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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거짓말 전하고도 장관 된 황우여 의원, 눈감아준 동료 의원님들

위증 논란, 그리고 끈끈한 동료애

[취재파일] 거짓말 전하고도 장관 된 황우여 의원, 눈감아준 동료 의원님들
● 황우여 후보자, 법사위 재직 중 7건 '변호인' 등록

황우여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리기 이틀 전, 황 후보자가 국회법을 어기고 변호사 활동을 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 기사 링크

국회법은 자신이 소속된 상임위원회와 관련된 의원의 영리 활동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해충돌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현직 국세청 직원이 세무사를 할 수 없고, 현직 판사가 변호사 업무를 해서는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법원과 검찰을 소관 부처로 두고 있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은 영리 목적의 변호사 활동을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확인 결과 황우여 후보자는 국회 법사위원이었던 2011년 6월~2012년 5월 사이 7건의 사건에 '변호인'으로 이름을 올려놓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국회법을 위반한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입니다. (황우여 장관은 국회에 보낸 인사청문요청서에 법사위 재직 기간을 2011년 8월~2012년 5월 이라고 기재했습니다. 법사위 재직 기간을 두 달 줄인 셈인데, 왜 이렇게 작성했는지도 의문입니다.)

황 후보자는 함께 합동법률사무소를 운영했던 이 모 변호사에게 법사위에 가니 자신의 이름으로 선임계를 제출하지 말라고 일러뒀는데, 이 변호사가 허락 없이 자신의 이름을 사용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황 후보자 본인은 2011년 11월쯤 자신의 이름이 무단 사용된 사실을 알았고 이를 막기 위해 11월 29일 아예 변호사 휴업 신고를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 후보자는 2012년에 새로 시작된 2건의 사건에 대해서도 선임계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도 황 후보자는 전혀 모르는 일이고 이 변호사가 자신의 이름을 도용한 것이라는 주장을 계속했습니다. 이런 내용이 전부 SBS 8시 뉴스를 통해 보도됐습니다.


● 황우여 후보자 측 , "법사위원 되기 전 수임했던 사건들…오보다."

보도 다음 날, 황 후보자의 측근이라는 A씨가 전화를 걸어 왔습니다.


[A씨와의 통화 내용]

= A씨 : 우리가 알아 본 바에 의하면 (법사위원의 변호사) 겸직금지는 새로운 사건을 수임하지 않는다는 의미래요. 그런데 지금 임 기자께서 (2012년 수임 사건 빼고 2011년에 해당하는) 5건은 새로운 사건이 아니라, 이미 과거에 수임한 사건인데 이걸 가지고 방송을 하신 것이거든요. [중략] 그래서 지금 여기 저기 난리가 났는데 이 변호사도 그렇고, 그 (인천) 변호사회에서도 그렇고, 지금 그리고...

- 기자 : (정확히) 누가 잘못된 방송이란 말씀을 하고 있는거죠?
= A씨 : 그건 여기 저기서 말하고 있죠. 변호사들이...

- 기자 : 누가요? 정확히 밝혀주시죠.
= A씨 : 제가 밝혀야 하나요?

- 기자 : 어떤 분인지 말해야..(저도 대응을 하죠)
= A씨 : 아니 그거는, 저희는 이왕 나간 거 관계는 없는데.

- 기자 : (그럼) 어느 쪽에서 뭘 하겠다는 건가요?
= A씨 : 그건 기다려보시죠.



'법사위원의 변호사 활동 금지는 사건을 새로이 수임하지 말라는 뜻이고 기존에 수임한 사건을 계속 진행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그런데 국회법을 위반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한 것은 잘못'이라는 취지의 항의 전화였습니다(황 후보자 측의 이런 해석이 맞는지도 의문입니다. 이 부분은 다음에 기회가 생기면 설명하겠습니다). 특히  '변호사들이 난리가 났다'며 '기다려보라'라는 말은 일종의 위협으로 느껴졌습니다.


● 7건 중 6건 법사위원 된 후 선임계 제출…황우여 후보자 '위증 논란'

다음날, 황우여 후보자 본인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같은 취지의 말을 했습니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 후보자  / 2014년 8월 7일 국회 인사청문회

"법사위에 있었을 때 동료 변호사가 이렇게 한 것은 저도 깜짝 놀라서 어제 다시 확인서를 받았습니다. 자기가 사무실 착오임을 또 확인해주고 필요하면 모든 조치를 하겠습니다. 그런데 새로 수임한 것이 아니라 그 전에 수임했던 것이 연계되면서 아마 판결문도 그렇게 나오고 그런 숫자가 7건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제가 좀 더 이것은 살펴봐야 되고 그 후에 다시 또 필요한 조치를 하겠습니다."



청문회에서 거짓말을 하면 위증죄로 처벌받는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황우여 후보자가 한 말입니다. 설마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제가 쓴 기사의 사실관계에 대한 발언이기 때문에 확인을 또 해봤습니다.

