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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백만장자 집에서 10억 금품 훔친 도둑 "모두 짝퉁이었다"

[월드리포트] 백만장자 집에서 10억 금품 훔친 도둑 "모두 짝퉁이었다"

이달 초, 미국 텍사스 주에 사는 한 백만장자의 집이 도둑에게 털렸다는 기사가 지역 방송을 통해 보도됐습니다. 돈 많은 사람이 도둑에게 털리는 게 방송까지 날 일인가 싶어 유심히 들여다봤습니다. 역시 기사의 포인트는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피해자는 과거 미스 텍사스 출신이자 돈 많은 상속자였습니다.

게다가 도둑에게 털렸다는 벽장 (Closet)의 면적은 3천 스퀘어 피트 그러니까 280제곱미터나 됐습니다. 어느 정도 크기인지 잘 가늠이 안 되실 텐데, 옛날에 썼던 평형으로 따지면 85평 가량 됩니다. 그리고 3층으로 만들어진 이 벽장은 각 층마다 화려한 유선형 계단으로 연결돼 있었습니다. 선반마다 명품 가방과 옷들이 있고 곳곳에 보석과 시계들이 놓여 있었습니다. 너무 양이 많다 보니까 도둑도 다 가져가지도 못했던 겁니다.


당시 방송에서 피해자인 테레사 로이머는 인터뷰를 통해 도둑들이 값 비싼 명품보석들과 가방만 골라 가져갔다면서, 돈도 돈이지만 자신의 추억이 담긴 물건이라면서 돌려달라고 호소했습니다. 특히 도난 당한 롤렉스 시계 박스 안에는 2006년 자동차 사고로 숨진 19살 아들의 머리카락 한 줌 가량이 들어있었는데 도둑이 그것까지 가져갔다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마도 방송에서 그녀의 벽장을 보는 순간 시청자들이 잠시 가졌던 이 백만장자에 대한 막연한 반감을 충분히 날려버릴 만했습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섰는데, 피해자인 로이머의 진술을 토대로, 도난 당한 명품이 대략 백 만 달러, 우리 돈으로 10억 원어치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게다가 명품이 가득 찬 벽장에는 곳곳에 CCTV가 달려 있었는데, 금품을 훔쳐 가는 도둑도 화면에 잡혔습니다. 하지만 너무 어두워 얼굴은 제대로 식별되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이 화면을 방송에 보내고 비슷한 인상착의를 가진 남성이나 여성을 알고 있다면 신고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로부터 두 주가 지난 오늘 매우 흥미로운 기사가 보도됐습니다. 당시 그 집을 털었던 도둑이 ‘휴스턴 프레스’라는 언론사에 제보한 겁니다. 전화에 음성 변조기를 달아 굵직한 목소리로 텍사스 백만장자 집을 턴 사람이 자신이라면서 ‘자신이 훔친 금품들이 모두 가짜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전화를 받은 기자가 그 말을 믿기 어렵다고 말하자 이 도둑이 ‘그럼 자신이 훔친 금품 몇 개를 보내겠다’고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는 겁니다.

며칠 뒤 정말 노란 봉투 하나가 이 기자에게 배송됐습니다.  안에는 남성 손목 시계와 보석 등 15개의 금품이 들어 있었습니다. 감정 결과 모두 가짜였습니다. 그러니까 10억 원에 달한다던 명품들이 알고 보니 소위 ‘짝퉁’이었던 겁니다. 게다가 금품과 함께 도난 당했다는 죽은 아들의 머리카락도 동봉돼 있었습니다. 확실히 로이머 집을 턴 도둑이라는 점이 입증된 겁니다.

그런데, 이 도둑은 제보한 이유를 묻는 기자 질문에 새로운 사실 하나를 더 털어놨습니다. 금품을 털고 나서 이 장물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이 금품들이 모두 ‘짝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겁니다. 그러던 차에 방송을 보다 보니 피해자인 로이머가 방송에 나와 10억 원어치의 금품을 도난 당했다고 주장하는 것을 보고 로이머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고 합니다. 자신에게 5억 원을 주면 훔친 물건을 모두 돌려줄 것이며, 언론에도 이를 알리지 않겠다고 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로이머는 이 제안을 거절했고, 그래서 언론에 제보했다는 겁니다.

이 도둑은 아마도 이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로이머가 짝퉁을 도난당하고는 진품을 도난 당했다고 신고해 보험 회사로부터 10억 원을 챙기려 하는구나.”라고 말입니다. 만일 이 도둑의 생각이 맞다고 한다면 로이머는 왜 그런 제안을 거절했을까요? 도둑이 감히 제보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요? 그 부분은 보도에서도 나오지 않아 알 길이 없습니다. 다만, 로이머는 도난 사건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방송됐으니 그 도둑도 장물을 처분하기 곤란할 겁니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도난 당한 금품이 모두 짝퉁이라는 이 도둑의 제보에 대해 로이머의 답변은 무엇이었을까요? 지역 언론 기사를 뒤지다 보니 인터뷰를 한 언론사가 있었습니다. “그 도둑이 (훔친 금품이) 모두 가짜라고 했지만 그렇지는 않아요. 물론 제가 가지고 있는 모든 물건이 다 명품들은 아니죠. 여러분도 벽장 안에 도나 캐런 (유명 디자이너)의 드레스를 갭 (미국 중산층들이 즐겨 입는 중저가 옷) 청바지와 함께 넣어 놓잖아요. 아마 그 도둑은 저를 계속 괴롭힐 생각인가 보죠.”라고 말했습니다.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는 모르지만, 이상하게도 큰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언론사에 제보한 도둑의 주장에 왠지 더 신뢰성이 갑니다. 다만, 그 도둑의 주장이 옳은 것으로 드러난다면, 자신이 그토록 외부에 공개하길 꺼리던 3층짜리 명품 벽장을 언론에까지 공개한 로이머의 눈물 섞인 호소는 명품 연기라는데 이견은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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