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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위안부 해결 요원한데..'원칙외교' 깃발 내리는 정부

최근 한일관계 개선 움직임에 대해

[취재파일] 위안부 해결 요원한데..'원칙외교' 깃발 내리는 정부
어제도 서울 중학동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선 어김없이 수요집회가 열렸습니다. 1144번째 수요집회에서 할머니들은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법적 배상과 공식 사죄할 것을 다시금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들의 애타는 외침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갈수록 좋지 않은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 위안부 문제 해결은 답보 상태

지난 4월 미국의 중재에 의해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국장급 협의’가 열릴 때만 하더라도 혹시나 하는 희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매달 열기로 했던 협의는 일본이 고노담화 재검증 카드를 꺼내 들면서 지난 6월 열리지 못했습니다. 또 지난달 열려야 했던 협의도 추석이 지나도록 날짜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가 오늘에야 일정을 잡았습니다. 협의는 내일(19일) 도쿄에서 개최됩니다. 

한일 협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에는 일본 내부 정치 상황도 크게 작용한 듯 보입니다. 아베 정권이 얼마 전 개각을 통해 장기집권 포석을 닦았고, 최근 아사히 신문이 1982년에 내보낸 위안부 강제연행 증언 보도가 오보로 드러났습니다. 한층 힘을 받은 아베는 최근 각종 매체에 출연해 “아사히 오보로 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일본의 명예가 훼손됐다”면서 위안부 문제의 본질을 흔드는 데 여념이 없습니다.

외교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현실적으로 아베가 집권하는 한 위안부 문제의 획기적 해결은 어렵고, 현 수준 유지가 최선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위안부 관련 한일 국장급 협의가 열리고 일본이 대책을 가져오더라도,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긴 어려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각에선 일본이 일부러 우리가 받을 수 없는 대책을 내놓고, 자기들은 성의를 보였는데 한국이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전술로 나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취파


● 깃발 내리는 '원칙 외교'

답보 상태인 위안부 문제와는 대조적으로, 최근 한일관계 개선 움직임은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지난 14일에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벳쇼 고로 주한일본대사가 나란히 앉아 얼굴을 맞대고 면담하는 사진이 매체를 타기도 했습니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한일 축제 한마당 행사에서였습니다. 그간 벳쇼 대사는  외교장관이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다고 불만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한일 관계 개선의 징후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오늘 도쿄에서는 4년 만에 한일 외교부 문화외교국장회의가 열립니다. 이 회의에선 그간의 문화교류 현황을 평가하면서 내년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 행사 추진방안도 논의합니다. 내년을 기점으로 한일관계를 개선하겠다는 분명한 의지가 보입니다.

또 일본은 내일 모리 요시로 전 일본 총리를 한국으로 보내 박 대통령에게 아베 총리의 메시지를 전할 예정입니다. 이런 훈풍에 힘입어 유엔 총회에서 한일 외교장관 회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외교부 최고위 당국자는 어제 기자에게 “대일 외교의 목표는 안정적 발전"이라면서 "문화와 경제교류는 과거사 문제와 분리해서 대응한다는 게 정부 출범 이후 지속된 방침”이라고 아예 못박았습니다.

그래픽_한일회담 한


● 원칙 혹은 포퓰리즘

물론 일본과 관계를 개선해야 할 이유는 많습니다. 북핵 문제 공조를 위해서나, 재계에서 주장하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나 한일 관계 정상화는 시급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일본의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원칙 외교’를 접을 거면, 애당초 왜 1년 넘게 원칙외교를 고집하며 시간을 허비했나 라는 궁금증은 남습니다. 일본은 여전히 위안부 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기는커녕 국가정상이 나서서 공개적으로 위안부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망언을 일삼고 있습니다. 일본의 변화는 없는데 우리 스스로 ‘원칙’의 깃발을 내리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는 겁니다.

결국 이럴 거라면, 지난해 초 정부의 선택은 달랐어야 합니다. “여러 국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위안부 문제와 여타 문제는 분리해서 대응하겠다”고 국민과 위안부 피해자들을 자신 있게 설득했어야 합니다. 당시 외교부 당국자들 사이에서도 이런 의견이 많았지만 채택되지는 않았습니다.

위안부 문제 등에 있어 아베 정권의 우경화 행보는 우익의 표를 결집시키려는 국내 정치용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국내 정치 역시 한일관계를 강경하게 가져갈수록 대중적 지지를 더 받게 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선택했던 이른바 ‘원칙 외교’도 사실상 ‘원칙’을 가장한 ‘포퓰리즘 정치’는 아니었는지, 위안부 문제를 정말로 해결하려는 진정성은 있었던 것인지 돌아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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