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월드리포트] 월드컵 경기장에 '박스 하우스'…용도는?

[월드리포트] 월드컵 경기장에 '박스 하우스'…용도는?
지구촌을 한달 간 뜨겁게 달궜던 브라질 월드컵이 끝났습니다. 31일간 열리는 경기를 위해 브라질은 7년을 준비했습니다. 역사상 가장 비싼 월드컵을 치렀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14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4조 원이나 들었으니까 말이죠. 대부분은 경기장과 도로 같은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쓰였습니다. 문제는 월드컵이 끝난 이후, 그러니까 지금입니다.

브라질에 지은 많은 경기장(Stadium)이 쓸모 없게 될 위기 (becoming white elephants) 에 처해 있습니다. 브라질은 이번 월드컵을 위해 경기장 12개를 새로 짓거나 개축(renovate) 했습니다. 이 가운데 4곳은 미래가 암담한 실정입니다. 아마조니아(Amazonia) 경기장, 듀나스(Dunas) 경기장, 그리고 개린차(Garrincha) 경기장은 모두 이렇다 할 프로팀이 없는 시골 지역에 있습니다. 브라질리아에 있는 내이네 개린차 경기장은 앞으로 지불해야 할 돈만도 9억 달러, 우리 돈 9천억원에 달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제시됐습니다. 브라질에는 520만명이 집이 없는 실정입니다. 별로 쓸 데가 없는 이 경기장을 집으로 만들자는 아이디어는 프랑스와 칠레에 회사를 둔 한 건축회사가 내놨습니다. 경기장에 어떻게 집을 짓겠다는 걸까요? 다소 황당해 보이는 이 아이디어는 독특한 건축 방식으로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입니다.

1, 4


사진에서 보이듯, 경기장 밖의 기둥과 기둥 사이의 공간에 박스로 된 구조물을 끼어 넣는 방식입니다.  두 기둥 사이의 거리는 대략 7~8미터 정도 되는데, 이 안에 박스 구조물 하나를 끼워 넣으면 적어도 두세 가족이 함께 거주할 수 있다는 겁니다. 건축가들이 계산해 보니, 이 경기장 외벽의 기둥 사이에 이런 박스형 구조물을 집어넣을 경우 약 350가구 (Unit)을 수용할 수 있으며 그렇게 되면 약 천 명이 살 수 있는 집이 마련된다는 겁니다.

3, 끝
3, 끝


한발 더 나아가, 사진에서 보듯, 경기장 안에도 집을 지을 경우 수용 인원은 두 배 그러니까 2천 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박스형 주택을 지을 수 있다는 겁니다. 브라질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이 아이디어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경기장 가운데 하나인 캐이프 타운의 경기장이 6억 달러, 우리 돈 6천 억 원을 들여놓고도 지금 놀리고 있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심벌이기도 했던 ‘새 둥지 모양의 경기장’ (Bird’s Nest’s Stadium)은 돈 먹은 하마로 불리고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브라질 축구협회 호세 마리아 마린 회장은 “월드컵이 끝나면 경기장의 운영과 관련된 모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짜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습니다. 경기장에 박스 형 집을 짓자는 것은 아직 고려대상이 되고 있지 않은 듯 합니다. 이 아이디어는 막상 보기에는 참신해 보이지만 경기장을 집으로 만들고 나면 공중 위생 문제 등으로 또 다시 경기장으로 쓰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반론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아 보입니다.

2


이 기사를 보고 나니, 문득 여수 엑스포와 대전 엑스포 사례가 떠오릅니다. 지방자치단체가 올인 하다시피 엑스포를 유치해 놓고는 뻑적지근하게 행사가 끝난 다음 황폐하게 방치된 엑스포장의 모습을 보도를 통해 접했기 때문입니다. 당장 몇 년 뒤만 생각하고, 그 이후에는 내 알 바 아니라고 생각하는 그릇된 의식 때문이겠지만, 적어도 말로만 행사 이후를 대비할 것이 아니라 큰 행사를 준비하는 순간부터 미래에 대비하는 현명함이 필요해 보입니다. 앞으로 브라질이 어떻게 해 나가는지 지켜볼 일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