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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성추행 피해女 "출판사 상무, 정직원 결정 전 부당 요구"

유명 출판사 상무의 성추행 피해자 A 씨

▷ 한수진/사회자:

‘성 갑질’ 이라는 단어 들어보셨습니까? 갑의 위치에 있는 남성이 을의 위치에 있는 여성에게 가하는 성희롱, 성추행의 형태를 일컫는 말인데요.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캐디 성추행 사건도 이 예가 되겠죠. 이런 성 갑질은 수많은 직종, 분야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데요. 오늘은 출판계 이야기입니다. 2년 전에요. 유명 출판사 상무가 수습여성 직원에게, 정직원 전환을 앞두고 면담 성격의 술자리를 가진 뒤 오피스텔로 데려가 성추행을 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피해자는 사직 후에 이 상무를 고소했는데요. 이 이야기의 결론은 어떻게 끝났을까요, 그 피해자에게 직접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익명으로 연결하겠습니다. 나와 계시죠?

▶ 피해자 A 씨:

네,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자, 이 상무 지금 어떻게 되었습니까?

▶ 피해자 A 씨:

검찰수사에서 ‘혐의 없음’ 판결을 받았고요. 대표이사의 판단에 의해서 9월부터 사건 고소 전과 동일한 직급인 상무로 복직이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검찰에서 아예 혐의 없음 결정이 나왔다고요, 법원의 판단도 받아보지 못한 채?

▶ 피해자 A 씨:

그렇죠, 재판조차 열리지 못했죠.

▷ 한수진/사회자:

참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데요,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무혐의 이유를 뭐라고 하던가요?

▶ 피해자 A 씨:

불기소 이유서에 의하면, ‘가해자가 저에게 옷을 벗으라고 요구한 것과 입을 맞춘 행위는 사실로 인정이 되지만 모두 많이 취한상태였고 또 가해자가 저의 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을 행사했다고 보기에는 조금 어렵다.’ 이런 식으로 적혀있더라고요.

▷ 한수진/사회자:

네, 말이 좀 어렵네요.

▶ 피해자 A 씨:

네, 그렇지만 그날로부터 3일 후인 월요일이 바로 제 정직원 결정 최종 발표일 이었거든요. 그러니까 저는 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죠.

▷ 한수진/사회자: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 정직원 전환을 앞둔 수습사원, 인사권자, 상무와의 관계, 이런 전후관계도 다 고려가 되었을 것 같은데 그런 부분이 반영이 안 되었습니까?

▶ 피해자 A 씨:

가해자도 그렇고 대표도 그렇고 자신들이 뭘 잘못했는지, 이 사건의 본질이 뭔지 아직도 여전히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 ‘혐의가 없다고 하니 우리는 무죄인 사람을 1년 씩이나 일을 그만두게 한 것이다.’ 아마 오늘 쯤 회사에서 그런 내용의 공식 해명을 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제가 재정신청을 했는데도, 그냥 그 판단만 가지고도 복직을 시키더라고요.

▷ 한수진/사회자:

그 사건이 있었던 시점이 수습사원 17개월 차라고 알고 있는데 수습 치고는 조금 긴 듯한 느낌도 있어요.

▶ 피해자 A 씨:

17개월이면 심하죠.

▷ 한수진/사회자:

그렇죠, 보통 일반적으로 6개월 정도 지나면 정직원이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 회사에는 이런 수습사원의 정직원 전환과 관련해서 명시된 정확한 절차나 규정이 없습니까?

▶ 피해자 A 씨:

일단 처음에 말을 할 때는요. ‘일을 잘 하면 3개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으면 6개월이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말했었어요, 처음에는. 그런데 그게 길어지고 길어지더니 결국은 17개월까지 수습사원이 되더라고요. 그리고 그 17개월 동안 저는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없이 잘려나가는 공채 입사 동료들을 계속 봐야했어요.

