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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159전 160기' 윤채영 "멈추고 싶지 않아요"

"미녀골퍼요? 골프선수가 골프를 잘 쳐야죠∼"

[취재파일]'159전 160기' 윤채영 "멈추고 싶지 않아요"
지난 20일 제주 오라 컨트리클럽 18번 홀 그린.

윤채영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최종라운드 연장 첫 홀에서 후배들을 따돌리고 우승을 확정짓는 순간 TV 시청률은 2.567%로, 주말 프로야구 시청률을 넘어 역대 KLPGA 시청률 최고점을 찍었습니다.

월드스타 박인비와 KLPGA 스타 김효주, 슈퍼루키 백규정 등이 '메가톤급 조연'으로 들러리를 선 데다 선두그룹이 촘촘히 형성돼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치열한 우승 경쟁으로 경기 내용이 더 없이 재미있었죠.

여기에 프로데뷔 9년,무려 160 경기만에 첫 우승을 일궈낸 윤채영의 눈물이 감동을 더해 주었습니다.

윤채영은 연장 첫 홀에서 우승 버디 퍼팅을 성공시킨 뒤 맥이 풀린 듯 캐디에게,동료선수에게, 또 코치에게 차례로 안겨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10대 후반과 20대 초반 선수들이 대세를 이룬 KLPGA무대에서 27살의 나이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첫 우승을 해냈으니 그 벅찬 감동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요? 윤채영 선수를 며칠 후 따로 만나 우승 소감과 비결을 들어봤습니다.

첫 마디에 9년 동안의 속앓이가 느껴졌습니다.

"제가 9년 동안 우승이 없다보니까  나는 멘탈이 약한가 보다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번 대회에서 달라진 제 모습을 보고 스스로도 놀랐어요 최종라운드에서도,연장전에서도 전혀 떨리지 않았어요. 아무 생각 없이 무념무상의 상태로 끝까지 공격적으로 치게 되더라구요. 이게 멘탈이 강해졌다는 반증이 아닐까요?"

윤채영은 KLPGA가 홍보 모델을 처음 선정한 2009년부터 올해까지 6년 연속 빠짐 없이 홍보 모델로 뽑혔지만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해 '무관의 홍보모델'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습니다.

"언론에서 '미녀 골퍼'라는 과분한 수식어를 붙여주시는데 그럴수록 잘 쳐야된다는 부담이 생겨서 몸에 힘이 들어가고 망가지는 거예요. 골프선수가 예쁘다는 소리보다 골프 잘 친다는 소리를 들어야죠. 이번 우승으로 일단 마음의 짐 하나는 내려놓은 기분이에요."

Q. 그동안 마음 고생이 많았을텐데?

"2006년 투어 데뷔해서 3년 차이던 2008년에 상금랭킹 10위에 올랐어요. 언론에서 유망주라고 치켜주고 팬들이 늘어나니까 우승 한 번 해보자는 욕심이 생기더라구요. 그런데 마음과 몸이 따로 놀았어요. 2009년과 2010년 상금 순위는 30위권으로 밀려났고 마음은 점점 더 조급해졌죠. 주위의 기대에 실망시켜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머리를 짓눌렀어요. 샷은 점점 더 안좋아지고 골프를 여기서 그만둘까도 생각했죠."

Q. 어떻게 슬럼프를 극복했나?

"2010년 호주 전지훈련을 가서 만난 코치님이 마음의 병을 치료해주셨어요. 마음을 다스리고 즐길 수 있는 법을 터득하면서 샷도 좋아지고 자신감을 찾았어요. 그 때가 제 골프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된 것 같아요. 상금 순위도 2011년 26위, 2012년 17위로 점점 올라갔어요. 그러다보니 저도 모르는 사이에 무아지경,무념무상의 상태에서 공을 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고 우승까지 하게 된 거예요."  

그녀는 9년만의 우승 비결로 세 가지를 꼽았습니다.

