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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위급상황 활용 '전신주 정보', 엉뚱한 장애물이 '딱'

119, 112 신고에 활용, 가리지 마세요!

[취재파일] 위급상황 활용 '전신주 정보', 엉뚱한 장애물이 '딱'
전신주를 보면, 성인 키보다 조금 높은 위치에 '위험'이라고 적혀있는 팻말이 있습니다. 한두번쯤은 보셨을 겁니다. 위험이라는 글자 아래는 두칸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상단의 숫자-알파벳으로 이뤄진 것은 전신주의 고유번호입니다. 하단의 한글과 숫자로 구성된 것은 전신주의 좌표번호입니다. 모두 GPS와 연동돼 있습니다. 둘 중 어느 하나라도 알면, 한전에서는 어디에 있는 전신주인지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119는 2006년부터, 112는 지난해부터 전신주 정보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응급상황이어서 신고할 때, 마땅히 알릴 지표가 없거나, 주소가 특정되지 않을때 전신주 정보를 불러주시면 됩니다. 전신주 사진을 찍어서 119에 문자메시지를 보내셔도 됩니다.(이 문자 서비스는 언어 장애가 있는 분들을 위해 만들어진 신고 제도입니다.) 실제로 전신주 정보를 119 전산망에 입력했더니 불과 1-2초만에 신고자의 위치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주로 지표가 없는 산간 지대에서 전신주 위치 정보를 활용하고 있는데, 전국에 전신주 개수는 무려 870만개입니다. 870만개의 정보를 제대로 활용하는 것 만으로도, 위급상황에서의 출동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소방당국은 설명합니다.

여러차례 보도되긴 했지만, 전신주 위치 정보에 대해서 여전히 모르시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또 알아도 활용하지 못하게 막는 게 있습니다. 엉뚱한 장애물입니다.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장애물, 바로 전단지나 현수막입니다. 전신주를 감싸고 있는 울퉁불퉁한 철판은 전단지를 붙이지 못하도록 만든 겁니다. 그런데 위치정보 팻말 옆에는 그런게 없습니다. 높이도 성인 키, 혹은 그 이상이여서 뭘 얼마나 붙일까 싶지만 정확히 팻말을 가리도록 현수막을 걸쳐놓은 곳이 적지 않았습니다. 한전에서 공사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만든 발판용 못을 현수막 걸개로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현수막을 혹여 누가 떼기라도 할까봐 아래쪽은 실로 칭칭 동여매고, 우산을 꽂아 고정시켜놓은 곳도 있었습니다.

시설물이 가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신주에 파이프가 붙어 있는 경우 보신적 있으십니까? 미관 등의 이유로 전기를 전선으로 받지 않고, 땅으로 받으려고 만들어놓은 시설물입니다. 건물주 등이 개별적으로 설치하는 과정에서 위치 정보를 정확히 가리는 황당한 경우가 발생합니다. 전신주에 연결한 각종 통신선, 케이블선 보호관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체 숫자가 다 보여야 위치 정보로 활용할 수 있는데, 딱 절반을 가리도록 설치하는 겁니다. 가게 입간판을 높이 설치하려고 얇은 철기둥을 세워 붙여놓는 황당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불법, 편법 시설물이 아닌데, 같은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전신주에 보안등을 설치하기 위해 철근을 사용하는데, 이 철근이 위치 정보를 가린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보안등은 관할 구청에서 설치합니다. 구청에 문의했더니, 어쩌다 가린 것 같다면서 바로 옮기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작 이 팻말이 어디에 사용되는지는 전혀 알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관리가 부족한 것도 있습니다. 팻말의 숫자, 글자가 이미 다 지워진 경우가 있었습니다. 누군가 일부러 떼어놓은 듯 덜렁이는 것, 공사 중 훼손된 것처럼 보이는 누더기 팻말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위치 팻말이 두개나 붙어있는 전신주도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숫자가 다르진 않습니다. 원래 설치한 팻말에 미관상, 혹은 기능상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서 한전이 추가로 붙여놓은 겁니다.  한전은 5500여명의 직원들이 전신주를 관리하고 있지만, 전단지나 개별 시설물, 통신 케이블까지 확인하기에는 역부족이어서, 이렇게 사후 관리를 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응급상황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위치 정보가 이미 곳곳에 있습니다. 우선 잘 알고 있어야 활용할 수 있겠죠. 하지만, 활용할 수 있도록 평소에 관리를 잘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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