그러다보니까 점점 더 강한 심적 압박을 느끼게 됐었고요. 이게 형식상으로는 직원들의 설문을 통해서 의견을 모아 평가하는 나름의 기준이 있기는 있어요. 그런데 그 평가 기준이라는 것이 굉장히 모호하고요. 짜고 치는 고스톱 같은 그런 느낌? 그런 거였어요. 제가 가만히 보니까 정사원이 되는 직원과 정사원이 되지 못한 직원의 차이점이 결국은 상무의 마음에 드느냐, 마느냐 더라고요, 강력한 인사권자이었죠.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수습사원 입장에서는 이 상무라는 사람, 이 분의 위치가 절대적으로 아주 부담스럽게 느낄 수 있는 그런 자리이군요.

▶ 피해자 A 씨:

네, 그렇죠. 수습사원에 대한 평가를 전직원들이 하기 전에 직원들에게 교묘하게 눈치를 딱 주는 거죠, 부담스럽죠, 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그런 의미에서 회사 내 분위기도 궁금한데요. 일단 찾아보니까 대표님이 여성분이시더라고요. 여성이시니까, 여성대표니까 이 사건에 더욱 공분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어떤 태도이었나요?

▶ 피해자 A 씨:

그냥 지금 계속, 억울하다는 입장인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회사 측에서 오히려 억울하다.

▶ 피해자 A 씨:

네, 대표이사가 사건 후에 직원들을 모아놓고 사태를 발표했는데요. 발표문 내용이 마치 제가 회사를 다 망쳐놓았다는 것 같이 그런 분위기를 연출하더라고요. 결정적으로, ‘거절하지 않은 사람도 징계를 받아야 된다.’, 이런 문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건 명백히 거절을 제가 하지 않은 게 아니라 못한 거죠. 그 말도 안 되는 사태 발표문을 대표 이사가 읽는데 어떤 여직원은, 대표님이 너무 불쌍하다는 듯이 눈물을 펑펑 흘리기도 하더라고요.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지난 해 9월에 사직을 한 것도 그런 어떤 회사 분위기와 관련이 있는 거예요?

▶ 피해자 A 씨:

그렇죠, 굳이 저한테, 상무가 떠난 사무실을 치우라고 시킨다든지, 아니면 모니터를 계속 지나가면서 감시한다든지, 왜 저렇게 외근을 자주 나가냐고, 그건 출판 마케터의 필수 업무이거든요. 그런데, ‘왜 저렇게 외근을 자주 나가냐?’,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눈치를 주는 그런 일들이 빈번했죠.

▷ 한수진/사회자:

그래도 또 몇몇 동료들은 피해자 분 돕겠다고 나서서 진술도 해준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 피해자 A 씨:

저도 모르던 충격적인 것들이 있었는데, 회식 할 때 껴안으면서, ‘살려면 이렇게 해야 된다.’, 이런 말을 한 적도 있데요. 그렇게 적혀있는 진술서도 있었고요. 그리고 제가 입사하기 전에는 인쇄소 분들, 서점직원 분들 등을 연회장 같은 공간으로 불러서 송년회를 좀 특이하게 했다고 하는데, 이화여대 미용실 앞에서 여직원들 풀 메이크업 시키고, 드레스 입히고, 업계분들 앉는 테이블마다 접대부처럼 한 명씩 이렇게 앉혔다고 하더라고요.

▷ 한수진/사회자:

그런 직원들의 진술도 나왔다, 하는 말씀이시고요.


▶ 피해자 A 씨:

그리고 상무가 룸살롱에서 저자 접대를 하는데, 야근하고 있는 여직원을 불러서 노래시키고 블루스 추라고 시키고, 룸살롱에서, 뭐 그런 일도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 한수진/사회자:

네, 그것들이 다 동료 직원들의 진술서 내용이다, 하는 말씀이시고요. 관련해서 앞서서 검찰이 불기소한, 혐의 없음 결정이 내려졌을 때 상황과 관련해서 하나만 더 여쭤보면요. ‘가해자, 피해자가 너무 많이 취해있었다.’, 이렇게 검찰은 판단했던데, 정말 그렇게 사리분별을 할 수 없을 만큼 많이 취해 있었나요?

▶ 피해자 A 씨:

많이 취해있긴 했죠. 많이 취해있었지만 그 사람이 저한테 옷을 벗으라고 요구했을 때는 아, 둘 다 많이 취해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제 머릿속에는 수 만 가지 생각들이 지나갔죠.

