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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北 아시안게임 참가' 지방선거 변수 되나

[취재파일] '北 아시안게임 참가' 지방선거 변수 되나
선거 때만 되면 어김없이 부는 바람이 있습니다. 바로 '북풍(北風)'입니다. 멀게는 1987년, 대선을 불과 2주 앞두고 발생한 'KAL기 폭파사건'에서부터, 최근에는 지난 2012년 대선 때 벌어진 '노무현 전 대통령 NLL 발언 공방'에 이르기까지…. 때로는 북한의 의도적인 개입으로, 때로는 우발적으로, 때로는 여야 정치권의 '선거 전략'으로, 선거 때만 되면 북한 이슈가 제기되곤 했습니다. 혹자는 "북한 뉴스가 많아지면 '아, 선거가 가까워졌구나' 느낀다"고 말합니다.

이번 6·4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북한 이슈는 계속 제기됐습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가능성이 대두됐고, 잇따른 무인기 발견과 '北 소행'이라는 우리 정부의 발표, 이에 대한 북한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면서 긴장 국면이 조성됐습니다. 지난 22일에는 북한이 연평도 근해에서 초계 임무를 수행 중이던 우리 해군 함정 인근에 2발의 포격을 가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이번 지방선거도 역시 '남북 긴장 국면'에서 치러지는 듯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튿날 북한은 오는 9월 19일부터 10월 4일까지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선수단을 보내기로 했다고 전격 발표했습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 여야 한목소리로 '환영'…속내는?

여야는 한목소리로 환영했습니다. 새누리당 민현주 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북한이 긍정적인 의사를 밝혀 다행"이라며 "끝까지 약속을 지키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더 이상 군사 도발을 해서는 안 되며, 그래야 아시안게임 참여 결정의 빛이 바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광온 대변인은 "남북관계의 훈풍은 언제나 스포츠 등 비정치적 행사가 계기가 됐다"면서 "이번에도 남북 신뢰회복의 기대감을 갖게 한다"고 크게 환영했습니다.

겉 표정은 둘 다 '웃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속내는 야당 쪽이 더 '밝아' 보였습니다. 남북간 긴장이 고조되고 위기감이 강해지면 그 만큼 보수 성향의 표가 결집되기 때문에 여권에 유리하고, 남북간 긴장이 완화되고 교류와 협력이 활발해지면 반대로 야권에 유리하다는 것이 전통적인 시각이기 때문입니다.

야당은 특히 이번 지방선거의 접전지이자 최대 승부처 중 하나인 인천시장 선거에서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사건 등으로 만성적 안보 불안에 시달리는 서해 5도 주민 등 인천 시민들에게 적어도 불안감은 덜어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북한의 참가로 인천아시안게임의 위상이 한층 높아지면서 '지금까지 아시안게임을 준비해 온 현 송영길 시장이 계속 시장을 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확산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 때문인지, 야당은 '아시안게임 세일즈'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모습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는 25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아세안게임 점검 행사에 둘 다 참석해, "송영길 후보는 아시안게임을 준비하기 위해 새로 16개 경기장을 무사히 건설했고, 아시안게임에 북한의 참가를 이끌어내 남북 화해 협력에 큰 공을 세웠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새누리당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는 "북한의 아시안게임 참가가 남북 긴장국면을 해소하고 우호적 관계 조성에 기여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북한의 용단에 환영의 박수를 보낸다"면서도 "어제는 대포를 쏘고 오늘은 잔치를 함께 하자는 북한의 이중적 태도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래픽_여야 새누리
◆ '北風' 역효과 사례 많아…"결과 예단 못해" 

하지만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먼저, 북한이라는 이슈 자체가 큰 변수가 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정치평론가인 서경선 씨엠씨네트웍스 대표는 "4년 전에도 천안함 사건이 발생했지만 지방선거 판세를 크게 흔들지 못했다"며 "북한이라는 변수 자체가 선거판을 흔드는 시대는 지났다"고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북풍'은 때로는 '역효과'를 내기도 했습니다. 87년 KAL기 폭파사건과 96년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북한군 판문점 무력 시위 등은 여당의 승리로 이어졌지만, 2000년 총선 때 당시 여당인 민주당이 선거 사흘 전 '6·15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를 전격 발표했는데도 선거에선 한나라당에 패배했습니다. 보수층의 결집을 불러오면서 오히려 역풍을 맞은 것입니다. 또, 2007년 대선 직전에도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려 남북 화해 모드가 조성됐지만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압승을 거뒀습니다. 앞서 언급됐듯이, 2010년 6·2 지방선거도 천안함 사건의 여파로 시종 여당에 유리하게 흘러가는 것처럼 보였으나, 투표함을 열어본 결과, 야당이 예상 밖으로 크게 선전했습니다.

특히, 이번에는 세월호 참사의 충격이 워낙 커서 북한 이슈는 더 변수가 안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야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세월호 충격이 너무 크기 때문에 북한 이슈가 아무리 호재라도 전면에 내세우기가 쉽지 않다"며 "세월호 참사가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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