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 지은 많은 경기장(Stadium)이 쓸모 없게 될 위기 (becoming white elephants) 에 처해 있습니다. 브라질은 이번 월드컵을 위해 경기장 12개를 새로 짓거나 개축(renovate) 했습니다. 이 가운데 4곳은 미래가 암담한 실정입니다. 아마조니아(Amazonia) 경기장, 듀나스(Dunas) 경기장, 그리고 개린차(Garrincha) 경기장은 모두 이렇다 할 프로팀이 없는 시골 지역에 있습니다. 브라질리아에 있는 내이네 개린차 경기장은 앞으로 지불해야 할 돈만도 9억 달러, 우리 돈 9천억원에 달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제시됐습니다. 브라질에는 520만명이 집이 없는 실정입니다. 별로 쓸 데가 없는 이 경기장을 집으로 만들자는 아이디어는 프랑스와 칠레에 회사를 둔 한 건축회사가 내놨습니다. 경기장에 어떻게 집을 짓겠다는 걸까요? 다소 황당해 보이는 이 아이디어는 독특한 건축 방식으로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입니다.
사진에서 보이듯, 경기장 밖의 기둥과 기둥 사이의 공간에 박스로 된 구조물을 끼어 넣는 방식입니다. 두 기둥 사이의 거리는 대략 7~8미터 정도 되는데, 이 안에 박스 구조물 하나를 끼워 넣으면 적어도 두세 가족이 함께 거주할 수 있다는 겁니다. 건축가들이 계산해 보니, 이 경기장 외벽의 기둥 사이에 이런 박스형 구조물을 집어넣을 경우 약 350가구 (Unit)을 수용할 수 있으며 그렇게 되면 약 천 명이 살 수 있는 집이 마련된다는 겁니다.
한발 더 나아가, 사진에서 보듯, 경기장 안에도 집을 지을 경우 수용 인원은 두 배 그러니까 2천 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박스형 주택을 지을 수 있다는 겁니다. 브라질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이 아이디어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경기장 가운데 하나인 캐이프 타운의 경기장이 6억 달러, 우리 돈 6천 억 원을 들여놓고도 지금 놀리고 있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심벌이기도 했던 ‘새 둥지 모양의 경기장’ (Bird’s Nest’s Stadium)은 돈 먹은 하마로 불리고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브라질 축구협회 호세 마리아 마린 회장은 “월드컵이 끝나면 경기장의 운영과 관련된 모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짜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습니다. 경기장에 박스 형 집을 짓자는 것은 아직 고려대상이 되고 있지 않은 듯 합니다. 이 아이디어는 막상 보기에는 참신해 보이지만 경기장을 집으로 만들고 나면 공중 위생 문제 등으로 또 다시 경기장으로 쓰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반론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아 보입니다.
이 기사를 보고 나니, 문득 여수 엑스포와 대전 엑스포 사례가 떠오릅니다. 지방자치단체가 올인 하다시피 엑스포를 유치해 놓고는 뻑적지근하게 행사가 끝난 다음 황폐하게 방치된 엑스포장의 모습을 보도를 통해 접했기 때문입니다. 당장 몇 년 뒤만 생각하고, 그 이후에는 내 알 바 아니라고 생각하는 그릇된 의식 때문이겠지만, 적어도 말로만 행사 이후를 대비할 것이 아니라 큰 행사를 준비하는 순간부터 미래에 대비하는 현명함이 필요해 보입니다. 앞으로 브라질이 어떻게 해 나가는지 지켜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