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절대평가, 일선 학교만 혼란…학원가 '느긋'

<앵커>

어제(27일)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수능 영어에 절대평가를 도입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죠. 영어 사교육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인데, 정작 사교육 시장은 별로 개의치 않겠다는 분위기입니다. 오히려 일선 학교의 혼란만 더 커졌습니다.

김광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일선 중학교 3학년 교실입니다.

학생들은 너무 자주 바뀌는 입시정책 탓에 혼란스럽다고 말합니다.

[박지은/중학교 3학년 : 이번에 수능도 저희부터 바뀌고 좀 먼 이야기이긴 하지만 혼란스러운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영어 외 다른 과목 부담이 더 커질 걸 걱정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습니다.

[부재희/중학교 3학년 : 국어나 수학에 대한 스트레스가 커져서 부담될 거 같아요.]

영어 교사들은 당장 입시 상담에 혼선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습니다.

[방선영/진선여중 영어교사 : 수능이라는 체제가 영어 한 과목만 가지고 운영되는 체제가 아니고 다른 과목들하고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심도 있게 논의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의외로 영어 학원가는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오히려 대학 자체로, 영어 변별력을 키우는 다양한 선발 방식을 도입하게 될 거라며 기대감까지 내비쳤습니다.

[김치삼/영어학원장 : 본고사 부활, 아니면 영어 논술 같은 형태로 해서 변별력이 있는, 자체로 걸러내는 시스템을 활용하지 않겠느냐….]

특히 일부 상위권 대학에서 영어를 잘하는 특목고 학생을 더 우대할 수도 있기 때문에 초, 중학생을 상대로 한 영어 사교육 시장이 더 과열될 것이란 예측도 나옵니다.

[이지정/영어학원 강사 : 초등이나 중등 어머님들이 사교육에 조금 더 매달려서 어떻게 보면 특목고 시장으로 진입하려고 애를 쓰실 것 같습니다.]

앞서 시행 1년 만에 폐지된 수능영어 A, B형 선택 시험과 지난 정권 때 수능 영어시험을 대체한다며 도입된 국가영어능력시험인 NEAT도 졸속 행정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강규한/국민대 영문과 교수 : 1년만 시행을 하고 다시 돌아오거든요. 그 피해는 상당히 큰 거예요. 교육정책이 또 한 번 국민들에게 신임을 잃는 거죠.]

우리처럼 입시 경쟁이 치열한 일본과 중국, 타이완, 러시아 가운데 영어시험에 절대평가를 도입한 나라는 없습니다.

결과에 대해 예단하긴 이르지만,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대책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영상취재 : 유동혁, 영상편집 : 최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