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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치료 책임자마저 감염…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에볼라

[취재파일] 치료 책임자마저 감염…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에볼라
에볼라 바이러스, 익히 아실 겁니다. 과장된 측면이 있긴 하지만 여러 차례 영화의 소재가 됐었고, 뉴스 등을 통해서 그 치명성이 많이 소개됐었죠. 간략히 설명을 보태자면 에볼라는 최대 90%의 치사율을 가진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알려져 있습니다. 고열과 두통, 근육통, 결막염 등의 증세를 보이다가 병이 더 진행되면 구토, 설사, 발진 등을 일으킵니다. 마지막에 가면 대규모 출혈을 보이는데 그 때는 살아서 푸른 하늘을 보기가 어렵다고 봐야합니다. 이렇게 치명적인데 치료 바이러스가 없으니 그 공포가 더합니다.

이런 에볼라 바이러스가 현재 서아프리카에서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국제구호단체인 국경없는 의사회 집계에 따르면 이미 서부 아프리카 60개 이상 지역에서 에볼라가 발발했습니다. “발생 규모가 전례가 없는 수준으로 통제가 불가능하다.” 는 것이 국경없는 의사회의 판단입니다. 벌써 600명 넘는 사람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기니가 상황이 가장 심각한데, 이미 수도 코나크리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에볼라 발생이 확인됐습니다. 인근 시에라리온과 라이베리아 등에서도 창궐했습니다.

시에라리온의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센터 책임자도 감염됐습니다. 오마르 칸 이라는 이름의 이 박사는 저명한 에볼라 바이러스 연구자입니다. 특히 이번에 유례없는 에볼라 확산을 맞아 분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에라리온에서는 국민 영웅으로 존경을 받아 왔다고 합니다. 칸 박사는 현재 국경없는 의사회가 운영하는 시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참 안타까운 소식입니다.

이렇게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 에볼라를 막기 위해 국경없는 의사회는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일단 최근 몇 년 동안 에볼라 발생이 보고된 거의 모든 지역에서 의료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기니 게케두와 마센타에 에볼라 환자들을 위한 치료 시설을 마련했고 수도 코나크리에 있는 돈카 병원에 대한 지원도 강화했습니다. 에볼라 바이러스로 확인되면 의료진마저 도망가는 경우가 많다는데 정말 대단한 봉사정신이라고 판단됩니다. 하지만, 이번에 유행하는 에볼라 바이러스는 치명적인 종류인데다가 발생 지역이 광범위해서 활동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국경없는 의사회 전염병 학자는 예전의 경우 에볼라 발병 지역이 한정돼 있었지만, 감염 지역이 넓게 분포하면서 대처하기가 어렵다고 말합니다. 게다가 이번에 유행하는 에볼라 바이러스는 자이르(ZAIRE)라 불리는 가장 공격적인 유형이라고 합니다. 10명 중 9명은 죽기 때문에 의료 활동에 더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에볼라바이러스_50

사망률이 극도로 높은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해 국경없는 의사회 의료진이 쓸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일단 의료진은 증상을 완화시킴으로써 사망률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주력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감염된 사람들의 체력을 끌어올리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탈수 증상을 일으키지 않도록 함으로써 몸 안에서 바이러스를 없앨 수 있는 항체가 만들어질 수 있게 돕는 것입니다. 설사로 탈수 증상을 보이는 환자에게는 수액을 처방하고 말라리아나 기타 박테리아 감염 등 다른 질병은 없는지 검사하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환자가 의식을 잃고 엄청난 출혈을 보이면 거의 희망이 없습니다. 이런 경우 국경없는 의사회는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고 존엄성 있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말기 환자를 위한 고통 완화 처치를 합니다.  비타민제와 진통제를 주고 임종할 때까지 곁을 지킵니다.

현장에 있는 의사회 팀의 최우선 순위는 의심 환자를 파악해서 격리하는 일이라고 합니다. 사실상 에볼라 바이러스의 확산을 차단하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의심 또는 확진 환자와 접촉한 적이 있는 모든 사람들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감염자가 발생한 지역 사회에 찾아가서 에볼라에 대해 알리고, 감염 위험을 억제하기 위해 필요한 예방교육을 하는 것도 중요한 임무 가운데 하나입니다.

모두가 기피하는 에볼라 감염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국경없는 의사회 의료진은 수많은 보호 장구를 착용합니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체액을 통해 전염됩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체액은 구토한 물, 설사, 혈액, 타액, 땀을 모두 일컫습니다. 따라서 엄격한 보호 장구 착용은 접촉을 피하기 위한 필수적인 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화면 속에서 보이는 의료진들은 일단 머리부터 발끝까지 덮는 보호 복장을 입고 있습니다. 구제역 발생 시 현장에 투입되는 공무원이나 반도체 근로자들의 모습을 상상하시면 비슷할 겁니다. 여기에 앞치마를 한 후, 장화를 신습니다. 환자와 이야기를 나눌 때 타액이 튀는 것을 막기 위해 마스크도 씁니다. 장갑은 수술용 장갑 위에 일반 장갑을 덧끼고 고글도 씁니다. 그야 말로 완전 무장 수준입니다. 환자들은 격리된 병동과 외부 사이에는 소독실도 마련돼 있습니다. 자칫하면 치료법도 없는 에볼라에 감염될 수 있다는 공포감이 있을 텐데, 기니에서 치료 활동을 하고 있는 한 간호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환자들과 접촉하는 것은 우리뿐입니다. 격리 병동에서 환자들은 외로워하기 때문에 우리는 환자들이 조금이라도 신체적 접촉을 더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합니다. 우리 말고도 아무도 그들을 만지지 않거든요.”

세계보건기구(WHO)는 에볼라가 진정되는 데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사실 서아프리카는 우리와 전혀 관련 없는 나라처럼 느껴지지만 우리 교민들도 살고 있는 곳입니다. 꼭 교민이 아니더라도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에볼라 확산을 위한 전 세계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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