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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가두는 게 능사일까?

[월드리포트] 가두는 게 능사일까?
“만일 당신이 작은 물건을 훔친 사람이나 마약을 복용한 사람을 처벌할 수 있는 권력을 가졌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 사람들을 감옥에 가둔다면 몇 년 형을 살게 하시겠습니까? 또, 그 사람을 투옥시키고 교화하는데 드는 비용으로 국민 세금을 얼마나 쓰시겠습니까? 종국적으로 투옥이 그 사람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오늘 LA 타임스의 한 사설이 서두에 던진 질문입니다. 제 나름대로 답해 봤습니다. “좀도둑보다는 마약 복용 자가 더 형량이 크겠지….글쎄~ 좀도둑은 집행유예 정도고 마약 복용 자는 한 3년형쯤….비용이라? 한 3년 살면 한 3천 만원쯤 들라나? 투옥하면 사람이 바뀌냐고? 아무래도 조금은 나아지겠지….” 아마도 이 사설의 저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와 비슷한 답변을 하리라는 예상을 했기에 이런 질문을 서론에 던졌을 겁니다. 그런데 이 글을 쓴 뉴트 깅그리치 (1994년부터 4년간 미국 하원의장을 지닌 정치인)가 풀어낸 설명은 저의 예상이나 답변을 빗나가게 했습니다. 어떻게 빗나갔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경제적인 관점부터 풀어보겠습니다. 제일 눈에 들어온 대목이었으니까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한 수감자를 가두고 교화하는데 얼마나 많은 돈이 들까요? 국민 세금을 얼마나 쓰느냐는 문제이기도 한데요. 수감자 한 명에게 1년에 들어가는 비용이 62,396달러라고 합니다. 우리 돈으로 약 6천 5백만원쯤 되는 비용입니다. 웬만한 회사의 중간 간부급의 연봉입니다. 캘리포니아에 수감된 전체 수형자에게 드는 비용은 연간 1백억 달러, 우리 돈 10조 원에 달합니다. 한강 다리를 하나 짓는데 2천 500억원에서 3천억 원 가량 드니까 한강 다리를 30개 놓을 수 있는 돈을 해마다 수감자 교화에 쓰고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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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에서 비교해 볼까요? 이 10조원이라는 비용은 50개 주 가운데 예산 하위 12개 주가 1년간 쓰는 전체 예산보다도 많습니다. 캘리포니아가 12학년, 그러니까 우리로 따지자면 고3생 전체에게 쓰는 교육 예산은 1인당 9천2백달러, 천 만원 정도고 새 교사 1명을 고용하는데 드는 비용은 41,926달러 (4천 3백만원)입니다. 그러니까 수감자 1명을 가두는데 드는 비용이 고3학생 6명에게 들어가는 교육 예산보다 많고 교사 1명을 새로 뽑는데 드는 연봉보다 많다는 얘깁니다. 그런데도 캘리포니아는 지난 30년간 감옥 22개를 새로 지었습니다. 같은 기간에 지은 공립 대학교는 단 한 개에 불과합니다.

물론 아무리 돈이 든다고 해도 필요하면 써야겠죠? 그렇다면 이만한 돈을 들이면서 얼마나 많은 교화의 효과를 거두고 있을까요? 캘리포니아에서 수감된 10명의 죄수 가운데 6명은 3년 이내에 재범을 저지르고 또 감옥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실제로 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경범죄를 저지른 수감자가 감옥에서 잠시 머물다가 나갈 경우 더 큰 범죄를 저지르고 감옥으로 되돌아가는 사례가 부지기수라고 합니다. 깅그리치가 서두에서 왜 좀도둑과 마약 복용 자를 비교했는지 이해가 되는 대목입니다. 캘리포니아가 지나치게 범죄자들을 사회와 격리하는데 주력하다 보니 오히려 교화 과정이 경 범죄자를 중 범죄자로 만들고 종국적으로 그에 드는 비용을 더 늘리게 되는 악순환을 낳는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깅그리치가 주장하는 대로 수감자 수를 줄인다면, 과연 범죄율이 낮아질까요? 그의 대답은 한마디로 ‘그렇다’입니다. 그 논거로 공화당을 지지하는 7개 주 (Red States)를 예로 들고 있습니다. 텍사스는 지난 2007년 감옥 확장 정책을 중단했다고 합니다. 감옥을 짓는데 들어가는 돈을 오히려 보호 관찰(probation)이나 치료(treatment)에 배정했다는 겁니다. 그리하여 수감자를 점차 줄이고 감옥 시설 3곳을 폐쇄했으며 그로써 절약된 수십 조원의 돈을 ‘마약 치료’와 ‘정신 치료’에 썼다고 합니다. 그런 결과 텍사스는 1977년 이래 가장 낮은 범죄율을 기록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사례로 사우스 캐롤라이나를 들고 있습니다. 텍사스와 비슷한 방법을 쓴 결과 지금은 감옥 1개 시설을 문을 닫았고 범죄율도 급격히 떨어졌다고 합니다. 오하이오, 조지아, 오클라호마, 켄터키, 미주리, 펜실베니아, 미시시피도 마찬가지라고 그는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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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범죄자를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데 익숙해져 있습니다. 그에 필요한 비용보다는 안전이 우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지 모르겠습니다. 깅그리치도 모든 수감자를 줄이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경범죄를 저지른 사람까지 감옥에 집어넣는 캘리포니아의 낭비적이고도 그럼으로써 악순환을 불러오는 그릇된 관행을 바로잡자는 주장으로 보입니다. 범죄와 교화의 문제를 단순히 비용이나 통계로만 볼 수 있느냐는 반론도 가능할 겁니다. 하지만, 갈수록 범죄가 늘고 있는, 그래서 감옥의 빈방이 줄지 않고 있는 우리도 한번쯤은 생각해볼 문제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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