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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유민 아빠 단식 중단' 더 반기는 새누리당

[취재파일] '유민 아빠 단식 중단' 더 반기는 새누리당
8월 28일 아침 7시 40분쯤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 하나가 전달됐습니다. '유민 아빠' 김영오 씨가 단식을 중단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을 위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에 들어간 지 46일째 만입니다.

● 與, 즉각 "환영"…野, 긴급 대책회의

공식 환영 입장을 먼저 밝힌 것은 야당이 아니라 여당인 새누리당이었습니다.

새누리당 권은희 대변인은 8시 55분 국회 브리핑을 통해 "새누리당은 김영오 씨의 단식 중단을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천만 다행한 일"이라며 "빨리 건강을 회복하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새누리당 윤영석 원내대변인도 비슷한 내용으로 잇따라 브리핑을 했고,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영오 씨가 요구했던, 유가족의 요구를 충실히 반영하는 세월호 특별법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가져본다"고 말했습니다.

그 시각 새정치민주연합은 긴급 원내대책회의를 소집했습니다. 브리핑은 서면으로 대체했습니다. 대변인 명의로 된 서면 브리핑의 내용은 "국민과 함께 김영오 씨의 단식 중단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새누리당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야당도 여러 차례에 걸쳐 단식 중단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긴 했지만, 당시 상황만 놓고 보면 분명 새누리당의 표정이 훨씬 밝아 보였습니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의원이 동조 단식에 들어가는 등 그동안 야당이 김영오씨의 단식 중단을 '주도적으로' 요구해 왔다는 점에서 의아스럽게 다가왔습니다.

● 與, '단식 중단'은 '1석 3조'?

왜 그럴까? 최근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정국 주도권 싸움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이완구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는 25일과 27일, 두 차례에 걸쳐 세월호 유가족을 직접 만났습니다. 양측 모두 "아직 어떤 성과도 없다", "기존 입장만 확인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새누리당 안팎에서는 '협상에 진전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나아가, '9월 1일쯤, 늦어도 다음 주 중에는 타결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면담을 마친 뒤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와 유가족이 환하게 웃거나 포옹하는 등 양측의 표정이 나쁘지 않았다는 점이 이런 관측에 설득력을 더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런 '화해 모드' 속에서 김영오 씨의 단식 중단이 결정된 터라, '자기들의 공(功)'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 새누리당 안에선 '김영오씨의 단식 중단이 어떻게든 앞으로 협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합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달라'는 유가족의 입장과, '사법 체계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여당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에서, '김영오 씨의 단식 중단'이 돌파구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즉,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단식하던 김영오씨가 먼저 단식을 풀었으니, 우리도 조금 더 양보하자'는 논리를 앞세우면 당내 강경파 설득이 쉬울 것이란 분석입니다. 새누리당의 한 원내 인사는 "새누리당과 유가족 사이에 불신이 해소되고 신뢰가 쌓여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해, 이런 분석을 뒷받침했습니다.

이에 더해, 새누리당은 김영오씨의 단식 중단을 야당 공세의 고삐로 삼았습니다. "문재인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은 동조 단식을 그만두고, 이제 국회로 돌아오라", "새정치연합은 장외 투쟁을 중단하고 민생 법안 처리에 동참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정국 주도권'에 '향후 협상', '야당 공세'까지 '1석 3조'의 카드인 셈입니다.

그래픽_국회


● 野 내홍 심화…투쟁 동력 약화?

새정치연합은 '김영오 씨의 단식 중단' 소식이 전해지자, 당장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긴급 원내대책회의를 소집하기는 했지만, 김영오 씨가 '몸을 추스르고 다시 광화문으로 돌아가겠다'고 한 만큼 '장기전'에 대비해야 하는지, 아니면 새누리당과 유가족 사이의 협상에 뭔가 진전이 있는 것인지 가늠하지 못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앞서 새정치연합은 여당과 야당, 유가족 대표가 참여하는 '3자 협의체' 구성을 요구했으나, 새누리당의 반대로 구성되지 못했습니다. 그 사이 새누리당과 유가족이 직접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음으로써, 새정치연합은 '옆으로 비켜나 있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습니다.

잠시 혼란스런 틈을 타, 내홍도 심해졌습니다. 김영오 씨의 단식 중단을 빌미로 '장외 투쟁을 접어야 한다'는 당내 온건파의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박영선 원내대표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는 박지원 의원까지 트위터를 통해 장외 투쟁 중단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온건파의 주장에 더욱 힘이 실렸습니다.

당 지도부는 적어도 이번 주말까지는 장외 투쟁을 벌여나가겠다고 결정했습니다. "새누리당의 입장 변화가 없는 만큼, 거리로 나가 국민에게 야당의 생각을 계속 전하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외통수'에 갇혀 어쩔 수 없는 선택을 내린 것이란 해석도 있습니다. 새누리당과 유가족이 양자 협상을 하는 상황에서, 야당이 할 수 있는 것은 '장외 투쟁을 통해 유가족에게 힘을 더 실어주는 것' 뿐이라는 해석입니다. 하지만 당 지도부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일부 온건파 의원은 거리로 나가지 않은 채 의원회관에 따로 모여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당 내에선 투쟁 동력이 급격히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유민 아빠'의 단식 중단 결정은 여당을 위한 것도, 그렇다고 야당을 위한 것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유민 아빠의 큰 결심' 앞에 이제는 정치권이 '결심'해야 할 때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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