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마저 외면한 재보선…야당 참패의 원인은?

<앵커>

선거가 막바지로 가면서 나름 선전을 예상했던 야당이 왜 이렇게 참패하게 됐는지 분석을 해 보겠습니다.

진송민 기자입니다.

<기자>

세월호 참사 106일째 치러진 어제(30일) 재보궐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야당의 '세월호 심판론'에 힘을 실어주지 않았습니다.

집권여당만큼 책임이 크지는 않아도, 야당도 정치권의 한 축인데, 반성과 대안 없이 심판만을 거듭 외치는 데 피로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입니다.

공천 난맥상도 야당 참패의 주원인입니다.

새정치 민주연합이 전략공천한 5곳의 성적표를 한번 보시겠습니다.

먼저 '보은공천' 논란을 빚은 광주 광산을의 투표율은 22.3%로, 15개 선거구 가운데 가장 낮았습니다.

또 권은희 당선인의 득표율은 60.6%로, 19대 총선 당시 이용섭 당선인의 득표율 74.7%에 크게 못 미쳤습니다.

다른 4곳의 전략공천 지역도 당선된 수원 정을 제외하면, 17%포인트, 7%포인트 득표율 차이로 완패했고, 기동민 후보의 경우에는 중도사퇴하기도 했습니다.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텃밭에 전략공천된 권은희 당선인을 둘러싸고 "정치적 사후 뇌물죄"란 여당의 공세와 "공익제보자의 순수성이 훼손됐다"는 야당 내부의 비판이 제기됐고, 남편 재산 관련 의혹에 논문 표절 의혹까지 불거졌습니다.

"권은희 후보 당선을 위해 다른 후보들이 제물이 됐다"는 목소리가 야당 내부에서 나오는 이유입니다.

선거 막판 야권연대도 보수층 결집 앞에서 힘을 잃었습니다.

이번 선거 최대 관심지역이었던 서울 동작을의 투표율은 46.8%로 전체 평균 득표율을 크게 상회했습니다.

투표율이 높으면 야당에 유리하다는 통념을 뒤엎고, 야권연대에 맞서 결집한 여당 성향 유권자들이 더 많이 투표소를 찾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야권연대 시기도 문제였습니다.

서울 동작을의 경우에 새누리당 나경원 당선인과 정의당과 새정치연합의 단일후보인 노회찬 후보의 표차는 929표였습니다.

그런데 무효표가 이보다 많은 1천403표나 됐습니다.

무효표 대부분은 사퇴한 새정치연합 기동민 후보를 찍은 표들로, 야권연대가 투표용지 제작 이후에 이뤄지면서 이른바 사표가 나온 겁니다.

지난 87년 이후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30번 가운데, 여당이 진 경우가 20번이나 됐지만, 이번에는 야당이 최악의 패배를 당했습니다.

지난 2011년 4월 재보선 승리를 끝으로 야당이 패배의 늪에 갇혀 있는 가운데, 오는 2016년 4월 총선 전까지 1년 8개월간, 큰 규모의 선거가 아예 없는 상황입니다.

초유의 선거 없는 기간 속에서 야권은 정국 주도권을 여권에 내줄 수 밖에 없는 힘겨운 처지에 놓이게 됐습니다.

(영상편집 : 남일, CG : 홍성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