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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원수에서 친구로…세월의 힘? 돈의 힘?

[월드리포트] 원수에서 친구로…세월의 힘? 돈의 힘?
세기의 핵 주먹 ‘타이슨’을 기억하시나요? 아마도 30~40대 이상 장년층들은 마이크 타이슨이라는 세계적인 복싱 선수를 기억할 겁니다. 1966년생으로 1985년 프로복싱에 데뷔한 이후 승승장구한 끝에 1996년 WBA와 WBC 세계 헤비급 챔피언을 동시에 거머쥐게 됩니다. 특히, 엄청난 주먹의 파괴력 탓에 2라운드 이상을 버틴 상대가 거의 없어, 그 시절, 마이크 타이슨의 경기가 세계에 생중계될 때면 과연 누가 3라운드까지 버틸 수 있을까가 주목거리가 되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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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타이슨이 쇠락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이듬해인 1997년부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에반더 홀리필드와의 리턴 매치 (홀리필드는 1996년 타이슨에게 패배한 뒤 1년 만에 재 대결하게 됩니다.)에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위로 타이틀을 빼앗기고 말게 되는데 경기 도중 홀리필드의 귀를 물어뜯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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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재 대결은 마치 영화 스토리와도 같습니다. 가난에 찌들어 살던 뒷골목 깡패 타이슨을 발굴한 세계적 프로모터 돈 킹은 그를 세계 챔피언의 자리에 올려놓지만 어린 나이에 돈 방석에 앉게 된 타이슨은 급속도로 타락하게 됩니다. 반면, 홀리필드는 빼앗긴 타이틀을 되찾기 위해 절치부심 칼을 갈게 되고 1년간 처절하게 타이슨을 무너뜨릴 전술을 연구했던 겁니다. 두 사람의 재 경기는 시작부터 홀리필드가 일방적으로 끌고 나갔고 제 분에 못이긴 타이슨이 홀리필드의 귀를 물어 뜯는 엽기적인 사태로 끝나고 맙니다. 이후 타이슨의 별명은 ‘핵 주먹’이 아닌 ‘핵 이빨’이 되 버렸고 한물간 선수로 기억의 저편으로 밀려나게 됩니다.

마이크 타이슨은 그 이후 방탕한 생활로 번 돈을 모두 탕진하고 빚더미 속에 살다가 뒤늦게 영화에 조연으로 출연하면서 이전보다 사회적인 (sociable) 인간이 되어 갑니다. (그가 출연한 영화로는 행오버 시리즈와 무서운 영화 5편 등이 있습니다) 타이슨에 대한 소개가 다소 길었네요. 여하튼, 타이슨과 홀리필드는 1997년 귀를 물어뜯는 사건 이후 원수 같은 사이가 되고 맙니다. 홀리필드에게는 자신의 한쪽 귀를 물어뜯은 타이슨이, 반면에 타이슨에게는 자신의 왕국을 허문 홀리필드가 원수같을 수 밖에 없을 겁니다.

그런데, 세월의 힘이었을까요? 어쩌면 영영 화해하기 어려워 보이던 두 사람에게 시간이 치료제가 됐는가 봅니다. 다음달 9일 홀리필드는 라스베이거스 뉴 트로피카나 호텔에서 열리는 네바다 주 ‘복싱 명예의 전당’에 오르게 됩니다. 이 행사에서 홀리필드를 소개하게 될 인물이 바로 타이슨입니다. 타이슨은 이에 대해 “굉장한 특권이자 더 없는 영광”이라고 말합니다. 홀리필드는 타이슨이 자신을 소개하게 된데 대해 “그거 정말 굉장한 일인데요”라고 화답합니다. 명예의 전당 회장인 매이로타도 “과거에 그리고 지금까지도 영원한 맞수인 두 사람이 한 지붕아래서 복싱을 축하하게 된 것은 분명 복싱 세계에서는 모든 게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라고 추켜세웁니다. .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두 사람은 이미 이전부터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두 사람은 이미 유명 스포츠 메이커의 광고에 나란히 출연한 적이 있으니까요. 이 광고에서 타이슨이 홀리필드의 집 문을 노크합니다. 홀리필드가 문을 열자 타이슨은 작은 상자를 내밀며 “미안해 에반더. 이거 네 귀야”라고 말합니다. 그리고는 두 사람은 힘껏 포옹합니다. 세계적인 엽기적 사건을 풍자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절대 화해하지 못할 것 같은 두 사람을 포옹하게 함으로써 광고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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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이 광고뿐 아니라 또 한번 포옹한 적이 있는데, 공교롭게도 한 식료품 가게에서 판촉행사를 열고 있는 홀리필드에게 타이슨이 다가가 반갑게 포옹한 뒤 두 사람이 다정하게 어깨를 걸고 홀리필드가 광고하던 제품을 함께 들어올리며 광고하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은 미국 TBS의 유명 토크 쇼 프로그램인 ‘코난’에서도 소개된 바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원수 지간인 두 사람의 화해를 먼저 이끌어 낸 것은 세월의 힘이 아닌 돈의 힘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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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중 후반 복싱은 전성시대를 구가했고 그런 복싱 세계에서 타이슨과 홀리필드는 최고의 자리까지 올랐던 당대 최고의 스타였습니다. 이제는 복싱 자체가 UFC와 같은 실전 파이팅에 밀려 한 물 간 스포츠가 되어 버렸고, 두 사람 역시 식료품 가게에서 제품 판촉이나 하는 초라한 노장이 되고 말았습니다. 세월의 힘이었건 돈의 힘이었건, 영원히 원수로 지낼 것 같은 두 사람이 다정하게 서로를 추켜 세우고 서로의 품에 안기는 모습이 그리 초라하거나 추하게 보이지 않는 것은 우리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남을 재미있는 추억을 남겨준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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