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월드리포트] 사상 가장 흉측한 표어…‘네 부인 옆에 딴 남자가 자게 돼’

[월드리포트] 사상 가장 흉측한 표어…‘네 부인 옆에 딴 남자가 자게 돼’
한 십여 년 전에 봤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차량 뒷자리 안전벨트 착용'을 권고하는 공익광고였습니다. 그런데 그 강도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화면은 이렇게 전개됩니다.

어머니와 3남매가 차를 타고 길을 나섭니다. 운전자는 큰 딸이었습니다. 아직 초보 운전자였습니다. 어머니는 딸에게 운전을 가르칠 겸 조수석에 앉았습니다. 생기발랄한 두 동생은 뒷좌석을 차지했습니다. 언니의 미숙한 운전을 놀리기도 하고, 둘이서 장난도 칩니다. 사랑이 넘치는 훈훈한 가족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순간 사고가 납니다. 동생들과 농을 주고받느라 전방을 제대로 살피지 않던 언니가 골목길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화물차를 보고 급정거를 합니다. 그 서슬에 뒷자리의 동생이 앞으로 튕겨져 나와 그만 조수석에 앉아있던 어머니의 뒷머리를 그대로 들이 받습니다. 화물차와 부딪히기는 했어도 충돌이 심각하지는 않아 세 자녀의 부상은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뒷머리가 거의 없어진 채 즉사했습니다. 이 모습을 본 세 자녀는 경악해 비명을 지릅니다. 그 순간 검은 바탕에 문구가 떠오릅니다. "이래도 뒷자리에서 안전벨트를 안 매시겠습니까?"

물론 연출된 화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며칠 동안 마지막 장면이 계속 머리 속에 떠오를 만큼 충격적이었습니다. '차량 뒷자리에 앉아도 안전벨트를 꼭 매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이 공익광고가 노린 효과입니다.

그렇다 해도 '좀 심하다'는 느낌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속이 메스꺼울 만큼 잔인한 화면을 보여줬어야만 하느냐는 불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공익광고를 빙자해 스너프 필름(사람을 살해하거나 성폭행하는 장면을 여과 없이 찍은 영화)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반감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실제 당시 이 공익광고를 놓고 세계적으로 논란이 일었습니다. '충격 요법을 통해 주제를 대단히 선명하게 전달 한다'는 찬성론과 '지나치게 잔혹한 장면으로 필요 이상의 거부감을  준다'는 반대론이 맞섰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류의 광고는 더욱 충격적으로 변해 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담배의 유해성을 알리는 광고입니다.

담배의 영향으로 후두암에 걸린 중년 여성은 숨을 쉬기 위해 목에 구멍을 뚫었습니다. 목소리도 낼 수 없어 그 구멍에 발성판을 대고 이상한 전자음으로 말합니다. 그런데도 담배를 끊지 못해 목에 낸 구멍을 통해 담배를 피웁니다. "저처럼 되고 싶으세요?"

음주운전의 폐해를 선전하는 광고도 마찬가지입니다. 교통사고가 나고 화면은 피 칠갑을 합니다. 단란한 가정은 풍비박산이 납니다.

도박의 중독성, 아편의 위험 등등 그런 류의 광고는 잔인함의 극을 향해 치닫고 있습니다.

얼마 전 중국에서 한 안전 표어가 화제가 됐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흉측한 안전표어'라며 웨이보, 웨이신 등 중국의 SNS를 들끓게 했습니다.

문제의 표어는 중국 광둥성 선전시 한 지하철 작업장 문 앞에 붙어있습니다. 한 시민이 우연히 표어를 보고 그 내용에 경악해 사진을 찍어 올렸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그대로 번역해보겠습니다.
"친애하는 근로자 여러분, 작업장에서의 안전에 유의해주시기 바랍니다.

일단 사고가 나면 당신의 부인 옆에 다른 남자가 자고 있고, 그 놈이 당신의 아이들을 두드려 패며, 당신의 사고 보상금을 써 없애는 꼴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작업장에서의 안전 주의는 당신 자신을 위한 것입니다."

이 표어가 중국의 SNS에 오르자 단 2시간 만에 2천 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찬성부터 반대까지 다양했습니다. 대표적인 것들을 소개해보죠.

"창의적이다", "통속적이어서 확 와닿는다", '간단명료하고 정곡을 찌른다", "마음에 직격탄을 날린다", "일격으로 마을을 사로잡는다" 등등 찬동 내지는 칭찬하는 댓글이 많았습니다.

"개혁·개방의 창문이었던 선전이니까 이런 파격적인 표어가 나왔다", "선전에서 나왔다니까 그리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등 항상 중국에서 가장 실험적인 선전의 분위기로 표어가 나온 배경을 분석하는 글도 있었습니다.

반면 '사상 최악의 흉측한 표어'라는 비난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따위 표어는 읽는 사람의 심정은 고려하지 않나", "작업에 나서는 근로자의 존엄성은 고려조차 하지 않는 글이다" 등등.

현지 기자가 해당 작업장의 관리 책임자인 왕모 씨에게 이런 표어를 내걸게 된 배경을 물었습니다.
"이전의 표어들은 일반적이고 평범한 내용이었습니다. 근로자들이 아예 신경도 쓰지 않았습니다. 설사 읽어도 아무 인상이 남지 않는 눈치였습니다. 있으나마나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표어는 전하고 싶은 요점을 명확하게 전달해 한 마디로 정곡을 찌릅니다. 근로자들의 피드백도 분명했습니다. 매일 보는 표어인데도 한 번은 눈에 담고 들어갑니다. 쉽고 분명하게 내용을 알아듣고 경각심을 가지게 됩니다. 표어로서는 '최고 효과' 아닙니까?"

이 표어의 아이디어를 어떻게 내게 됐는지에 대해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제가 만들어낸 내용이 아닙니다. 근처 작업장에서 흔히 떠돌고 쉽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누구나 아는 경험을 표어에 담았을 뿐입니다. 사실 저보다 앞서 비슷한 내용의 표어를 내건 작업장이 있었습니다. 다만 제가 만든 표어가 가장 직접적으로 분명하게 메시지를 드러내 화제가 된 것으로 여겨집니다."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무감동, 무관심의 사회에서 이 정도로 독한 표어가 있어야 원하는 메시지가 전달되는 만큼 찬성하십니까? 아니면 근로자의 인격을 비하하고 괜한 겁을 줘서 관리 목표를 이루려는 비인간적인 표어라며 반대하십니까? 각자의 입장에 따라서 의견이 분명하게 엇갈리겠죠.

중국 한 네티즌이 이 '사상 최악의 흉측한 표어'를 패러디했습니다. 아이디어가 반짝입니다. 이 표어를 소개하는 것으로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요즘 화제가 된 안전 표어를 고위 관리들의 책상 위에도 붙여놔야겠습니다. 내용은 이렇게 고쳐서요. '뇌물을 탐하다가는 당신의 세 번째 애인 옆에서 다른 남자가 자고 있고, 그 남자가 당신 자식의 계부가 돼서, 당신이 숨겨뒀던 돈을 다 써버리는 꼴을 보게 될 것이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