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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갇힌 돌고래' 51마리…제돌이의 역설

● 제돌이의 귀환

지금으로부터 1년 전인 2013년 7월 18일,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와 춘삼이가 바다로 돌아갔다. 함께 가기로 했던 D-38, 삼팔이는 앞서 6월 22일, 야생 적응 훈련을 위해 와 있던 제주 김녕 가두리를 알아서 빠져나갔다.

이들이 원래 살던 바다로 돌아가기까지는 곡절이 많았다.

이 돌고래들은 2009년부터 제주 바다에서 어민들에게 포획돼 제주의 퍼시픽랜드 소유가 됐다. 모두 11마리였다. 이중에 제돌이는 수개월 뒤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졌다.(바다사자와 맞교환 됐다고 한다.)

이 돌고래들이 불법 포획됐다는 게 알려진 건 해경 수사에서 비롯했다. 2011년 해경이 돌고래를 불법 포획해 공연업체로 팔아넘긴 어민들을 적발했다. 어민에게 돌고래를 사들인 공연업체도 수산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2012년 4월, 1심에서 이들에게 유죄가 선고되면서 불법 포획된 돌고래에 대해 몰수형이 내려졌고 항소심에서도, 지난해 대법원 판결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그러는 동안 돌고래 6마리가 폐사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불법 포획한 돌고래를 풀어줄 것을 요청했다. 또 돌고래에게 묘기를 가르쳐 쇼를 보여주게 하는 '돌고래쇼'도 동물 학대라며 중단하라고 했다. 이런 요구에 박원순 서울시장이 화답했다. 박 시장은 2012년 3월 제돌이를 바다로 돌려보내겠다고 발표했고, 서울대공원은 돌고래쇼를 중단하겠다고 했다.

서울시는 '제돌이 방류 시민위원회'를 구성했다. 예산 7억 5천만 원이 투입됐다. 시민위원회는 여러 논의를 거쳐 제돌이의 야생 적응 훈련을 시작했고 2013년 5월, 제돌이는 제주로 옮겨져 현지에서 마지막 적응 훈련에 들어갔다.

2013년 4월 대법원 판결로 방류가 결정돼 적응 훈련 중이던 춘삼이, 삼팔이와 합류했다. 그 뒤로는 다 알다시피 삼팔이가 6월 22일 먼저 빠져나갔고 제돌이와 춘삼이는 7월 18일 바다로 돌아갔다.(비슷비슷하게 생긴 듯한 돌고래 구분을 위해 제돌이와 춘삼이에게는 등지느러미에 1번과 2번이라고 드라이아이스 도장을 찍었다. 삼팔이는 도장 찍기 전 빠져나갔기에 표식이 없으나 지느러미 특징과 상처 등으로 알아볼 수 있다고 한다.)

포획된 뒤 4년여, 과연 야생에 잘 적응할지가 관건이었다. 방류 초기엔 제돌이가 돌고래 떼와 섞이지 못하고 혼자 있기도 했다. 한달 뒤부터는 돌고래떼 사이에서 제돌이들이 같이 있는 게 목격됐고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찰에서 방류 성공은 확인됐다.

남은 돌고래는 2마리다. 불법포획된 남방큰돌고래는 아까 언급했던 11마리, 그중 6마리가 폐사했고, 3마리가 방류됐으니 2마리, 태산이와 복순이가 남았다. 이들은 입 모양이 기형이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1차 방류 대상에선 제외됐다. 서울대공원에서 관리하고 있다.(지금은 서울대공원이 공사 중이라 울산에 가있다고 한다.)

심영구 취재파일
●  돌고래의 '역습'...갇힌 돌고래는 오히려 늘었다

동물단체 등에서 파악한 국내 전시용 돌고래 수는, 2014년 현재 51마리다. 2012년만 해도 29마리였다. 2013년부터 최근까지 수입된 돌고래가 무려 25마리다. 제돌이 등 3마리가 방류됐으니 남은 자들, 합쳐서 51마리다.

