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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누가 뉴욕의 상징에 백기를 걸었나?

브룩클린 브릿지…성조기 탈색 사건

[월드리포트] 누가 뉴욕의 상징에 백기를 걸었나?
뉴욕 맨해튼과 브룩클린을 잇는 브룩클린 브릿지는 자유의 여신상과 함께 냉장고에 붙이는 뉴욕 마그넷 기념품에도 흔히 새겨지는 뉴욕의 랜드마크이다. 1883년에 만들어졌으니 140년이 된 다리이다. 공사 과정에서 20명이 넘는 인부가 숨진 불행한 경험도 녹아있다. 지금은 차도 다니지만 도보로 건너며 맨해튼 동쪽과 이스트강의 정취를 느낄 수도 있어 웬만한 관광코스에는 꼭 포함돼있다. 바로 옆 맨해튼 브릿지는 영화 '언스 어폰 어 타임 아메리카'의 포스터로도 유명하다. 낮과 밤으로 사람이 붐비는 이곳에서 정말 예상못한 해프닝이 발생했다.

황당한 성조기 탈색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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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성조기 탈색 사건, 아름다운 브룩클린 다리 아치 위에 게양된 성조기가 갑자기 하얀색 백기로 둔갑한 것이다. 현지시간 23일 아침, 이상하게 느낀 관광객들의 신고전화가 들어왔고 뉴욕경찰이 출동해 확인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경찰이 올라가 확인해보니 깃발이 바뀐 것이 아니고 기존에 걸렸던 성조기가 하얗게 변해 있었다. 멀리서보면 성조기 무늬가 보이지 않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성조시 문양의 흔적이 흐릿하게 남아있다. 표백제가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웃을 수도 없는 일이고 분위기는 심각했다.

"딸과 동생과 다리 위를 걷고 있었는데 경찰관들이 무더기로 몰려들었어요. 사진을 찍으려했더니 찍지 말고 그냥 계속 지나가라고 하더군요.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말할 수 없다고 했어요." 관광객 리사씨의 말이다.

뉴욕경찰 "테러 관련 정황은 없다"

폐쇄회로 TV를 확인한 경찰은 새벽 3시쯤 5명의 사람이 다리 탑을 비추던 조명을 가리고 꼭대기로 올라가는 모습을 확인했다. 깃발 쪽을 비추던 조명 위에는 대형 음식 포장에 쓰이는 알루미늄 용기가 덮여져있었다. 조명이 가려져있으니 동이 틀 때까지 깃발이 바뀐 것을 아무도 몰랐다. CBS 방송이 보여준 감시카메라 화면에는 새벽 3시10분에 보이던 성조기가 3시30분에는 흰색으로 변해있었다. 불과 20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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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사당국은 현재까지 테러와 관련된 정황은 없다고 밝혔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과잉체포로 인한 흑인남성 사망사건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브래튼 뉴욕경찰국장은 "이 사건에 대해 정말 기분이 나쁘다."고 무심코 말했다. 존 밀러 테러대응국장은 "철저한 사전 준비가 있었고 용의자들은 전문 등반이나 다리 공사와 관련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탈색한 과거의 영광?…심기 불편한 미국인들 

누가 왜 이런 일을 벌였는지에 대한 의문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먼저 최근의 미국 사회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예술 퍼포먼스라는 의견이 나온다. "항복의 상징인 백기는 무엇인가 분명히 암시하고 있습니다. 탈색해버린 과거 미국의 영광, 애국심과 정치에 대한 혼돈의 질문을 던지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한 픽션 작가는 뉴욕타임스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한 주민은 "일종의 반항의 표시 아닐까요? 맨해튼이 브룩클린에 항복했다는..."하고 말했다. 브룩클린 토박이인 새 뉴욕시장에 빗댄 말이었다. 용의자가 5명이라면 공모한 일이고 뭔가를 표현하고자 했다는 분석이 우세한 편이다. 기록적인 소득불평등과 오랜 불황에 시달리는 국민들, 여전한 인종차별, 오늘날의 미국에서 이유를 찾자면 한두가지가 아니다.

황당한 일을 겪은 브룩클린 다리 주변에는 오늘 하루종일 헬기가 날고 경찰의 감시선박이 주위를 항해했다. 기관총을 든 경찰대원들이 아치를 지켰다. "테러 위협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주요시설에 대한 보안이 너무 허술한 게 아니냐는 비난도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방송기자들은 이렇게 리포트했다. 장난이건 퍼포먼스였건 정치적 시위이건 뉴요커들은 별로 기분이 좋지않다. 다리 위에 밤새 펄럭인 백기가 뭔가를 암시하고 있는 것 같은,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 같은 불길함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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