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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가뭄, 美 서부가 솟아오른다

[취재파일] 가뭄, 美 서부가 솟아오른다
사상 유례가 없었던 극심한 가뭄에 지각에도 변형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면서 미국 서부 지역 전체가 솟아오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UCSD) 스크립스 해양연구소(Scripps Institution of Oceanography) 연구팀은 최근 미 서부 전 지역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 가뭄으로 인해 미 서부 지역이 마치 감겨있던 스프링이 풀리는 것처럼 부풀어 오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 논문은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온라인 판 최근호에 실렸다(Borsa et al, 2014).

논문에 따르면 연구팀은 미 서부에 설치돼 있는 770여개 GPS의 높이 변화를 분석했다. 자료를 분석한 기간은 지난 2003년부터 2014년 3월까지 11년이다(아래 그림 참조, 자료 : Borsa et al,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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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설명 : GPS의 높이 변화 시계열, 빨간색 굵은 실선은 중앙값 >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GPS의 높이가 시간에 따라 변하는 가운데 맨 오른쪽인 2013년부터 2014에는 지속적으로 높이가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GPS 높이가 높아지는 현상은 특정지역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미 서부 전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다(아래 그림 참조, 자료 : Borsa et al,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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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설명 : 지역별 GPS의 높이 변화 분포, 푸른색-하강, 붉은색-상승 의미>

땅이 솟아 오른 높이는 미 서부지역 평균 4mm, Sierra Nevada 산악지역은 최고 15mm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떻게 미 서부 전 지역의 땅이 솟아오르고 있는 것일까? 연구팀은 일부 특정 지역이 아닌 미 서부 전 지역이 솟아오르고 있는 점을 고려할 경우 화산 활동이나 지각 판의 운동에 의한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화산 활동이나 판 운동에 의한 변형은 넓은 지역 전체가 아닌 일부지역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연구팀이 생각한 것은 땅을 누르고 있던 하중의 변화다. 무겁게 누르고 있던 무엇인가가 지난해부터 사라지면서 눌려있던 용수철이 펴지듯이 땅이 부풀어 올랐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최근 지각 하중의 변화를 일으킨 것은 바로 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땅에 있는 물은 토양 수분이나 지하수, 강물, 만년설, 빙하, 식물 생체 내 수분 등 다양하다. 그런데 최근 가뭄이 계속되면서 이렇게 물 저장량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하중이 변해 지각이라는 탄성체의 변형을 유도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미 서부 지역의 부족한 강수량을 분석한 결과 GPS의 높이변화 패턴과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수량 부족이 심한 지역일수록 GPS 높이 변화가 크게 나타났다. 특히 Sierra Nevada 산악지역처럼 15mm나 솟아오른 지역은 평상시 이 지역 전체를 덮고 있던 50cm 높이의 물이 올해는 사라진 것으로 연구팀은 보고 있다. 2014년 3월 현재 미 서부지역에서 평년에 비해 부족한 물의 양은 240기가 톤(Gt)이나 된다. 미 서부 전 지역을 10cm 높이로 덮을 수 있는 물이 올해는 부족한 것이다.

엘니뇨가 당초 생각만큼 강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는 적어도 우기인 겨울철이 오기 전까지 미 서부 지역에 비다운 비가 내릴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미 서부 지역에 10cm 즉, 100mm의 비가 내리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특히 Sierra Nevada 산악지역에 50cm, 500mm의 비가 내릴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당분간 가뭄이 지속되는 만큼 땅은 더욱 솟아오를 전망이다.

땅이 솟아오른다는 소식에 일부에서는 지진에 대한 걱정도 커지고 있다. 지진이 발생하는 단층 주변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하중이 변화하면서 땅이 솟아오를 경우 지진 활동이 활발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구팀은 가뭄으로 인한 하중의 변화는 평상시 지각의 판 운동에 의해 지각에 쌓이는 스트레스에 비해서는 매우 작기 때문에 미 서부에 위치한 San Andreas 단층에서의 지진 활동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논문이 출판된 뒤 3일 뒤인 지난 8월 24일 San Andreas 단층대인 샌프란시스코 북북동 쪽 50km 지역에서 규모 6.0의 강진이 발생했다(South Napa Earthquake). 논문은 6월 20일 투고해 8월 21일 출판됐다. 가뭄이 지진에까지 영향을 준 것일까?

<참고문헌>
* Borsa, A.-A., D.-C. Agnew and D.-R. Cayan, 2014 :  Ongoing drought-induced uplift in the western United States. Science, doi: 10.1126/science.1260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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