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투수 신동훈은 졸지에 타자로 데뷔를 하게 됐습니다. 맨손으로 방망이를 잡고 보호장구도 없이 타석에 선 신동훈은 꼼짝 않고 삼진을 당했습니다. 당시 상황은 많은 논란이 됐습니다. 김 감독의 지나친 승부욕이 꿈 많던 신인 투수를 허수아비로 만들었다는 비판도 제기됐습니다. 이후 신동훈은 1군 무대에서 사라졌습니다. 지난해까지 2군을 전전하며 그저 그런 투수로 팬들의 기억 속에서도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지난 7월 28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와 롯데의 경기에서 어디선가 본 듯한 앳된 얼굴의 투수가 마운드에 섰습니다. LG가 3대 0으로 뒤진 6회 투아웃 상황이었습니다. 바로 신동훈이었습니다. 어느덧 프로 3년차가 된 신동훈은 씩씩하게 공을 뿌렸습니다. 첫 타자 황재균을 볼넷으로 내보내며 흔들렸지만 최경철 포수가 컴퓨터 같은 송구로 황재균의 도루를 저지한 덕분에 이닝을 마무리했습니다.
원바운드에 가까운 낮은 체인지업을 잡아서 자연태그를 이끌어낸 환상적인 송구였습니다. 그리고 7회초 첫 타자 전준우를 또 볼넷으로 내보냈습니다. 하지만 신동훈은 과감한 직구로 강민호에게 병살타를 이끌어내며 또 다시 위기를 넘겼습니다.
94년생 신동훈은 이제 만 20살입니다. 2011년 신인드래프트 2차 6라운드 57순위로 LG의 지명을 받은 주목받지 못한 선수였습니다. 2012년 타자로 데뷔하며 잠깐 이름을 알렸을 뿐 1군 마운드에서 투수 신동훈을 기억하는 팬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리고 2014년 7월 28일 신동훈은 처음으로 마운드 위에서 존재감을 보여줬습니다.
경기가 끝난 뒤 양상문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신동훈의 한 손에는 마무리 봉중근이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은 공이 쥐어져 있었습니다. 평생 잊을 수 없는 첫 승을 결정지은 공이었습니다. 미소를 띄며 공을 매만지는 신동훈의 표정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투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