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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업고 내려가라? 요양병원 안전 무방비

<앵커>

당국의 점검은 왜 소용이 없었을까? 불이 난 병원에는 스프링클러 같은 자동 소화설비가 설치되지 않았습니다. 요양병원들이 대부분 규모도 크지 않고 영세하기 때문에 엄격한 소방기준을 적용받지 않는 겁니다. 건물 이용자 대부분이 화재에 가장 취약한 노인 환자들이라는 건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그 실태를 긴급점검 했습니다.

채희선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의 한 노인요양병원입니다.

130여 명이 입원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대부분 홀로 앉아 있기도 어려운 노인들인데, 유사시 휠체어를 이용해서 대피할 수 있는 경사로는 병원 어디에도 없습니다.

[노인병원 직원 : 화재 나면 창문으로 사다리 내려서 대피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거동이 불편한데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신다고요?) 그게 아니면 계단밖에 없거든요.]

또 다른 노인병원은 쉽게 불에 타는 나무로 내부를 꾸몄습니다.

스프링클러는 아예 설치돼 있지도 않습니다.

화재에 사실상 무방비라는 걸 직원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노인병원 직원 : 간병사가 한 병동에 세 명씩 있어요. 그 사람들이 (업고) 내려간다고 해도 (환자) 세 명밖에 못 내려가지, 또 올라올 순 없는 거 아니에요.]

현행법상 노인병원은 일반 건물과 똑같이 11층 이상이거나 4층 이상이면서 바닥면적이 1천 제곱미터 이상일 때만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노인병원은 대부분 이보다 작은 규모로 운영되다 보니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는 겁니다.

건축 자재를 불연재로 해야 한다는 규제도 일정 규모 이상일 때만 적용되고 있습니다.

노인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할 때마다 인명피해가 클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지난 2010년 경북 포항에서 노인요양원 화재로 2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지난해 경기도 포천의 노인요양병원 화재 때도 1명이 숨지는 등 피해가 잇따랐습니다.

전문가들은 노인병원의 특수성을 고려해서 화재 관련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박재성/숭실 사이버대 소방학과 교수 : 자동화된 소화설비(스프링클러)가 건물 규모와 관계없이 반드시 설치하는 것이 중요하고요. 피난을 도와줄 수 있는 간호사 같은 보호자 수 대비 수용할 수 있는 환자 수도 결정해야 합니다.]

건물 외부로 대피가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서 피난용 발코니를 설치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최근 5년 사이 전국 노인요양병원은 2배 이상 늘어 1천284곳이나 되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영상취재 : 신동환, 영상편집 : 우기정, VJ :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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