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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성희롱 사건이 절도 사건으로…진실은?

지난 2월 4일 ‘SBS 현장21’ (현장21은 지난 8일 ‘뉴스토리’로 개편됐습니다)은 ‘갑의 희롱, 을의 비명’ 편을 통해 르노삼성자동차 내에서 벌어진 성희롱 사건과 성희롱 피해자를 돕는 동료 직원에게까지 징계를 내린 회사의 행태를 고발했습니다.

보도 이후 많은 분들이 분노하며 이후 상황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궁금해 하고 있습니다. 먼저 이 사건을 간단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한 여직원(김미정 과장)이 직장 상사에게 1년 가까이 지속적인 성희롱에 시달리다 회사에 신고했습니다. 직장 상사는 2주일 정직 처분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회사 내에선 여직원이 먼저 상사에게 접근했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여직원은 가해자와 인사팀에서 이런 소문을 냈다는 증거를 확보하고 관련자와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게 됩니다.

그러자 회사는 이 여직원과 그녀를 돕던 다른 여직원(정수인 대리)에게 징계를 내렸습니다. 김미정 과장은 다른 남자직원에게 강압적으로 진술을 강요했고, 정수인 대리는 상습적으로 지각하거나 근무 시간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곧 지방노동위원회는 이에 대해 근거 없는 징계라며 부당 징계라고 판정합니다. 그러자 회사는 이들에 대해 직무정지 및 대기발령 조치를 내립니다.

지난해 12월 직무정지 처분을 갑자기 통보받은 정수인 대리는 짐을 챙겨 회사를 빠져 나옵니다. 당시 김미정 과장은 정수인 대리가 짐 챙기는 걸 기다리다 함께 짐을 들고 나옵니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정수인 대리를 절도죄로 김미정 과장을 절도 방조죄로 고소하게 된 겁니다.

회사가 김미정 과장의 절도 방조 혐의를 주장하는 서류엔 이렇게 적혀있습니다.

"정수인(가명)이 2013. 12. 6 자신의 사무실에서 피고 회사의 기밀 자료 내지 영업상 주요한 자산인 예산 내역 등을 포함한 다량의 회사 소유 용지를 절취행위를 하는 동안 김미정은 절취행위가 이뤄지고 있는 사무실 앞에서 약 30여 분간 망을 보듯이 기다리며 두 차례에 걸쳐 정수인과 함께 정수인의 짐으로 보이는 가방을 같이 옮겼다"

동료가 짐을 챙기길 잠시 기다리다 함께 짐을 들고 나온 사람을 절도 방조자로 둔갑시킨 회사의 고소 사건에 대해 검찰은 지난달 당현히 무혐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회사는 성희롱 피해자보다 성희롱 피해자를 도왔던 조력자에 대해 더 가혹한 조치를 취하려 했습니다. 회사는 정수인 대리에 대해선 절도죄로만 고소한 게 아니었습니다. 회사가 정수인 대리에 대해 고소한 혐의는 무려 4가집니다.

‘명예훼손’, ‘모욕’, ‘정보통신망침해’, ‘절도’

살면서 경찰서 근처에 한 번 가본 적 없다던 정수인 대리는 회사가 각종 범죄 혐의를 뒤집어씌우자 두려움에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검찰은 서류를 가져 나온 건 사실이지만 훔칠 의도가 없었다며 절도 혐의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고 다른 혐의에 대해서도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지난 방송 이후 고용노동부는 르노삼성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고 검찰에 고발 여부를 곧 결정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정작 회사는 지금껏 두 피해자에게 진정한 사과 한 번 하지 않고 있습니다. 회사가 두 여성에게 남긴 씻을 수 없는 상처는 이제 누가 위로할 수 있을까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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