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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 발견하고도 "유병언 잡겠다" 코미디 연출

<앵커>

시신이 발견된 시점은 유 씨의 생김새, 도주 경로, 그리고 여러가지 정황들이 언론 보도를 통해서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던 때였습니다. 그런 상황에 백발에다가 작은 체구에, 구원파 흔적이 보이는 가방을 가진 노인이 그것도 순천에서 발견됐는데 검찰과 경찰이 뭘 했는지 보시죠.

심영구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달 12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처음부터 시신을 노숙자나 행려병자, 이렇게 단정했습니다.

행색이 너무 남루하다면서 유병언일 가능성을 처음부터 배제했던 겁니다.

부검은 바로 다음 날 실시했는데, 시신 부패가 80% 이상 진행돼 지문 확인이 안 됐고 혈액이나 피부, 모근의 유전자 감식도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엉덩이 뼈에서 시료를 채취해 DNA 검사를 의뢰했는데 그 시간이 오래 걸렸다는 게 경찰 설명입니다.

경찰은 처음 수사가 미흡했다고 인정했습니다.

낡은 겨울옷 차림이라는 것만 봤을 뿐 고가의 명품 옷과 신발을 알아보지 못했고 구원파 관련 유류품도 지나쳤습니다.

[우형호/전남 순천경찰서장 : (초동수사의 허점을 시인하시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우리가 완벽하지 못했다는 거 인정하고요.]

부검을 지휘했던 검찰도 무신경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경찰이 단순 변사로 처리해 검사도 수많은 행려병자 중 하나로 알았다는 건데, 발견 지점이 유병언 검거 작전 인근 지역이었고 변사자가 70대 남성인데 검사가 무심결에 지나쳤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대목입니다.

경찰은 사안이 워낙 중대해 확인하고 또 확인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거듭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그동안 경찰로부터 아무런 정보도 받지 못했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검찰은 바로 어제(21일) 6개월짜리 구속영장을 새로 발부받았습니다.

추적의 꼬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검거는 시간 문제라며 유 씨 체포의 자신감을 보이는 코미디를 연출했습니다.

[임정혁 대검찰청 차장검사/어제 : 추적에 더욱 총력을 기울여 반드시 검거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유 씨 시신을 발견하고도 40일 넘게 헛손질을 해왔던 검경의 엇박자에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입니다.

(영상취재 : 양두원, 영상편집 : 김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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