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 그룹 일가, 관계사와 수십억원 대 거래…'사실상 증여한 것'

세월호 선사 청해진해운과 관계사들이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와 수십억원대의 금전거래를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계열사는 임원의 돈을 운영자금으로 빌렸다가 "빚을 갚지 않기로 약정했다"며 빚을 털어 내 차입금 규모가 줄어들기도 했습니다.

오늘(25일) 관련 회사들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유 전 회장의 장남 대균(44) 씨가 최대주주인 트라이곤코리아는 회삿돈 최소 26억원을 유씨 일가와 회사 대표이사에게 빌려줬습니다.

이 회사는 2011년 말 기준으로 유 전 회장의 동생 병호씨에게 8억원을, 2013년엔 유 전 회장의 딸 섬나씨에게 5억원을 대여했습니다.

트라이곤코리아의 대표이사 권모씨도 2011년까지 13억원을 회사에서 빌렸습니다.

또다른 계열사 ㈜온지구는 2003년까지 대표이사 이모씨 등 임원 4명에게 최소 32억여원을 빌려줬습니다.

2009년 새로 부임한 대표이사 채모씨는 회사에서 8억원을 빌렸다가 2012년 모두 상환했습니다.

이들 회사의 감사보고서에는 유씨 일가나 임원에게 회삿돈을 빌려준 이유나 이자율·담보설정 여부는 기재되지 않았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회사법 전문 변호사는 "회사가 임원이나 주주에게 자금을 빌려준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담보나 이자율 등을 명확히 정하지 않았다면 일종의 특혜로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유 전 회장이 2009년 말까지 대주주로 있었던 국제영상은 반대로 2006년 말 기준으로 임원에게서 약 30억원을 빌려썼습니다.

이 가운데 26억원 가량은 채권자와 약정으로 채무가 면제됐습니다.

둘 사이에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 알 순 없지만 임원이 회사에 돈을 사실상 '증여'한 셈입니다.

한 회계사는 "중소기업의 경우 운영자금이 모자라면 임원에게 돈을 빌릴 수도 있는데 통상 증자나 사채발행 같은 방법을 쓴다"며 "채권자가 받을 돈을 포기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