 김정은 정권 대외 전략의 일단을 드러냈다. 인천 아시안 게임에서 남북 선수들이 함께 땀을 흘리며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동안에도 한반도 정세는 요지부동이다. 중동에 발이 묶인 미국에 한반도는 눈 밖이다. 도대체 누가 뭘 어떻게 해야 할까?

미 서부 스탠포드대 아시아 태평양 연구소(Shorenstein Asia-Pacific Research Center)의 한반도 전문가인 신기욱(Gi-Wook Shin) 소장과 오래 전 국무부에서 한반도 문제를 다루다 물러난 데이비드 스트로브(David Straub) 부소장이 다시 워싱턴을 찾았다. '맞춤형 인게이지먼트(Tailored Engagement)'라는 보고서를 들고 왔다. 1년 전 미 국무부에 제시했던 제안을 한층 심화, 구체화했다고 한다. 브루킹스 연구소 발표에 앞서 공저자인 두 사람 가운데 먼저 신기욱 소장의 얘기를 들어봤다.

● 맞춤형 인게이지먼트

- 이번 보고서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자 정책적 제안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대북 정책에서 어떠한 제안을 했나?

= 보고서에서 ‘맞춤형 인게이지먼트(tailored engagement)’라는 말을 썼다. 한국에서는 인게이지먼트를 포용정책, 유화정책이라 표현하는데 그런 것이 아니고, 저희가 볼 때는 북한과 계속 접촉하면서 뭔가 일을 만들어 가는 것을 인게이지먼트라고 한다. 사실 한반도 상황이 썩 좋지가 않다. 미국 같은 경우는 전략적 인내를 계속할 것 같고, 중국도 여러 가지 견해가 있지만 대북 정책을 크게 바꿀 가능성은 거의 없고, 그런 상태에서 북한의 핵무기라든가 미사일은 계속 개발이 되고 미-중 간에 전략적 불신도 깊어지고 한국과 일본 간에 갈등도 있고... 이런 상황에서 대북 문제를 그냥 두면 결국은 한국에 굉장히 불리하다, 한국이 조금 적극적으로 나서서 대북 정책을 펴야 한다... 그러한 것이 주요 논점의 하나고요.

우리가 보통 고래 사이에 낀 새우라는 얘기를 하는데, 제가 볼 때는 한국이 새우는 아니고 적어도 돌고래(dolphine)는 됐다.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능력이라든가 그러한 힘이 있고, 국제 사회도 그러한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맞춤형 인게이지먼트'라는 말을 쓴 것은 이명박 정부 같은 경우에는 여러 가지 남북 관계를 핵문제에 걸어서 진전이 없었고, 진보 정부에서는 안보 문제와 비즈니스를 분리시켰는데, 저희는 분리시키는 게 아니고 현재의 안보상황에 맞는 '인게이지'를 하되 좀 더 적극적으로 하자, 그런 의미에서 안보, 외교상의 '맞춤형 인게이지먼트'라는 단어를 썼다.

- ‘인게이지먼트(tailored engagement)’ 우리말로 번역이 안 되는데...

= 그래서 그냥 ‘인게이지먼트’라는 표현을 썼다. 번역 안 하고. (*신 소장은 인게이지먼트를 포용이라는 의미보다는 중립적인 개념으로 썼다. 군사 용어인 교전 규칙(rules of engagement)에 빗대 설명했다.)

● "통일대박론에서 엉켰다"

- 조금 더 각론으로 들어가면 어떻게 정책적 차원에서 구현할 수 있나?

=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방향을 잘 잡았다고 본다. 그러다가 올 초 들어서 통일대박론이 나오면서 제가 볼 때는 좀 엉킨 것 같다. 왜냐하면 신뢰 프로세스와 통일대박론 사이에 어떤 논리적, 정책적 연결이 좀 명확하지 않다고 본다.

어떻게 보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방향이 맞다고 본다. 박근혜 대통령도 핵 문제를 떠나서 인도적 지원을 많이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굉장히 적다. 아예 핵 문제와 관계 없이 지원할 만한 것은 한번 적극적으로 해 보던가, 그 다음에 5.24 조치에 대해서 여러 가지 논란이 많은데 거기에 대해서 정부가 명확한 입장을 가지고 해제를 하든가, 아니면 새로운 조치를 하든가 할 필요 있다고 본다.

- 1년 전에도 보고서를 냈는데 그 때 보고서와 이번 보고서 차이는?

= 그 때는 남한이 리더십을 갖고 해야 한다는 것을 얘기했고, 이번 것은 그 연장선상에서 구체적인 정책 제안을 했고, 로드맵까지도 제시할 수 있는 그런 걸 많이 했다. 사실 방향은 지난해 보고서에 의존했지만, 올해는 좀 더 구체적이고 정책적이다.

구체적으로 하나는 한국형 '페리 프로세스'를 하자는 얘기 했고, 다른 하나는 국내의 콘센서스를 모으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 했다. 지금 한국에서는 외국의 지원이라든가 외국 입장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제가 볼 때는 그것 보다는 남한 내부의 의견이 통일 되고 정책적인 합의가 이뤄지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그것을 먼저하고 그 다음에 미국 지원 얻는 3단계 제안을 했다.

