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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싱크홀 불안사회'…싱크홀이 나오면 덮기에 급급한 이유는?

[취재파일] '싱크홀 불안사회'…싱크홀이 나오면 덮기에 급급한 이유는?
또 싱크홀이 생겼습니다. 두 달도 채 안 되는 사이 송파 일대에 나타난 싱크홀이 벌써 5개입니다.

최초 싱크홀은 6월 29일, 방이동 한 도로에서 발생했습니다. 사실 이때만 해도 이게 과연 '싱크홀'로 불러도 되나 싶을 만큼 크기가 작았습니다. 깊이가 불과 10cm정도였으니까요. 싱크홀(Sink hole)은 말 그대로 뭔가 지반을 지탱하던 곳에 공간이 생기면서 벌어지는 구멍입니다.

다음날 방이동의 한 도로가 비슷한 크기로 미세하게 파인 것을 발견했을 때도 서울시는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눈치였습니다.

문제는 세 번째 싱크홀이 발견되기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싱크홀을 직접 촬영한 시민들이 SNS에 사진을 올리는 경우가 급증하면서 서울시의 대응도 빨라졌습니다. 그런데 정작 싱크홀이 나타났다는 현장을 가보면 어딘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유는 서울시가 싱크홀이 생겨난 곳을 바로 바로 메워버렸기 때문입니다. 

싱크홀만 나왔다 하면 빛의 속도로 메우는 서울시. 물론 메울 수 있습니다. 그 구덩이가 이유가 명확하게 밝혀진 구덩이라면 말이죠. 그런데 분명 서울시도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하면서, 바로바로 메워버리는 것은 시민들이 보기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합니다.

서울시의 책임있는 고위공무원에게 싱크홀 대책을 물었습니다. 그 공무원은 "제2롯데월드와 관련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시민들이 불안해 하니 서울시 차원에서 송파지역 싱크홀 발생 원인조사를 철저히 하겠다" 고 말했습니다.

급기야 어제 낮에는 이전에 발생했던 싱크홀과는 비교도 할 수 없게 큰 규모의 싱크홀이 생겼습니다. 불과 제2롯데월드 공사현장에서 1km 떨어진 석촌동의 6차선 도로에서 생겼는데, 깊이만 5m에 이릅니다.

역시 이번에도 빛의 속도로 싱크홀을 메웠습니다. 무려 160톤의 흙을 쏟아부어서 말이죠. 그런데 이번엔 서울시보다 한발 빠른 곳이 있었습니다. 바로 이 구간의 지하철 9호선 시공사인 삼성물산이었습니다. 서울시보다 빨리 현장을 차단하고는 서울시보다 빨리 구멍을 메꾼 겁니다. 뒤에 온 서울시 고위관계자는 "원인조사를 하려면 메운 흙을 다시 파내야 한다"고 토로할 정도로 순식간에 메운 겁니다.
 
요즘 모이기만 하면 싱크홀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다들 석연치 않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물론 싱크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제2롯데월드와 인접한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불안해 하고 있는 겁니다.

정부와 자치단체의 가장 중요한 소임의 하나는 국민과 시민들이 자신들이 살고 있는 곳이 안전하다고 느끼게 해주어야 하는 겁니다. 그리고 심각하게 불안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시민들이 완전히 납득할 수 있게 그 불안의 원인을 파악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 잠실 일대의 싱크홀에 관한 서울시의 대응은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철저히 원인을 조사하겠다면, 싱크홀 현장을 충분히 보존해 놓고 전문가들의 심도있고 면밀한 조사가 우선돼야 할 텐데, 무조건 구멍부터 메우는 모습은 미덥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우리 사회의 싱크홀에 대한 과도한 불안 증세는 싱크홀 그 자체보다, 그 싱크홀에 대처하는 서울시와 삼성물산, 롯데측의 태도가 시민들 보기에 미덥지 않기 때문 아닐까요? 원인을 조사를 하기도 전에 서둘러 싱크홀을 메우는 서울시와 삼성물산, 싱크홀은 제2롯데월드와 상관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롯데의 대응은 시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불안에 떠는 이들에게 납득할 만한 근거도 없이, 무조건 괜찮을 거라고 말하는 건 무책임한 모습입니다. 원인 규명이 쉽지 않겠지만, 이럴수록 더욱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신뢰성 있는 조사가 진행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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