그 동안 잘려나갔던 제 공채 입사 직원들도 지나갔고, ‘이 상황에서 내가 요구대로 하지 않는다면 정사원 취소가 될 수도 있겠구나.’, 그런 압박을 받고, 저는 그런 판단은 한 상태에서 분명히 일어난 일이었어요.

▷ 한수진/사회자:

당시에 분명한 상황판단을 하고 있었다, 하는 말씀이신 것 같고, 그런데, ‘이 상무가 옷을 벗으라는 요구를 하고 키스를 한 점은 인정이 되지만 저항이 없었다, 그러니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한다.’, 자, 저항이 없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설명을 듣고 싶은데요.

▶ 피해자 A 씨:

저항이 없었다는 게, 네, 저항이 없었던 게 맞죠. 그런데 그, 성폭력 특례법, 업무에 의한 성추행이라는 것 자체가 물리력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위계에 의해서 요구를 응할 수밖에 없는 을의 여직원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잖아요. 그런데 그런, 그런 법인데도 이제 제가 거부하지 않았으니까, 도망치지 않았으니까 그랬다, 라고 하는 게, 제가 분명히 저는 피하지 못한 거잖아요.

이 사람이 물리력을 행사하지 않았어도 제가 정사원이 되어야 하는, 업무상 중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건 분명히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추행이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다시 말해서, 여쭤볼 수밖에 없어서 어려운 질문을 드리는 건데요. 검찰 쪽에서는 적극적인 거부 의사가 없었다는 점에서 강제에 의한 성폭력 내지는 성추행이 아닌 것으로 본 것 같아요.

▶ 피해자 A 씨:

그렇죠, 그런데 제가 느끼고 있는 심적인 압박은 그게 폭력보다 더 심한 심적 압박이었죠.

▷ 한수진/사회자:

그랬다, 하는 말씀이시고요. 이 과정에서 또, ‘가해자가 거짓말을 했다.’, 하는 그런 증인도 있었다면서요?

▶ 피해자 A 씨:

네, 증인이 있었어요. 가해자가 주장하는 바는, 2시쯤에 눈을 떠보니까 제가 옆에서 자고 있었데요, 자기 옆에서. 그런데 아니거든요. 저는 그런 일을 당하다가 뛰쳐나와서 엘리베이터 1층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져있었는데 지나가던 분이, 저를, ‘왜 여동생 같은 애가 이러고 있느냐, 위험하게.’, 이러면서 저를 집까지 데려다주셨어요. 그런데 (지나가던)그 분이 말씀하시는 시간과 제가 말하는 시간이 일치하고요. 상무가 말하는, 제가 자다 나왔다는 시간은 2시더라고요. 그러니까 증인이 있는 거잖아요, 상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게.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그런 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모양이죠, 검찰에서는?

▶ 피해자 A 씨:

네, 그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 같아요.

▷ 한수진/사회자:

알겠습니다. 재정신청을 지금 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무혐의로 최종 종결된 것은 아니고 법원 판단에 따라서는 기소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죠?

▶ 피해자 A 씨:

그러니까, 네, 재판이 열릴 수도 있는 것이고 열리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죠, 제가 재정신청을 했으니까요.

▷ 한수진/사회자:

언제쯤 이 결과가 나올까요?

▶ 피해자 A 씨:

그건 저도 모르겠어요, 가능하면 저는 이 싸움이 빨리 명확히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제가 명백히 피해자인데도 이렇게 뭔가 회사의 내부 고발자로 몰리는 게 저는 굉장히 억울하죠.

▷ 한수진/사회자:

그렇군요. 어쨌든 참 참 큰 용기를 내신 것 같습니다. 이런 갑의 성폭력에 여성 피해자들이 수치심을 느끼고 손해 볼까 두려워서 침묵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쨌든 한 번 싸워보겠다, 하고 용기 있게 목소리를 내신 거예요.

저희가 다시 한 번 법의 판단을 기다려봐야겠습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성추행 피해를 입은 피해자 분과 말씀 나눠봤고요.

관련해서 출판사 측에서 반론이 있을 경우에는 저희가 반론의 기회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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