"제 첫번째 비결은 체력이에요. 주 3회, 하루 5km 조깅으로 구력과 집중력을 키웠죠. 저는 실내에서는 답답해서 못 뛰어요. 뛰는 중간에 힘들어서 쉬고 싶어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 습관을 들였더니 정말 체력이 좋아졌어요. 실내에서는 복근과 골반,등 근육 위주로 훈련을 많이 해요. 아직 체력은 자신 있는 편이에요. 연장전을 가더라도 후배들에게 안 밀려요"

Q. 샷의 변화는?

"샷의 구질에 변화를 줬죠. 제가 원래는 공 끝이 살짝 왼쪽으로 휘어지는 드로(draw)구질을 선호했었는데 시합을 많이 하다보니,오른쪽으로 휘어지는 페이드(fade)드가 편하게 되더라구요. 2,3년 전 부터 페이드 샷 연습을 많이 했는데 정확도가 많이 높아졌어요. 결국 페이드 샷 공략이 제 우승의 두 번째 비결이라고 할 수 있어요. (갑자기 정색하며) 그렇다고 드로 샷을 못치는 건 아니에요. 주무기가 페이드 샷이고  때에 따라,  핀 포지션에 따라서 드로 샷도 구사하거든요. 그런데 드로 샷은 미스 샷 부담이 좀 있는 건 사실이에요.(웃음)"

Q. 퍼팅도 좋아졌던데?

"그렇죠.제가 그동안 인정하기 싫은 부분이지만 퍼팅이 짧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홀을 지나가게 쳐야 되는데, 짧으면 방향성이 아무리 좋아도 홀에 안들어가잖아요. 짧아서 안들어가는 것만큼 속상한게 없어요. 그래서 연구를 했죠. 가만히 제 퍼팅 동작을 들여다보니공을 때리지 못하고 쓸듯이 치는 거에요. 그러니 공에 힘이 없었던 거죠. 이후 공을 때리는 연습을 많이 했죠. 임팩트 이후 30센티미터 구간을 똑바로 힘있게 보내는 연습을 하면서 방향성도 좋아지고 거리감도 살아났어요. 그것이 제 우승의 세번째 비결이에요."

Q. 때리는 퍼팅은 거리감이 떨어지지 않나?

"스트로크를 바꾸는 과정에서 처음엔 거리감이 너무 떨어지더라구요. 제가 생각했던 경우보다 홀을 너무 많이 지나가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데 계속 연습하다보니까 나중에는 저만의 노하우가 생기더라구요." 윤채영의 평균 퍼트 수는 지난해 31.41개(KLPGA 투어 71위)에서 올해 30.55개(42위)로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특히 우승컵을 들어올린 제주 삼다수 대회에서는 3라운드 평균 28.6개를 기록했습니다.

Q. 올해 클럽 계약을 새로 하고 성적이 좋아졌는데?

"저는 원래 클럽 계약을 잘 안해요. 클럽은 사용을 하다가 잘 안맞으면 다른 걸로 바꿔 보고 할 수 있어야 하는데 특정 클럽과 계약을 해버리면 못 바꾸니까요. 그런데 올 초에 계약한 클럽은 오랫동안 시험해 본 결과 저한테 딱 맞는다는 느낌과 확신이 섰어요. 그래서 계약했는데 결과가 이렇게 좋네요.

Q. 어렵게 첫 우승의 물꼬를 텄는데 앞으로 목표는?

"여기서 멈추고 싶지 않아요. 지금 감이 좋거든요. 첫 우승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2승,3승에 도전하고 싶어요. 당장 다음 주가 제 스폰서인 한화그룹이 주최하는 대회거든요.놓치고 싶지 않아요."

Q.팬들에게 한마디.

"이 우승을 계기로 진정한 프로골퍼, 항상 상위권에 있는 실력있는 프로골퍼로 인식되고 싶어요."

윤채영은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소속팀 선수들과 합숙 훈련을 위해 다음 대회 장소인 태안으로 내려갔습니다.

올시즌 KLPGA투어 상반기 13개 대회를 돌아보면 2승 2명(김효주,백규정)을 포함해 11명의 챔피언을 배출했습니다. 11명 가운데 9명이 1990년대 생이고 80년대 생은 윤슬아(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우승)와 윤채영 2명 뿐입니다.

하반기에는 80년대생 언니들의 관록이 90년대생 후배들의 패기와 맞서 몇 승이나 합작할 수 있을지 KLPGA투어를 보는 재미가 하나 더 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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