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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오열하는 어머니, 자식 꺼내달라며…"

부산지방경찰청 제1기동대 1팀장 권정회 경위 
"예쁜 아이가 바다 속에 있는데.. 제발 찾아 주세요"

▷ 한수진/사회자: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진도에서부터 청와대가 있는 서울까지 600km 길을 걸어가려고 작정한 일이 있었죠. 나흘 전인 지난 4월 20일에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더디기만 한 구조작업 더는 못 지켜보겠다. 대통령과 직접 대화하겠다며 청와대까지 직접 걸어가려고 했었는데요. 경찰은 부득불 막아설 수밖에 없었는데 이들의 생사를 몰라 애타는 실종자 가족들은 길을 막지 말라며 통곡을 했고 그 분들을 막던 여경도 끝내 눈물을 뿌리고 말았습니다. 당시 실종자 가족과 함께 울었던 여경이죠. 부산지방경찰청 제1기동대 1팀장 권정회 경위와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권정회 경위 / 부산지방경찰청 제1기동대 1팀장: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부산 경찰청 소속이시던데요. 아마도 세월호 침몰 사고로 진도에 지원 업무 나가셨던 모양이네요?

▶ 권정회 경위 / 부산지방경찰청 제1기동대 1팀장:

네, 저희 기동대 업무 특성상 대규모 집회나 재해 상황이 생기면 전국 어디라도 가서 일을 하는데 이번 세월호 사건 피해자들 대부분이 어린 학생들이고 또 가족 분들 중에 어머니들도 많고 그 분들이 많이 지친 상황이기 때문에 그 분들의 안전 확보를 위해서 저희가 진도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정말 그 동안 여러 가지 사건 사고 지켜도 보고, 사건 현장에 출동하기도 했을 텐데 이번 업무가 더 힘드시진 않으셨어요?

▶ 권정회 경위 / 부산지방경찰청 제1기동대 1팀장:

국민 누구나 다 마찬가지이겠지만 특히 저희가 현장으로 출동 가서 보니까 너무 힘들고 정말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만큼 답답하고 먹먹하고 가슴 아프고 많이 힘들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무엇보다도 큰 아픔 겪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을 바로 곁에서 지켜본다는 게 참 쉽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

▶ 권정회 경위 / 부산지방경찰청 제1기동대 1팀장:

네, 저희가 여자들이고 그리고 가족 분들 대부분이 어머니들이기 때문에 어머님들을 저희가 앞에 서서 직접 대면할 기회가 많았거든요. 그 분들이, 저희 같은 대원들도 어머니가 있고 여기 결혼한 대원들도 많이 있기 때문에 같은 여자여서 그런지 몰라도 저희 손을 잡고 울기도 하고.

▷ 한수진/사회자:

경찰이기 이전에 같은 엄마의 심정이 되더라, 하는 말씀이시군요. 그래요, 지금 나흘 전이었는데요. 지난 20일 일요일 새벽에 실종자 가족들이, ‘청와대로 가서 대통령을 만나겠다.’ 그러면서 진도에서 출발했었는데요. 그 때 당시 상황 이야기를 다시 한 번 여쭈어보겠습니다. 몇 시 쯤 일어난 일이었나요?

▶ 권정회 경위 / 부산지방경찰청 제1기동대 1팀장:

새벽 3시 30분쯤으로 기억을 합니다. 숙소에 들어 간지 2시간 쯤 지나서 바로 출동 명령이 떨어져서 진도 실내 체육관으로 이동을 했는데요. 체육관에 갔더니 이미 상황이 너무 복잡하고 버스 진입 자체가 불가한 상태여서 저희가 바로 진도 대교 쪽으로 이동해서 근무 중에 있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몇 분이나 그 때 나오셨어요?

▶ 권정회 경위 / 부산지방경찰청 제1기동대 1팀장:

저희가 진도 대교 쪽으로 갔을 때 보니까 이미 어머님들 열 분 정도, 아버님들 다섯 분에서, 열, 대 여섯 분이 길가를 막고 앉아 계셨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도로 위에 그냥 앉아계셨군요.

▶ 권정회 경위 / 부산지방경찰청 제1기동대 1팀장:

네, 도로 위를 가로막고 앉아계셨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서 어떤 말씀을 하시던가요.

▶ 권정회 경위 / 부산지방경찰청 제1기동대 1팀장:

그 분들이 요구하시는 건, 빨리 보내 달라, 왜 길을 막느냐, 청와대가서 내가 할 말이 많은데 제발 보내달라고, 왜 막느냐, 라고 그렇게 길을 터 달라고 계속 말씀하셨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가족 분들의 감정이 아주 많이 격앙되어 있는 상황이었죠?