다음에 인게이지먼트를 진행할 경우에 4가지 원칙도 제시했다.

- 4대 원칙의 핵심 내용은?

= 북한하고 인게이지먼트 하는데 4가지 원칙을 제시한 게 첫 번째는 초기에는 어떤 심볼리즘(symbolism)이라든가 민족적 정서에 호소하는 게 많았는데, 그것 보다는 상호 이해라든가 상호 도움이 되는 그런데 초점을 맞추자는 것.

둘째는, 가급적 시장원리와 국제적 기준에 맞춰서 인게이지먼트를 한다.
셋째, 다른 나라와 협조를 강화한다.
넷째, 민간 차원, 정부와 민간이 협조해서 한다...는 4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4원칙에 따라 인도적 지원이라든가 문화 교류, 교육 교류 등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 "한국이 공간 만들어야"

- 리수용 북한 외무상이 북한 고위 외교관으로는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유엔 총회에 참석했는데, 북한이 남북 대화, 북미 대화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고 보나?

= 북한이 점점 더 중국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 안보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너무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도 의존도를 줄일 수 방안을 생각한다고 본다.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줄이는 가장 중요한 것이 아마 남한과 경제 교류 활성화일 것이다. 북한도 분명히 관심 있다고 본다. 박근혜 대통령이 제시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같은 것을 적극적으로 했으면 좋겠다...하는 게 취지다.

- 중국은 일관되게 6자회담 재개를 주문하고 있고, 미국은 북한이 핵 문제에 대한 변화된 태도 없이는 대화할 수 없다는 입장인데, 간극을 좁힐 수 있는 방안이 있겠나?

= 미국이나 중국은 가까운 시일 내에 대북정책을 바꿀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남한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공간을 만들고 모멘텀(momentum)을 만들어서 오히려 중국과 미국에도 영향을 주고 리드할 수 있는 그런 걸 하자는 것이 보고서의 기본 정신이라 하겠다.

- 과거 노무현 정부 때의 촉진자(facilitator) 역할 이런 것을 할 수 있다고 보나?

= 기본적인 정신은 그런데, 증요한 것은 그 당시에는 미국이라든가 조율이 조금 부족했기 때문에, 지금은 한국이 리드하지만 관련국 특히 중국과 미국과의 조율을 잘 해야 할 것 같고. 그런 면에서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통해서 미국이나 중국의 지도부와 잘 교감을 했다. 그러한 기본 속에서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역할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

● 미 중간선거에 “북한은 없다”

- 미국은 이라크 IS 문제에 전념하고 있고 또 중간 선거를 앞두고 있다. 북한이란 변수가 중간 선거에 작용할 여지가 있나? 아니면 중간 선거 이후에 미국의 대북 정책이 변할 여지가 있나?

= 기본적으로 크게 변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특히 3명의 미국인이 북한에 있지 않나? 제가 볼 때는 거의 인질이라고 봐야 할 건데, 적어도 그런 문제에 대해서 북한이 전향적으로 나오지 않으면 굉장히 어려울 것 같다. 그런 상황에서 중간 선거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제 생각에는 오바마 행정부 임기 내에 대북정책이 급격히 바뀔 가능성 거의 없다고 본다.

- 남은 임기 그대로 가는 건가?

= 미국 입장에서는 전략적 인내라는 것이 이상적인(ideal) 입장은 아니지만, 이 보다 더 나은 대안도 없기 때문에 이런 상태로 갈 것 같고, 그런 상태에서 한반도 상황은 나아지는 게 아니고 악화되기 때문에, 그러면 거기에 가장 영향을 받는 게 미국보다는 한국이니까 한국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공간도 만들고 모멘텀을 만들고 주변국을 설득하자 그런 거다.

- 최근에 미국 외교의 한반도 라인에 변화가 있었고, 곧 성김 주한 미국 대사가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한 인사, 진용(formation)의 변화가 어떤 영향을 미칠까? 

= 성김 대사나 시드니 사일러 6자회담 특사나 새로운 분들이 아니고, 현 정부에서 함께 일하는 분들이 조금 위치만 바뀌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은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새로운 분들이 들어오면 혹시 모르겠는데 이미 다른 위치에서 각각의 일을 했던 분들이고, 이미 현 정부에서 같은 일을 했던 분들이기 때문에 큰 변화가 있을 거라고는 보지 않는다.

- 박근혜 정부에서 신 페리프로세스를 주도할 수 있는 ‘포인트 맨’이 있다면.

= 제가 누구라고 말하기는 어렵고, 과거에 윌리엄 페리 국방장관을 보면 정책도 중요하지만 워싱턴에 있는 공화, 민주 양당의 정치인들을 설득할 수 있는 신뢰를 가진 분이었다. 그것이 중요하다. 누구라고 얘기하기는 좀 어렵지만, 물론 대통령의 시각이 제일 중요하고, 그다음에 정책적 전문성과 함께 여야의 신뢰를 받아서 여야로 하여금 정책적 합의를 끌어낼 수 있는 정치력이 있는 사람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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