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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젊음열기'에 즉흥연설 화답…청년들 고민 경청

김대건 생가 헌화·묵상…한 시민 소지품 떨어뜨리자 직접 주워 건네

교황, '젊음열기'에 즉흥연설 화답…청년들 고민 경청
"지치셨나요? 계속 해도 되겠습니까?"

프란치스코 교황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방한 이틀째인 15일 오후 충남 당진 솔뫼성지에서 열린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에 참석해 아시아 청년들을 만난 자리에서다.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가 환영사를 통해 "우리의 친구이자 연인이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이십니다"라고 교황을 소개하자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인 교황은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아시아 청년들의 모습에 뿌듯한 표정을 지어보이기도 했다.

평소 젊은이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여 온 프란치스코 교황은 연설문을 읽다가 갑자기 "피곤하십니까"라고 묻고는 원고가 적힌 종이를 들어보이며 영어로 "제 절친한 친구가 제게 젊은이들에게는 종이를 통해 말하면 안 되고 직접 즉흥적으로 마음속으로부터 말해야 한다고 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영어가 짧아서 이게 쉽지 않다"던 교황은 "여러분께서 원한다면 즉흥적으로 말씀을 드려보겠다"면서 이탈리아어로 즉흥 연설을 시작했다.

교황은 이후 30분간 원고 없이 "여러분의 가족을, 형제를, 이웃을 사랑하세요", "남북이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는데 희망이 있습니다" 등의 메시지를 전했다.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위해 침묵 속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기도하기도 했다.

교황은 즉흥연설 말미에 다시 영어로 "이 세상을 보면 일과 권력, 이런 것도 중요하지만 지친 사람, 가난한 사람, 남을 위해 일하고 기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회에서는 인도네시아의 전통 춤 공연과 제주교구의 공연 등과 함께 캄보디아와 홍콩, 한국의 청년 3명이 청년 대표로 교황에게 가톨릭 신자로서의 소명과 삶의 가치관 등에 대한 고민을 발표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교황의 즉흥 연설은 이들 청년의 고민에 대한 교황의 답이기도 했다. 교황은 수첩을 꺼내 메모하면서 이들의 발표 내용을 경청했다.

전날에 이어 이틀째 빡빡한 일정이 이어졌지만 교황은 '젊음의 열기'를 한 몸에 받아서인지 전혀 지친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전날 청와대 연설 당시 보였던 모습보다 기운이 넘치고 기쁨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이날 오전 대전에서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를 집전한 교황은 세종시 대전가톨릭대에서 아시아 청년들과 오찬을 가진 뒤 헬기를 타고 당진 솔뫼성지로 이동했다.

솔뫼성지 입구 주차장에서 지붕이 없는 카니발 무개차(오픈카)로 갈아 탄 교황은 한국인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신부의 생가 앞까지 늘어선 5만여명의 인파에 환한 미소로 손을 흔들어 화답했다.

김대건 생가 근처에 도달해 차에서 내린 교황은 직접 자신의 검은색 가방을 가지고 내린데 이어 생가 앞까지 30m가량을 가방을 들고 걷는 등 소탈한 행보를 이어갔다.

이어 김대건 생가에서 헌화와 묵상를 한 교황은 한 어린이가 건네는 은으로 만든 무궁화꽃을 받아 들고는 어린이를 안아 올리고 환한 미소로 볼을 비볐다.

이후 경호용 바리케이드를 따라 50m가량 천천히 걸으며 "비바 파파!"(Viva Papa, 교황 만세)를 연호하는 사람들과 일일이 손을 잡고 어린이의 머리를 쓰다듬거나 이마와 볼에 입을 맞췄다.

교황과 손을 잡으려고 손을 내밀던 한 시민이 소지품을 바리케이드 바깥으로 떨어뜨리자 직접 허리를 굽혀 물건을 주워주기도 했다.

교황의 손을 잡았다는 김순경(47)씨는 "그 순간 눈물밖에 나오지 않았다. 감사하고 행복했다"면서 "교황의 소탈하고 검소한 모습을 직접 뵈니 더욱 감격했고 우리나라 성직자들이 보고 배워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충남 계룡시에서 7살 난 딸과 함께 온 박소연(42)씨는 "나라가 힘든 상황에 오셔서 평화의 메시지를 전해 주셔서 좋았다"며 "건강히 계시다가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당진·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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