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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무제한 통화라더니…실제론 제한 요금제

[취재파일] 무제한 통화라더니…실제론 제한 요금제
지난해 초부터 국내 이동통신3사는 일제히 무제한 음성통화가 적용된 요금제를 내놨습니다. 스마트폰이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의 이용행태가 데이터 위주로 바꼈기 때문입니다. 이통사들도 음성통화량 보다는 데이터 제공량을 놓고 서로 경쟁하면서, 수익도 데이터 요금에서 취하는 구조로 바뀌기 시작한 겁니다. 상당수 소비자들도 요금제를 선택할 때 한달에 얼마의 데이터량을 제공하느냐가 중요한 기준의 하나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만큼 음성통화는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요금제가 많이 늘어난 것이죠.

그러나 무제한 음성통화는 실제로는 무제한이 아닙니다. 국내 이통3사는 음성통화를 제한하는 기준을 갖고 있고 이는 음성통화 무제한이 적용되는 대부분의 요금제에 모두 적용되는 기준입니다. 저도 음성통화가 무제한인 요금제를 쓰고 있기 때문에 해당이 됩니다. 그리고 이통3사의 기준이 모두 동일합니다. 한달 음성통화량이 10,000분(약 166시간)을 넘거나, 한달간 음성통화의 수신처가 1,000회선을 넘는 경우 등입니다.무제한 통화가 '불법적, 상업적 목적에 악용되는 것을 막는다'는 이유에섭니다. 즉 텔레마케팅이나 폰팅, 피싱 같은 목적에 활용되면 안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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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준에 대해서 통신사들은 '일반적인 휴대전화 사용자라면 쓸 수 없는 통화량'이기 때문에 불법적이거나 상업적인 용도로 의심할 수 밖에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한달에 166시간 이상 통화라면 매일 5시간 이상을 통화해야하고, 통화 하는 대상이 대부분 겹치기 때문에 1,000회선씩이나 통화할 일은 거의 없다는 겁니다. 일견 타당성이 있는 것처럼 들리기는 하지만 이런 기준이 있다는 것 자체를 일반 가입자들은 대부분 모르고 있다는게 첫번째 문제입니다. 통신사들은 요금 약관에 포함돼 있다고 주장하지만 음성 통화가 무제한인 요금제에 가입할 당시에 이런 설명을 듣는 소비자들은 거의 없습니다. 또 통신사 홈페이지의 요금제 설명에도 '불법적, 상업적 목적이 확인될 경우에 제한될 수 있다'라는 문구만 작게 써 있어서 제대로 찾아보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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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엉뚱한 피해자들이 양산되고 있다는 겁니다. 먼저 택배 배송 기사 분들입니다. 하루에도 100통이 넘는 전화 통화를 할 때가 많다고 합니다. 택배가 도착하기 전에 '택배기사인데 언제쯤 도착할 예정인데 그 시간에 집에 계시냐?' 이런 전화는 아마 많은 분들이 자주 받아 보실 겁니다. 이런 경우 통화 시간은 짧지만 횟수는 매우 많습니다. 하루에 100 집에 배달한다고 하면 열흘만 일해도 1,000통화는 넘게 됩니다. 이통사들이 만들어 놓은 기준인 '월 1,000회선 초과 통화'에 걸리게 됩니다.

두번째는 시각 장애인분들입니다. 저도 이번에 취재를 하면서 알게 됐습니다만 시각 장애인들을 위한 전화 복지 서비스가 많이 있습니다. 주로 신문이나 책 등을 음성으로 들을 수 있게 전화로 제공하는 콘텐츠들입니다. 아무래도 눈으로 읽는 속도보다는 음성으로 듣는 속도가 느릴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통화 시간이 길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시각 장애인들에게는 전화를 통해 듣는 신문과 책이 지식과 정보를 얻는 중요한 통로가 될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무제한 음성통화 요금이 나왔을 때 반가워했던 분들 중에 시각 장애인 분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하루 5-6시간 정도 신문이나 책 음성 서비스를 사용하시는 분들은 '월 10,000분 통화'라는 제한 기준에 걸리게 됩니다.

통신사들은 '불법적, 상업적 이용이 아니라고 입증되면 제한을 풀 수 있다'고 해명합니다. 하지만 제보를 주신 택배기사분이나 시각장애인분은 아무리 설명을 해도 '안된다'는 이야기 밖에 들을 수가 없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또 통신사별로 일정 기간 내에 유심을 바꿨거나 기기변경을 했다거나 하는 경우에는 제한을 풀어 줄 수 없다는 내부 기준도 있다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정상적 사용'이냐 '비정상적 사용'이냐를 입증하는 책임은 소비자가 아닌 통신사가 지는게 맞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일괄적으로 제한 사용량에 가까워지는 가입자들에게 '경고성 문자'를 보낼 게 아니라 처음부터 이런 제한 기준이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리고 정말로 '불법적, 상업적 악용'인지 여부를 통신사가 면밀히 검토한 이후에 확인이 되면 적용하는게 맞는 것 같습니다. 또 이통3사가 똑같이 무제한 요금제에 제한을 걸어둔 기존 기준도 엉뚱한 피해자가 생길 수 있는 것은 아닌지 재검토해서 기준을 바꿔야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통사가 정한 기준을 넘어서면 추가 요금을 물리겠다고는 하면서, 그 기준에 해당하는 통화량을 다 쓰지 않은 소비자에겐 요금 일부를 돌려주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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