▶ 권정회 경위 / 부산지방경찰청 제1기동대 1팀장:

네, 많이 격앙돼 있는 상태였고 그리고 많이 지쳐있는 상태였어요. 그 날 아침에 비가 많이 내렸거든요. 날씨도 춥고 못 드시고 밤새 걸어오신 상태였기 때문에 지치셨지만 청와대로 가겠다는 생각, 보내달라는 그런 생각, 오죽 답답하면 여기서 이러실까, 하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고, 막고 있는 저희들도 참, 어떻게, 할 수가 없고 그렇다고 해서, 그 도로를 걸어가시겠다는 가족 분들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도 없었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보고만 있는 상태였죠.
세월호_여경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그 중에서 어머님들 중에서 한 분이 약간 돌발행동을 하셨어요.

▶ 권정회 경위 / 부산지방경찰청 제1기동대 1팀장:

저희가 길을 막고 있으니까, 어머님들하고 아버님들이 잠깐, 지치시고 춥고 하니까 빵하고 우유를 드시고 난 다음에 청와대 가겠다고 길을 터달라고 하시면서 일제히 밀고 나오신 적이 있었거든요. 그 과정에서 저희가 제지를 하는 상황이었고 그 중에 어머님 한 두 분이 제지선 뚫고 앞으로 내달리셔가지고 100여m를 뚫고 지나가시는 분이 계셨어요. 저희가 그 두 분을 보고 대원 한 명하고 뛰어서 그 어머니를 막아선 상황이었죠.

▷ 한수진/사회자:

그랬더니 어머님이 어떻게 하셨어요.

▶ 권정회 경위 / 부산지방경찰청 제1기동대 1팀장:

제가 대원 한 명하고 열심히 뛰어서 어머님을 막아서서, 어머니 그만 가시자고, 숨 좀 고르고 가시자고, 물 좀 드시고 가시자고 하면서 제가 길을 막으니까 어머니께서도 가는 길을 포기하시고 그 때 저를 보시면서 ‘우리 아이도 경찰관이 되는 게 꿈이었다. 그 예쁜 아이가 바다 속에 있는데 당신들 뭐하는 거냐, 제발 꺼내 달라.’, 그리고 ‘더 얼굴 못 알아보기 전에 빨리 꺼내서 집에 데려가야 될 것 아니냐. 그 아이가 저기 있는데 내가 여기 있는 게 말이 되느냐.’ 이러시면서 계속 우셨고요.

▷ 한수진/사회자:

그래서 경위님께서도 함께 눈물을 흘리셨군요.

▶ 권정회 경위 / 부산지방경찰청 제1기동대 1팀장:

네, 그 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정말 그 어머니 얼굴, 표정, 애써 참으시려고 하시면서도 터져 나오는 눈물을 보면서, 처음엔 저도 안 울려고 모자를 눌러쓰기도 하고 먼 산을 보기도 하고 많이 참았는데 도저히 참을 수 없었고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어머니 등을 만지면서, 어머니 힘내시라, 라고 하면서 함께 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경위님과 어머님 우는 사진보고 정말 온 국민이 같이 울었을 겁니다. 저도 눈물이 북받치던데 말이죠. 그래서 경위님, 어머님과 그렇게 말씀 나누시고 오열하셨다고 했는데 혹시 그 이후에 그 어머님께 아이에 관한 소식은 들으셨어요?

▶ 권정회 경위 / 부산지방경찰청 제1기동대 1팀장:

그 때 저희가 20여분 동안 어머니와 말씀 나누고 진정시키고 난 다음에 다시 어머니를 부축해서 일행들 속으로 모셔다 드렸거든요. 그 이후로 제가 그 어머님을 두 번 뵌 적도 없고 연락처를 모르기 때문에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안타깝습니다, 저희도 그 상황이, 그 아이가 어떻게 되었는지 빨리 좀 알고 싶습니다. 너무 궁금하고 아이들이 빨리 구조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 이후로는 소식은 확인하시지는 못하셨지만 늘 마음속으로 구조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계시다, 이런 말씀이시군요.

▶ 권정회 경위 / 부산지방경찰청 제1기동대 1팀장:

네,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다시 그 어머님을 뵐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잠시 이 방송시간 통해서 어머님께 한 말씀 하시면서 인터뷰를 마무리하시면 어떨까요?

▶ 권정회 경위 / 부산지방경찰청 제1기동대 1팀장:

아마 거기 계신 모든 어머님들이 똑같은 마음이시겠지만 용기 잃지 마시고 그리고 제가 보니까 어머님들이 너무 지치셨거든요. 며칠 째 못 드시고 또 거의 기력이 없으세요. 어머님들, 아버님들이 건강하셔야 아이를 찾을 수 있고 또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으니까 건강 좀 챙겼으면 좋겠다는 말씀 드리고 제가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정말 죄송하고 남아있는 아이들 잘 돌봐서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런 말씀 전해주고 싶어요.

▷ 한수진/사회자:

네, 저희도 정말 같은 심정입니다. 많은 국민들 대신해서 실종자 가족과 아픈 마음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부산지방경찰청 제1기동대 1팀장 권정회 경위 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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