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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日 자위대 대원 자살…국가 배상 인정하는 판결로 이어질까

[취재파일] 日 자위대 대원 자살…국가 배상 인정하는 판결로 이어질까
일본 자위대도 폐쇄적인 집단 생활을 하는 계급사회이라서인지 집단괴롭힘, 이른바 '이지메'와 폭행, 이에 이은 '자살'이 큰 사회문제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1일, 요코스카 기지 소속 호위함의 한 자위대원이 '이지메로 자살'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피해 자위대원은 2013년 7월, 가해자인 42살 고토 요헤이 부사관과 성격이 맞지 않는다며 분대장에서 '퇴선 청원서'를 제출했습니다. 직업군인이, 그것도 해상자위대원이 배를 타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은 사실상 상사의 괴롭힘에 못 이겨 내린 마지막 선택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이는 묵살됐고, 석 달 뒤인 10월 이후 폭행은 더 심해졌습니다. 이유없이 머리를 맞고, 가끔 도게자(일본식 '절', 수치스러울 정도로 완벽한 복종의 뜻을 나타낼 때 하는 자세입니다)도 강요받았다고 합니다.

결국 피해자는 올해 들어 다시 퇴선을 요구한다며 면담신청을 했습니다. 그런데 4명의 면담위원 중 고토 부사관도 끼어 있었고, 결국 면담 뒤에 피해자는 물통을 들고 서는 '벌'을 받아야 했습니다. 함께 면담을 받아주던 고참 가운데 1명은 이 모습을 보고 그냥 넘겼다고 합니다. 다음날 자위대원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2013년 12월 피해자는 고토 부사관에게 휴대폰까지 빼앗겼고, 이 휴대폰은 피해자가 숨진 다음 날 바다로 버려졌다고 합니다. 증거가 될만한 물증까지 은폐한 겁니다.)

가해자인 고토 부사관은 불구속 입건됐습니다. 함장도 경질됐습니다. 고노 해상막료장(우리의 해군 참모총장)은 기자회견에서 '통석의 념'을 언급했습니다. 최고의 '유감 표명'입니다. 그러면서 고노 막료장은 '10년 전의 다치카제의 사건에 이은 승조원의 이지메 자살 사건'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 사건은 지난해 4월 23일 일본에서 가장 관심있는 법원 판결로 10년 만에 종결된 일입니다. 국가의 책임을 인정해 이지메로 자살한 자위대원 가족에게 7천 340만엔을 보상하라는 '국가패소' 판결이 나온 겁니다.

'다치카제' 역시  요코스카 기지의 호위함입니다. 10년 전인 2004년 10월 이 배에 소속된 2년 차 21살 자위대원이 도쿄의 한 역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당시에도 이유는 똑같았습니다. 또 사건 직후에 함정 안에서 시행된 '가혹행위 설문조사'를 은폐하려는 시도까지 나왔습니다. 이 사건으로 당시 해상막료장은 사죄에 이어 주의를 받고 결국 옷을 벗었습니다.

10년 전 사건이나 이번 사건이나 자위대에게 불리한 증거에 대한 은폐가 시도됐습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 '가족의 요청'에 의해서라면서 피해자가 누구인지, 계급이 어떻게 되는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숨졌는지에 대해 자위대는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그냥 가혹행위로 자살했다는 것만 알리고 있습니다. 진실을 속 시원히 알 수 없습니다.

10년 전 사건에 대한 판결이 나온 지난해, 특정비밀보호법을 두고 일본 열도가 시끄러웠습니다. 올 연말 시행 예정인 이 법이 정부 조직의 비리를  숨기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아베 정권이 지난해 말 제정한 것으로, 비밀을 누설한 공무원에 대한 처벌수위를 대폭 높이는 내용입니다. 점점 더 이런 종류의 사건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기 어려워 질 거란 걱정이 일본 사회 일각에서 일고 있습니다.

이번 해상자위대원 사건이 또다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로 이어질 수 있을지, 잦은 군대 내 가혹행위로 고통받는 우리 사회도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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