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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프란치스코 교황 왜 한국에 오나?

[취재파일] 프란치스코 교황 왜 한국에 오나?
세계 12억 가톨릭 신자들의 영적 최고 지도자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는 8월14일부터 8월18일까지 우리나라를 방문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984년과 1989년 두 차례 방한했던 요한 바오로 2세 이후 한국을 찾는 두 번째 교황입니다. 검소한 생활과 소탈한 성격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시아 국가로는 가장 먼저 한국을 방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간단히 말하면 한국 천주교회와 교황청, 양측의 필요에 의해 이뤄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 한국 천주교회는 2가지 큰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윤지충 바오로를 비롯한 순교자 124인의 시복시성과 교황의 한국 방문이었습니다. 당시 교황은 현 프란치스코가 아니라 전임 베네딕토 16세였는데 한국 방문이 이뤄지기 전에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한 뒤 우리 정부와 천주교회는 본격적으로 방한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2-3년의 일정이 미리 짜여져 있을 만큼 모시기 힘든 교황이 외국을 방문하려면 누구나 납득할만한 확실한 ‘명분’이 있어야 합니다. 다행히 한국 천주교회는 하나가 아니라 2개의 ‘명분’을 확보했습니다. 오는 8월 아시아 청년대회가 대전에서 열리게 돼 있는 상황에서 지난 2월 순교자 124인의 시복이 결정됐습니다. 교황의 방한이 힘을 얻는 결정적 계기였습니다. 마침내 지난 3월 교황청이 한국 방문을 공식 발표하게 됐고 아시아 청년대회 기간에 방한하는 것으로 구체적인 일정이 확정됐습니다.

아시아 청년대회와 124인의 시복을 위해 방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의 여름휴가를 포기하고 한국을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교황이 다른 나라의 방문 요청은 수용하지 않으면서도 휴가 기간을 이용하면서까지 왜 우리나라를 방문할 결심을 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해 교황청 대변인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지난해 브라질에서 열린 세계청년대회를 마치고 귀국길에 기자와 대담에서 아시아가 외국방문에서 우선순위라고 밝혔습니다. 아시아는 아주 크고 인구가 밀집된 지역이지만 그리스도교는 많이 전파되지 못한 곳입니다. 교황님은 복음 선포의 사명을 깊게 느끼며 큰 사랑과 열정으로 아시아를 바라봅니다. 아시아는 항상 그의 마음에 있습니다. 특히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톨릭교회가 활성화된 지역입니다. 올 여름 한국에서 아시아 청년대회가 개최돼 교황이 방문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라 생각합니다. 아시아의 모든 사람, 특히 젊은이와 만남은 강렬하고 열정적이고 믿음과 함께 하는 소통의 순간이 될 것입니다. 시복식은 종교적으로 큰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순교자들은 믿음의 기초가 되는 기둥입니다. 이 시복식은 한국과 아시아 전체에 신앙을 증거하는 삶에 대한 열정을 새롭게 할 것입니다." (6월29일자 천주교 서울주보에서 발췌)
프란치스코_아이

현재 로마 가톨릭은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유럽에서조차 시들어가고 있습니다. 주일에도 텅 빈 성당이 많습니다. 개신교에 비해 특히 청년들에게 ‘인기’가 없습니다. 청년 신자가 없다는 것은 천주교의 미래가 어둡다는 뜻입니다. 이제 로마 가톨릭의 선교 활동은 연령층으로는 ‘청년’, 지역적으로는 아시아와 남미 대륙, 특히 가톨릭 신자수가 가장 많은 브라질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8월 아시아 청년대회가 대전에서 열리기 때문에 교황청으로서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청년을 대상으로 천주교를 널리 전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판단한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개인의 한국에 대한 애정도 방한 결심을 굳히는데 일조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한국의 역사와 교황의 조국 아르헨티나는 유사점이 많습니다. 군사독재와 이에 대항하는 민주화 투쟁, 나란히 경제위기를 겪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게다가 한국은 사실상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란 특수성까지 있습니다. ‘평화의 사도’로 불리는 자신의 방한이 남북간의 긴장 완화와 화해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 판단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한국 천주교회가 교황 방한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또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난 1984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방한 이후 한국 천주교 신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신자의 증가율은 물론 국내 여러 종교 안에서 천주교가 차지하는 비율의 증가폭도 개신교와 불교를 압도했습니다. 천주교를 넘어 한국 종교계의 거목이었던 고 김수환 추기경의 인기와 맞물려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습니다. 하지만 이런 추세가 10년 전부터는 다소 감소하기 시작했습니다. 2013년 말 현재 한국 천주교 신자 수는 약 544만 명입니다. 천주교 신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총인구의 10.4%로 10년 전의 9.1%보다 상승했지만 그 폭은 1.3%에 그칩니다. 게다가 2009년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이후 증가 폭이 상당히 정체된 상황입니다. 신앙생활의 지표인 고해성사와 주일미사 참여율은 오히려 떨어졌습니다. 한국 천주교로서는 돌파구가 필요했습니다. 고 김수환 추기경 같은 ‘스타’가 당장 나오기 힘든 상황에서 12억 가톨릭 신자의 최고 지도자인 교황의 방한은 천주교의 교세를 다시 한 번 크게 확대시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습니다.

불교계와 개신교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교황의 방한, 특히 인기가 많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이 국내외의 엄청난 관심 속에 ‘천주교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일부 개신교 목사들은 “최소한 가톨릭 신자가 1백만명 정도 늘어날 것”으로 걱정 반 부러움 반 섞인 예측을 하기도 합니다. 교황 방한에 대한 우리 정부의 태도를 곱지 않게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특히 8월16일 20만 명의 신자가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는 시복식을 수도 한복판인 광화문 광장에서 하도록 허용한 것에 대한 불만이 높습니다. 일개 종교 행사를 마치 국가적 행사처럼 예우한다는 것입니다.

교황이 방문하게 될 여러 지역에서 벌써부터 불고 있는 상업적인 목적의 ‘교황 마케팅’을 우려하는 의견도 표출되고 있습니다. 교황 방한을 둘러싼 각종 논란은 그만큼 프란치스코 교황의 세계적인 영향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증거임에 틀림없습니다. 방한일정은 4박5일에 불과하지만 그가 던질 메시지는 물론 모든 일거수일투족에 세계의 눈과 귀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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