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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옷 입은 노숙인?'…경찰 초동수사 엉터리

'명품 옷 입은 노숙인?'…경찰 초동수사 엉터리
경찰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으로 추정되는 변사체가 유씨가 머물렀던 은신처 인근에서 발견됐는데도 노숙자의 단순 변사로 취급하는 등 초동수사가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전남 순천경찰서는 오늘(22일) "지난달 12일 변사자 발견 당시 행색이 노숙자 같고 유병언이라고 의심할만한 정황이 없어 무연고자 변사사건으로 처리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변사자의 DNA가 유 전 회장과 일치한다는 통보를 받아 사건파일을 다시 꺼낸 순천경찰은 변사체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임을 방증하는 여러 직접 증거와 간접 정황 앞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장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지문입니다.

순천 경찰은 변사체 발견 이후 꾸준히 부패와 건조가 진행된 '나뭇가지처럼 변한' 변사체의 손가락에서 지문을 복원하려는 노력을 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두 차례 지문 복원을 하고 두손놓은 경찰은 오늘 새벽 변사체가 유병언으로 추정된다는 소식에 다시 지문복원을 시도, 1시간여 만에 변사체의 오른손 집게손가락에서 지문의 융선을 복원, 유 전 회장과 일치함을 밝혀냈습니다.

경찰이 의지만 있었다면 40여일이나 끌지 않고 유 전 회장의 사망 사실을 밝혀낼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수사의 기본인 유류품 조사를 게을리한 책임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유 전 회장의 변사체는 비록 더러워지긴 했으나 명품 점퍼와 명품 신발과 함께 발견됐습니다.

물론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희귀한 명품이지만 간단한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천만원이 훌쩍 넘는 가격을 확인할 수 있는데도 경찰은 비바람을 맞아 때가 탄 겉옷과 신발을 보고 '노숙인'라고 단정해 버렸습니다.

또 변사체의 치아에 금니가 10개, 흰 백발 등 특이한 신체적 특징이 있었음에도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고, 키와 외모 등을 잘못 비교해 DNA 감식 결과 유 전 회장이 유력하다는 결과가 나온 상황에서도 "신체적 특징이 전혀 다르다. 유 전 회장이 아니다"는 비공식 의견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특히 변사체의 유류품 가운데 세모계열사에 생산한 스쿠알렌 제품, 유병언의 저서의 제목과 같은 글씨가 적힌 가방 등 유씨와의 연관성을 밝힐 수 있는 단서가 여럿 있었으나 이를 무시해 40여일 동안 수사력만 낭비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시신 수습과정에서도 경찰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유씨로 추정되는 시신의 머리카락과 뼈 등 일부 증거물을 완전히 수거하지 않은 채 40여일 간 현장에 방치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오늘 전남 순천시 서면 신촌리 매실 밭에는 흰 머리카락 한 움큼과 피부, 뼈 조각 등이 그대로 방치돼 있었습니다.

검찰에도 단순 변사로 보고하는 바람에 검찰 역시 40여일 동안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우형호 순천경찰서장은 브리핑에서 '변사체 발견 당시 유류품을 정밀 검색했다면 유씨로 추정할 수 있지 않았나'라는 질문에 "유류품이 다수 있었지만 당시에는 그것을 간과했는데, 그게 수사 과정에서 미흡했던 부분이다"며 "그때 채취한 유류품을 국과원에 의뢰하는 등 조금 더 적극적으로 했더라면 확인이 더 빨리 나올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과실을 인정했습니다.

결국 변사자가 발견된 곳에서 불과 수백m 떨어진 큰도로에서 유병언을 잡겠다고 검문검색하던 경찰이 정작 인근에서 발견된 변사체는 '대충대충' 처리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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