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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앉은 천장·물 새는 건물…갈 길 먼 이주지원

<앵커>

서울 성북구에 있는 한 아파트입니다. 철골 구조물이 다 보이고 물이 새서 곰팡이가 가득합니다. 1971년 지어진 건물로 이주명령이 내려졌지만 여전히 22가구가 살고 있습니다. SBS가 지난 5월, 이런 재난위험 시설에서 위태롭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도한 이후 서울시가 이주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멉니다.

안전이 미래다 연속기획, 최재영 기자입니다.

<기자> 

6년 전 재난위험시설로 지정돼 이주명령이 내려진 안전 E등급 아파트입니다.

천장에 있는 벽지는 새는 빗물에 주저앉고 있고, 집안 곳곳에 곰팡이가 가득합니다.

[거주민 : 생명이 위험하다고 하는데 이런 데 사는 사람이 죽는 게 두려우냐고, 죽는 게 두렵지 않아요. 무너져 차라리 죽으면 편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지…]

이렇게 방치됐던 22세대 중 이주를 희망한 8세대가 6년 만에 이주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구청 공무원 : 세월호 사건 이후에 좀 더 많이 관심을 갖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서울시는 지난 6월에야 안전 E등급 시설물 10개소 90세대를 긴급주거지원대상자로 선정했습니다.

이 중에서 12세대는 이주를 시켰고, 이주 희망 54세대에 대해서는 심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임대주택을 공급하거나, 싼 이자로 보증금을 빌려주는 방식입니다.

덕분에, 재난위험 아파트에서 쫓기듯 나와 여관생활을 하다 새집을 얻게 된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손기종/서울 도봉구 : 다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기분이에요.]

하지만, 상당수 서민들은 여전히 위험한 환경에 그대로 노출돼 있습니다.

한 재래시장에서 20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국수집입니다.

역시 안전 E등급입니다.

[올라가는 길이 얼마나 좁은데, 올라갈 때 힘들걸.]

가파른 계단을 힘겹게 올라가면 컴컴하고 차가운 공간이 나옵니다.

그리고 그 안에 할머니가 지친 몸을 눕히는 조그만 방이 있습니다.

서울시는 이런 비주거용 건물에 대해서도 긴급 이주지원을 하겠다고 했지만, 언제 시행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거주민 : 지원해 준다는 소리는 없어요. 사진만 찍고 가고 무너진다는 소리만 하면서 저런 거(현수막) 갖다 붙여놓고…]

역시 긴급이주지원 대상인 D등급 179곳의 거주 현황은 파악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공무원 : D등급에 대해서는 아직 명쾌하게 실적 관리 등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재산권 행사를 하며 이주를 거부하는 주민을 제외한, 세입자들에 대한 지원은 더 문제입니다.

호당 약 1억 7천만 원에 달하는 임대주택을 당장 확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보증금이라도 지원해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서울시가 지방세의 1%를 적립해 만든 550억 원의 재난관리기금으로 지원할 수 있는데, 이주지원으로 집행한 금액은 지난 2009년 19억 원에 불과합니다.

(영상취재 : 하 륭, 영상편집 : 박춘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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