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월드리포트] 9살 어린이 몽블랑 도전기…'무모한 도전' 논란

[월드리포트] 9살 어린이 몽블랑 도전기…'무모한 도전' 논란
몽블랑(Mont Blanc), 프랑스어로 ‘흰 산’이란 뜻입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국경에 있고, 사계절 내내 눈과 빙하를 볼 수 있어 하얗다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높이는 4,810m로 서유럽에서 가장 높은 산입니다. 산 자락에 있는 샤모니는 몽블랑 관광의 중심지인데, 겨울엔 스키 명소가 됩니다. 여름에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데,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만년설과 빙하를 즐깁니다. 일부는 스키 장비를 등에 매고 몽블랑에 올라가 등산과 스키를 동시에 즐깁니다. 일년 내내 눈부시게 아름다운 몽블랑이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미국 ABC방송이 이달 초 몽블랑 등반에 나선 미국인 가족을 소개했습니다. 스위니 씨는 11살 딸, 9살 아들과 함께 눈 쌓인 몽블랑 정상 정복에 나섰습니다. 그러다 산사태를 만났습니다. 아이들이 미끄러지면서 순식간에 몇 십 미터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다행히 두 아이는 목숨을 건졌습니다. 가족은 등반을 포기하고 하산했습니다. 위험천만한 장면이 카메라에 찍혔습니다. 아버지는 이를 유튜브에 올렸습니다. 스위니 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아이들을 데려간 이유에 대해 “몽블랑 정상에 선 최연소 등반가 기록을 깨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2009년, 10살 어린이가 정상을 정복한 기록이 있으니, 9살 아들이 성공하면 기록을 경신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버지인 스위니는 도전 정신을 가르치고 싶었을 겁니다.
    
하지만, 방송 이후 미국과 프랑스에서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ABC방송은 몽블랑을 ‘흰 도살자’라 묘사하며 등반의 위험성을 지적했습니다. 몽블랑 주변의 상 제르베의 펠리스 시장도 경험없는 사람들이 몽블랑에 오르는 것은 무모한 짓이라고 말했습니다. 시장은 “두 자녀를 위험에 빠뜨리고 그런 장면을 방송에 내보내는 것은 자만심의 극치”라고 아버지를 비난했습니다. 그러더니 한 단계 더 나아가 아예 공식 문서로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스위니의 행동은 “다른 사람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린 것이다”라는 짧은 내용을 담아 발표했습니다. 펠리스 시장은 “그런 사람들(무모한 도전자)에 대해 아무 행동도 하지 않으면 그들이 이기는 것”으로 보일까 봐 문서를 작성했고, 트위터로 공개적으로 알렸다고 설명했습니다.
    
펠리스 시장은 또 ABC방송이 몽블랑을 ‘도살자’로 표현한 것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시장은 “몽블랑은 도살자가 아니라 높은 고도에 있는 빙하기 자연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몽블랑은 진지한 등반가를 위한 곳이지, 트레킹을 하거나 기록 경신을 위한 놀이터가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몽블랑에선 지금도 사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27일에는 아일랜드 등반가 두명이 몽블랑을 오르다 숨졌습니다. 이들은 장비를 잘 갖춘 전문 산악인으로 보였습니다. 4,000미터 고지에서 로프가 풀린 채 떨어져 있었습니다. 정확한 추락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25일에는 핀란드 등반가 두명이 몽블랑 눈 속에서 빙하가 갈라진 틈새인 크레바스에 빠져 목숨을 잃었습니다. 몽블랑은 자칫 하다가는 생명을 잃는 곳이므로 어린 아이들에게는 무리라는 지적이 타당해 보입니다.
   
하지만, 스위니 씨의 생각은 다릅니다. 그는 미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아이들은 몽블랑에 가기 전에 몇 달 동안 장비 다루는 방법 등 등반 훈련을 했다고 반박했습니다. “어린이들이 집에서 게임이나 하고 TV를 보면서 시간을 허비하는 것보다는 훨씬 좋은 것 아니냐”며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아이들이 용기를 배울 수 있다면, 아버지로서 멋진 일을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아버지의 해명도 나름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가정이지만 만약 두 자녀가 등반에 성공했다면 위대한 도전으로 찬사를 받았을지도 모릅니다. 2009년에 몽블랑을 정복했다는 10살 아이도 그런 대접을 받지 않았을까요.
   
용기와 도전은 근본적으로 위험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위험을 어느 정도 받아들일지는 개인의 판단과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옳고 그름이란 잣대를 들이대기가 쉽지 않습니다. 도전의 목적이 무엇이고, 어떤 과정을 거쳐 선택했는지, 그 의도가 당사자인 어린이에게 충분히 전달됐느냐 하는 반성이 있을 뿐입니다. 스위니 씨의 딸은 인터뷰에서 다시 몽블랑에 갈 기회가 있다면 기록 경신이 아니라 즐기기 위해 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재도전하지 않겠다는 거죠. 두 자녀가 이번 도전에서 아빠가 가르쳐주고 싶었던 용기를 배웠는지 모르겠지만, 인생에서 무언가를 판단하고 선택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제대로 깨달았을 거라 생각됩니다.

▶ 해당 영상 보러 가기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