왜 이렇게 돌고래가 늘어났을까. 설명 하나는 돌고래 수입국이 이전보다 좀 줄었다는 거다. 수요가 줄어 공급 가격이 다소 내려갔기에 이전보다 수입이 더 쉬워졌다는 것. 또 하나는 국내에 새로 들어선 아쿠아리움, 수족관이 많아졌다는 거다. 돌고래는 친근한 인상에 지능도 높아 인기 많은 동물인 만큼 새로 개장하는 곳에선 꼭 갖춰야 할 동물이었다. 이 두 설명은 서로 연관돼 있기도 하다. 돌고래 소송과 제돌이 야생 방류, 2011년부터 3년에 걸쳐 진행된 이 돌고래 이슈도 영향을 줬을 법하다. 이렇게 돌고래가 이슈가 된 적이 또 있었겠나.

동물보호단체의 주장대로라면 현재 갇혀 있는 51마리도 모두 야생으로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 건 2마리뿐이다. 방류가 보류됐던 태산이와 복순이다. 나머지 49마리는, 합법 포획 후 수입했거나 불법 포획했어도 공소시효(5년)가 지나 강제로 풀어줄 방법이 없다. 돌고래를 소유한 업체에서 자발적으로 풀어주는 방법 말고는 말이다. 과연 그러겠나.

제돌이 방류 결정과 돌고래 몰수 판결, 이후 시민위원회 논의를 거쳐 방류하기까지 과정에서 동물 복지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동물 쇼는 동물에게 큰 스트레스가 된다는 인식도 확산하면서 시민들도 일부 거부감을 갖게 됐고 이런 식의 쇼는 크게 줄었다.

제돌이 방류는 일각에서 세계적인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의미 있는 사건이었다. 그런데 '제돌이의 역설'이랄까, '갇힌 돌고래'는 두 배 가까이, 대폭 늘어난 것이다.

●  돌고래 체험은 안전한가

2012년 미국 올랜도의 씨월드에서 사고 하나가 발생했다. 8살 여자아이가 돌고래에게 먹이를 주고 있었는데 잠시 지체한 사이 먹이에 욕심낸 돌고래가 먹이를 든 아이 손을 물어버린 것이다. 마침 아빠가 이 장면을 찍었는데 이 부모는 씨월드 측에서 위험 경고를 전혀 하지 않았다며 분개했다. 그리고 이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돌고래와 직접 접촉하는 건 위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돌고래는 웃는 것처럼 보이는 인상이긴 하나, 실제로는 먹이사슬 상위에 있는 포식자다. 무게도 수백킬로그램에 이를 정도로 크고 힘도 세다.(1년여 전 제돌이 몸 상태 점검을 위해 피 뽑는 현장을 봤는데 피를 뽑는 순간 꿈틀꿈틀 하는데 조련사 7-8명이 달라붙어서도 쩔쩔맸다.) 여러 사람이 접촉하는 과정에서 인수공통감염 질병에 감염될 우려도 있다. 돌고래가 자유롭게 헤엄치지 못하고 사람에게 몸을 맡기는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크게 받는다는 지적도 있다.

요즘 여러 아쿠아리움이나 테마파크 등에서 유행하는 '돌고래 체험'에 문제가 많다는 의견이다.

●  동물원법은 언제?

내가 볼 때 다 동물원인데, 어떤 건 도시공원, 어떤 건 박물관이다. 이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현행법에서 동물원과 수족관은 설립/운영 주체나 지역에 따라 도시공원이나 자연공원, 혹은 박물관 등으로 제각각 분류돼 있고 관련 법도 도시공원법, 자연공원법,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등으로 따로 규정하고 있다. 이렇기에 동물원에서 사육하는 동물의 사육환경 등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문제 의식 속에 준비된 법안이 동물원법 제정안이다.

새정치연합 장하나 의원이 발의했는데 지난해 9월 발의는 했으나, 관련 부처가 환경부, 농림부, 해수부, 문화부, 산림청 등 여럿이다보니 어떤 상임위에서 논의할지가 정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환경노동위로 일단 결정되면서 2013년 12월 상정됐고, 법안소위로 넘어갔지만 이번엔 공청회가 진행되지 못했다. 역시 부처간 이견이 잘 조율되지 않아서였다. 의원실에서는 8월엔 공청회를 열고 하반기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  '제돌이의 역설'

제돌이의 성공적인 방류는 무엇을 남겼을까. 제돌이 방류를 결정할 때, 그리고 그 결정을 지지했던 시민들이 태산이나 복순이, 그외 49마리의 돌고래에게도 같은 마음을 보여줄까. 아직은 반짝 이벤트에 그치고 말았다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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