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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미군기에 욱일기 그림?…'전범기' 모를 리가 없는데

美 항공모함 탑재 항공기에 욱일기 그림 그려넣어…한국·중국 입장도 고려해야

[취재파일] 미군기에 욱일기 그림?…'전범기' 모를 리가 없는데
일본을 상징하는 두 깃발, 일장기와 욱일기입니다. 일장기는 일본의 국기이고, 욱일기는 몇 가지 변형된 모양이 일본 자위대기로 사용됩니다. 욱일기는 일본이 과거 태평양 전쟁을 일으켜 아시아 각국을 침공할 때 사용했던 깃발로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집니다.

하지만 독일의 나치 문양이 세계적으로 금기시되는 데 반해 욱일기에 대해서는 그런 공통의 평가가 형성되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당장 일본인들이 지금도 이 욱일기를 자위대기로 쓰고 있고 종종 일본인들이 국가 대항 스포츠 경기 등에 이 문양을 들고 나와 응원을 벌이기도 합니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욱일기가 응원전에 나타났습니다. 스포츠 대표팀 유니폼을 욱일기 디자인을 응용해 만드는 경우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번 월드컵 대표팀 유니폼도 그렇습니다. 왼쪽 가슴의 엠블럼을 중심으로 햇살이 퍼져나가는 문양이 새겨져 있습니다.
일본 축구 대표팀


각종 한국 홍보 활동으로 유명한 서경덕 교수는 이번에도 인터넷에 관련 동영상을 올리고 SNS 등으로 일본의 욱일기 문제를 알리고 있습니다. (www.ForTheNextGeneration.com) 서 교수는 일본 대표팀의 유니폼이 전범기 문양을 포함하고 있다며 퇴출을 요구하는 우편물을 FIFA와 32개 출전국에 보내기도 했습니다.

더구나 미국 LA에서는 일본 교민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이 욱일기를 스티커로 만들어 붙이는 일도 있었고, 미국의 미술가가 욱일기 그림을 전시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한국이나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아닌 서구인들의 눈에는 이 욱일기가 그저 특이한 디자인 정도로 보이는 측면도 있습니다. 나치 문양만큼 제대로 알려져 있는 건 아닌 거죠. 아래 그림에 있는 것처럼 자위대가 해외에 각종 지원 활동을 나갈 때도 이 욱일기 깃발을 들고 갑니다. 자연스럽게 욱일기를 홍보하는 셈이죠.

필리핀 지원 자위대


하지만 개인들은 몰라도 미국 정부는 어떨까요? 특히 직접 욱일기를 든 일본군과 태평양전쟁에서 맞붙었던 미군이 욱일기의 의미를 모른다고 할 수는 없겠죠. 그런데 아래 사진을 보시죠.

E-2C 조기경보기


지난 16일 홍콩에 입항한 미 7함대 소속 핵추진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 갑판에 서 있는 조기경보기 E2-C기입니다. 어제 외신으로 들어온 화면입니다. 꼬리 날개에 눈에 띄는 문양이 있죠? 바로 욱일기 모양입니다. 친절하게 후지산 그림까지 그려 넣었습니다.

조지워싱턴호 E-2

조지 워싱턴호는 일본 요코스카를 모항으로 배치되어 있는 항공모함입니다. 일본 내 기지를 사용하는 만큼 당연히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문양 등을 그려넣을 수도 있죠. 그런데 하필이면 그것이 욱일기여야 했을까요? 조지 워싱턴호 갑판 위에 있는 여러 항공기들을 유심히 살펴봤지만 이런 그림이 들어있는 항공기를 더 찾아볼 수는 없었습니다.
조지워싱턴호 함재기


그런데 인터넷으로 같은 기종의 항공모함 탑재용 조기경보기를 검색해 보았더니 아래와 같은 사진이 나옵니다. 역시 꼬리날개에 욱일기 문양이 나타나 있는데 가운데는 태양 모양이 아니라 횃불이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진의 배경이 무엇인지 보이시죠? 바로 후지산입니다. 비록 약간의 변형을 주기는 했지만 이 문양 역시 욱일기였음을 분명히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일본을 상징하는 후지산에 욱일기 문양. 그렇다면 미군이 볼 때는 욱일기 문양은 정말 일본을 의미하는 일종의 상징물에 불과한 걸까요?

