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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원서 매실밭까지 흔적 남겼는데…번번이 '뒷북'

<앵커>

유병언 씨는 도피생활 도중 곳곳에서 흔적을 남겼지만 추적 수사는 번번이 뒷북만 친 셈이 됐습니다.

한승구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세월호 참사가 시작된 4월 16일 이후 유병언 씨의 흔적이 발견된 곳은 모두 세 군데입니다.

먼저 세월호 침몰 당일 유 씨가 머물던 경기도 안성의 금수원입니다.

기독교복음침례회, 이른바 구원파의 총본산이자 유 씨의 사진 작업실이 있는 곳입니다.

세월호 침몰 사흘만인 4월 19일, 유 씨는 측근들과 대책회의를 열고 금수원을 빠져나가기로 결심합니다.

유 씨는 사고 1주일 만인 23일 금수원을 나왔는데, 이때 금수원 작업실에 있던 칫솔과 비누 등 세면도구에 DNA를 남겼습니다.

유 씨는 신엄마라고 불리던 구원파 신도 등의 도움으로 금수원 근처 주택에서 열흘 정도 머물며 상황을 지켜봤습니다.

그러다 5월 2일 최측근 중 하나로 분류되던 계열사 다판다의 송국빈 대표가 구속되자 이튿날 전남 순천으로 달아났습니다.

순천에 있는 유 씨 소유의 별장, 숲속의 추억에서 유 씨는 침대에 두 번째 DNA, 즉 체액을 남깁니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검찰은 오판하고 있었습니다.

검찰은 5월 20일이 돼서야 유 씨가 금수원을 빠져나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유 씨가 금수원을 나간 지 한 달이 다 돼가는 5월 21일에야 금수원을 압수수색했습니다.

뒷북친 검찰이 뒤늦게 통신 수사 등을 통해 유 씨의 소재지가 순천이라는 걸 파악했습니다.

그리고 5월 25일, 유 씨가 머물던 순천 별장을 덮쳤습니다.

하지만 유 씨는 이미 달아난 뒤였고, 검찰은 별장 침대에서 유 씨가 남긴 DNA만 확보했습니다.

유기농 음식과 미네랄 생수통이 발견되면서 호화 도피설도 나왔습니다.

검찰은 간발의 차이로 놓쳤다고 아쉬워했지만 유 씨의 이후 행적은 묘연했습니다.

닷새 지난 30일에는 유 씨가 탔던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이 전주의 한 장례식장에서 발견됐고, 유 씨가 순천을 빠져나가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는 추측까지 나오며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지난달 12일, 별장에서 불과 2.3km 떨어진 매실밭에서 유 씨의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부패가 80% 넘게 진행돼 피부나 살에서는 DNA 감식조차 불가능해 엉덩이뼈를 잘라 감식했습니다.

금수원과 별장에서 발견된 DNA와 일치했고 구속된 형의 DNA까지 맞아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오늘 지문까지 확인되면서 시신은 유병언 씨로 최종 확인됐습니다.

금수원에서 별장을 거쳐 매실밭까지, 검경을 농락한 세월호 실소유주의 도피는 결국 비극적 결말로 막을 내렸습니다.

(영상편집 : 박춘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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