황 후보자의 말은 사실과 달랐습니다. 법사위원 재직 기간 중 변호인으로 등록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 7건 가운데 6건이 모두 법사위원이 된 이후 새로 선임계를 제출한 사건이었습니다(2012년 사건 포함). 1건만 빼놓고 모두 새로운 사건을 맡은 것입니다. 황 후보자가 국회 청문회에서 한 말은 거짓된 내용이었습니다.

황 후보자에게 다시 해명을 요구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습니다. 받지 않았습니다. 제게 전화를 걸어왔던 측근 A씨와는 통화가 됐습니다. A씨는 "(황 후보자와 동업했던) 이 변호사가 그렇게 말했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변호사가 지금 연락이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제대로 확인도 안 해보고 사실과 다른 말을 청문회에서 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청문회는 끝났지만 이제라도 확인을 해보겠다고 해 관련 사건의 사건번호를 알려줬지만 여전히 자신들이 확인을 못하겠다는 답만 돌아왔습니다.

결과적으로 황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거짓 증언을 했거나, 정확한 확인도 해보지 않고 자신을 변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거짓말을 전한 셈입니다. 위증 논란이 불거지는 대목입니다.



● "금액 큰 1건만 수임료 받았다"…다른 사건들은 왜 무료로?

황우여 후보자의 다른 수임 내역도 이상하긴 마찬가지입니다. 황 후보자는 2004년부터 2011년까지 다른 두 명의 변호사와 함께 합동법률사무소를 운영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기간 중 2009년에 확인된 것만 53건의 사건에 선임계를 제출하는 등 상당히 많은 사건에 변호인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에 비해 세금 신고, 특히 변호사가 꼭 내야 하는 부가가치세 신고 금액은 너무 적어 보였습니다.

세무사와 검토해보니 사실상 거의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에 대해 묻자 황 후보자 측은 "사건에 이름만 올렸을 뿐, 수임료는 다른 2명의 변호사가 나눠가지고 황 후보자는 받지 않았다. 다만 월 2백만 원씩 고문료만 받았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황 후보자는 2006년에 종결된 토지 관련 소송에 대해서는 승소 판결 이후 의뢰인이 수임료를 주지 않자, 수임료를 달라고 민사소송까지 제기해 수임료를 받아냈습니다. 평소와 달리 왜 이 사건에 대해선 수임료를 그렇게 노력해서 받았냐고 묻자 "액수가 크고 복잡한 사건이어서 그 한 건에 대해서만 수임료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왜 굳이 이 사건에 대해서만 수임료를 받았는지 다른 이유는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동업했던 이 모 변호사에게 수임료 배분과 관련해 황 후보자와 함께 작성한 수임료 배분 약정서를 보여줄 수 있느냐고 묻자, 그런 서류는 없고 황 후보자와 구두로 합의해 배분했다고 주장했습니다.


● 국회의원들의 끈끈한 동료의식…신뢰도 꼴찌인 이유

여러 의혹에도 불구하고 황 후보자는 무난하게 청문회를 통과해 교육부 장관으로 임명됐습니다. 날카로운 질의가 이어졌던 다른 청문회와는 달라도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여당은 그렇다 치고 야당인 새정치연합 의원들마저 잠잠한 모습이 매우 의아했습니다. 저만 그렇게 본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래 기사 제목을 클릭하면 해당 기사로 링크됨]

황우여 전 대표에 대한 '전관예우'...덕담·찬사 오간 청문회(노컷뉴스 / 2014-08-08 조태임 기자)

같은 금배지라서? 웃다 끝낸 ‘황우여 청문회 (채널A / 2014-08-08 신재웅 기자)

아예 솔직한 생각을 털어놓는 의원도 있었습니다.

유인태 의원(새정치민주연합) / 2014년 8월 7일 황우여 교육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사실 지금 우리 후보자께서 국회에 상당한 경륜이 있으셔서 그렇지.. (그게) 아니면 지금 의원들이 소리깨나 지르면서 자료 안 냈다고 (지적할텐데...) 저부터도 진짜 '후보자!' 하고 소리를 지르고 싶은데 [주변 웃음] 지금 참 여러가지 (안)면에 받혀서 많이 참고 있는 것, 이래 가지고 하는 청문회가 무슨 소용이 있어요? 더군다나 국회에서 19년 간이나 [국회의원] 하셨으면서 숱한 청문회 직접 해보셨던 분이 이렇게 자기 청문회에는 아무 기초자료도 안 내놓고 청문회를 하겠다는 건 날로 먹겠다는 거 아니에요?


지난달 아산정책연구원이 발표한 국가기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 조사에서 국회는 10점 만점에 2.85점이었습니다. 조사기관 중 꼴찌였습니다. 지난해의 3.32점에 비해서도 0.46점 더 떨어진 점수였습니다.

여당 대표를 역임한 5선 의원이 청문회에 나와서 확인도 해보지 않고 거짓말을 전해 자신을 변호하려는 국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면에 받혀서 많이 참고 있는' 국회를 보고 나니 이 점수도 국민들이 너무 관대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국회의원들이 국민보다 동료를 먼저 생각하는 한 국회가 신뢰도를 회복하는 건 앞으로도 불가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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