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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쿠데타' 태국, 특수 함정에 폭탄 테러

태국 VIP 경호 선박, 폭탄 공격 받아

[취재파일] '쿠데타' 태국, 특수 함정에 폭탄 테러
군부가 쿠데타를 선언한 태국에서 해군의 신형 함정 한척이 폭탄 공격을 받았습니다. 함정도 파손됐고 해군 장병도 여럿 다쳤습니다. 지난 해 말부터 벌어진 반정부 시위를 둘러싸고 총격과 수류탄 투척 사건이 있긴 했지만 군이 공격당한 사례는 여태껏 없었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군이 온 나라를 지배하는 쿠데타 정국입니다. 이런 시절에 장병 개인도 아니고 해군 함정이 폭발물로 손상을 입었으니 태국 군부가 은근히 놀라고 있습니다.

태국 군부를 더욱 긴장하게 하는 것은 폭탄이 터진 배의 정체입니다. 배의 임무가 좀 특별하기 때문입니다. 해안 경비도 하긴 하지만 고위급 요인을 경호하는 함정입니다. 여기서 고위급 요인이란 왕을 비롯한 왕족과 정부 고관들을 말합니다. 폭탄 공격을 한 세력의 결기가 어느 정도인지 어렴풋이 짐작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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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하필 경비정 T229를…

영국의 군사 전문지 IHS 제인스는 지난 24일 태국 남부 파타니강 항구에 정박해 있던 태국 해군의 경비정 T229가 폭탄 공격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선체 일부가 파손됐고 배에 타고 있던 해군 장병 3명이 부상했습니다.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습니다. 폭탄 공격을 했다는 세력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폭탄의 종류도 아직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 경비정은 태국의 방산업체 마르선(Marsun)사가 건조해 지난해 3월 취역했습니다. M21이란 모델인데 T228, T229, T230이란 이름을 달고 해군에 인도됐습니다. 이번에 파손된 배는 3척 중 둘째인 T229입니다. 임무는 타이만과 안다만해의 배타적 경제 수역을 감시하는 겁니다. 또 임무가 하나 더 있는데 VIP 경호입니다. 평소 경비가 허술해서 공격하기 좋은 배들이 수두룩한데 하필 경비도 엄하고 상징적 의미도 큰 배가 당했습니다.

같은 날 파타니강이 흐르는 태국 남부 지역에서는 연쇄 폭탄 테러가 있었습니다. 파타니주에서만 편의점, 주유소 등 9곳에서 폭탄이 터져 적어도 3명이 숨지고 73명이 다쳤다고 IHS 제인스는 보도했습니다. 태국 군부는 대외적으로는 비슷한 여러 사고 중에 하나라고 둘러대고 싶은 눈치입니다. T229 사건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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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폭탄을 터뜨렸을까

쿠데타를 감행한 태국 군부에 반대하는 세력 또는 무슬림 무장단체의 소행일 가능성이 큽니다. 태국 군부는 이달 초 정권을 내려놓은 이른바 탁신 진영의 반대편에 서있습니다. 지난 2001년 민주 헌법으로 치러진 선거에서 정권을 잡았던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일파가 친 서민, 탁신 진영입니다. 탁신 진영의 상징은 빨간색 티셔츠입니다. 군부는 빨간색 탁신 진영을 반대하는 흰색 티셔츠의 중산층 진영이라고 불러도 무방합니다. 지난 해 말부터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쪽입니다.

T229를 공격한 측도 탁신 진영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태국 군부가 쿠데타 이후에 잉락 전 총리를 비롯한 탁신 진영 인사를 무더기로 구금해 진영을 뿌리째 흔들고 있으니 탁신 진영의 반감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쿠데타라는 태국의 정치 지형에서는 탁신 진영을 의심할 수 있지만 사고가 난 지역은 또 태국에서도 무슬림이 가장 많은 곳입니다. 이슬람교도들의 반란으로 수천 명이 숨졌던 역사도 있는 지역입니다. 그래서 이슬람교도들이 T229를 공격했을 것이란 추정도 나오고 있습니다. 몇 달째 반정부 시위에 총리의 실각, 계엄령, 쿠데타에 이르기 까지 워낙 나라 사정이 어지럽다 보니 T229 폭탄 테러 사건은 장기 미제가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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