키티호크 E-2 욱


이 조기경보기가 탑재된 항공모함은 키티호크호입니다. 조기경보기 옆 부분에 배치된 항모 이름까지 나와 있습니다. 이 키티호크 역시 일본 요코스카항을 모항으로 하는 항모입니다. 역시 일본에 배치된 항모 탑재용이라 미일 우호의 표시로 이 모양을 그려 넣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다른 항공기에는 없는 이런 화려한 문양을 하필이면 조기경보기에 그려 넣은 이유는 뭘까요? 확실한 건 아니지만 조기경보기라는 게 항공모함에 탑재되는 다른 군용기들과는 달리 적을 직접 만날 일 없이 먼 거리에서 강력한 레이더로 적의 움직임을 탐지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런 문양을 그려 넣어도 적의 눈에 잘 띄는 등의 문제가 없기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키티호크 항공모함


그래서 이렇게 조기경보기를 주둔국 국민들과의 친선 관계 형성에 이용하는 건 좋은데 하필이면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깃발로 한국, 중국 등이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욱일기를 그려 넣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게 합당한 일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더구나 키티호크나 조지 워싱턴호는 훈련 등을 이유로 종종 부산항 등 우리 영해에도 나타납니다. 이번에 홍콩에 간 것처럼 말이죠. 가는 나라에 맞춰 갑자기 외부 도장을 바꿀 리는 없으니 한국에 올 때도 마찬가지로 욱일기 그린 항공기를 싣고 왔었을 겁니다 (물론 눈치가 있으면 격납고 안에 넣어놨을 수도... 조지 워싱턴호가 부산항에 왔을 때 화면을 검색해 봤는데 욱일기를 못 찾겠더군요).

※ 제가 올린 글을 보고 몇몇 분이 의견을 보내주셨습니다. 먼저 E-2기에 그려져 있는 그림이 욱일기가 아니라 일본의 패망을 상징하는 'Sundowner' 문양이 아니냐는 것입니다. 실제로 미 해군 항공부대 중에 VF-111이라고 Sundowners라고 불린 부대가 있었고 문양도 욱일기를 응용한 것이 맞습니다.
VF-111 Sun

이 사진은 미국 항공박물관 홈페이지에 올라있는 건데 베트남전에서 폭격을 하는 F-4 팬텀기 모습입니다. 사진의 꼬리날개에 그려진 그림이 바로 Sundowner입니다. 수평선을 기준으로 해가 지는 모습을 그렸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번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에 실려 있는 E-2기의 꼬리날개에는 후지산과 함께 햇살 모양이 들어있고, 이걸 해가 지는 모습이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어떤 분은 후지산과 함께 일본의 패망을 상징하는 거라고 하시는데 그건 좀 너무 많이 나간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이 Sundowners라고 불린 미 해군 항공 부대 VF-111은 1995년에 해체가 되었다고 합니다.

욱일기 꼬리 날개

그리고 키티호크에 실린 E-2C의 꼬리날개에 있는 이 그림에서 가운데에 태양이 아닌 다른 것이 그려져 있는 건 맞습니다. 이걸 어떤 분은 Sundowners 부대가 사용하던 폭탄 그림이 아니냐고 하셨는데 그림을 좀 크게 확대해 봐도 위에 불꽃이 그려진 횟불 모양에 더 가깝다 싶습니다. Sundowners가 사용하던 폭탄 그림은 누가 봐도 한 눈에 폭탄을 투하하는 모습임을 알 수가 있습니다. 위에 비행기까지 그려넣었고요.

어떤 분은 이런 비행기 문양은 이걸 운용하는 현장 인력들이 특별한 생각 없이 그려넣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주셨네요. 그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뉴욕에서 욱일기를 소재로 전시를 한 작가의 경우도 그랬다고 하고요. 하지만 우리로서는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부분을 분명히 알려줄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LA에서 한인단체 등에서 욱일기 스티커에 문제를 제기하고 철거를 하도록 한 것처럼 말입니다. 의견 보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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