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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12년 만의 '충격 요법' 금연광고

'공포광고(혐오광고)'의 적정 수위는?

※다음 동영상은 호주 금연광고의 전체 영상입니다.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끔찍해 보이는 장면이 포함되어 있으니 재생 전에 참고해 주세요.

보건복지부가 흡연의 폐해를 생생하게 묘사하는 충격적인 내용의 방송 광고를 제작해 방영하기로 했습니다. 끔찍한 영상이나 내용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광고를 '공포 (소구) 광고' 또는 '혐오광고'라고 부르는데요, 우리 정부가 이런 충격 요법의 동영상 광고를 만들어 지상파 방송을 포함해 영화관,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대대적으로 방영하는 건 지난 2002년 이후 12년 만의 일입니다.

12년 전 고 이주일 씨가 폐암으로 돌아가시기 직전 출연해 담배를 피워 온 과거를 후회하는 모습을 담은 당시 광고는 전국적인 금연 신드롬을 불러 왔고, 2001년 70%에 달하던 성인 남성 흡연율을 2년 만에 57%로 끌어내리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폐암 말기의 환자, 그것도 '국민 코미디언'이라고 불리던 이주일 씨가 병색이 완연한 모습으로 등장해 금연을 호소하는 장면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렇듯 공포광고(혐오광고)는 금연을 홍보하는 데 분명한 효과가 있다는 게 복지부의 판단입니다. 특히 청소년과 흡연을 처음 시작하는 계층에게 더 많은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고 이주일 씨 광고 이후 우리 정부의 금연광고는 비교적 소극적인 방식으로 진행돼 왔습니다. 주로 금연구역 확대의 필요성을 홍보한다든가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성인 남성 흡연율이 OECD 최고 수준인 49%를 기록하며 장기간 감소하지 않는 추세인데다 청소년 흡연율까지 매우 높은 상황이어서, 이제는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공포광고 형태의 '좀 더 센' 금연광고를 다시 시도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판단입니다. 12년 만에 국내 지상파 방송에 재등장하게 될 충격적인 내용의 공익광고는 이번 달 말 첫 방송을 목표로 지난 주 촬영을 마쳤습니다. 현재 광고대행사를 통해 편집 등 후반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충격적 영상의 수위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주 접하지 않았던 방식의 광고인지라 얼마나 혐오스럽게 혹은 얼마나 공포스럽게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 지 정부가 고심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광고 제작업체 측은 이번 광고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방송사 공익광고 담당자들에게 이와 관련된 문의를 비공식적으로 했다고 합니다. 이 때 모델로 제시한 것이 호주의 금연 공익광고인데요, 50초 분량의 광고는 이렇습니다. 흡연과 관련된 질병으로 숨진 이들의 병 든 장기를 해부하는 다양한 이미지가 등장하고, 이어서 흡연 관련 질병으로 투병하는 이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리고 광고는 이야기합니다. "흡연이 이런 질병을 일으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여전히 담배를 피우고 있습니다...어쩌면 당신은 당신의 습관을 끊어내기 위해 도움이 필요한지도 모릅니다. 전화하세요..."

공포공고라는 게 소비자 혹은 잠재 소비자에게 혐오감을 주거나 공포심을 조장해 원하는 효과를 달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광고는 어느 정도 혐오스럽거나 공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노약자를 포함해 다양한 사람들이 무작위로 노출되는 지상파 광고의 특성상 너무 혐오스럽거나 공포스러운 영상은 시청자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도 있어, 방영 매체들로선 부담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격적인 장면의 수위를 과도하게 낮추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장인 서홍관 박사는 '흡연이 일으키는 질병 자체가 너무 끔찍하기 때문에 끔찍한 광고는 진실을 담은 것이다. 끔찍한 건 광고가 아니라 흡연이 만든 치명적 질병들이다. 따라서 끔찍한 장면을 없애서 '순한' 광고를 만든다면 그것은 흡연이 초래하는 진실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 하는 것이고, 아까운 광고비를 낭비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 광고를 보면서 흡연자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혹시 '너무 혐오스러워서 혹은 공포스러워서 보기가 싫다'는 생각이 드셨나요? 그것은 당신의 몸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혹은 멀지 않은 미래에 일어나게 될 일인지도 모릅니다. '이런 광고를 보면 짜증만 나지, 막상 담배를 끊게는 안 되더라' 생각하시나요? 당신은 도움이 필요한지도 모릅니다. 가족에게, 혹은 의사 등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해 보세요. '담배를 안 피우는 사람이어서 쉽게 말한다' 지적하실지도 모르겠네요. '맞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이 광고가 당신에게 하고자 하는 이야기도 분명 '맞는 얘기' 아닌가요? 흡연은 당신의 건강을 해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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