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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중심 잡는 '평형수' 관리·감독 기관 없다

<앵커>

거센 바람과 파도에도 배가 중심을 잡고 갈 수 있는 건 배 아래쪽에 있는 평형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평형수가 이렇게 안전에 필수적인데도, 관리, 감독하는 기관은 한 군데도 없습니다.

조기호 기자입니다.

<기자>

선박은 출항 전에 여객과 화물의 양을 감안해 배가 복원력을 유지하도록 최소한의 평형수를 실어야 합니다.

여기서 선장은 유혹에 빠지게 됩니다.

평형수 양을 줄이면 그만큼 화물을 더 실을 수 있어 선박의 매출에 유리합니다.

[김길수/한국해양대학교 교수 : 카페리(화객선)인 경우에는 화물을 많이 싣기 위해서 밸러스트(평형수)를 조절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문제는 이 평형수가 선박 안전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도, 이걸 제대로 맞추고 출항하는지 아무도 관리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현행법은 출항 전에 선박의 안전 점검을 해양수산부 감독 아래 있는 해운조합에 맡겨놨습니다.

그런데 선박회사 회비로 운영되는 해운조합은 선박의 전체 무게만 점검하기 때문에 선장이 평형수를 빼고 화물을 더 실었더라도 관여하지 않습니다.

평형수 점검절차가 아예 없는 겁니다.

중요한 안전 요소가 오직 선장의 양심에 달려있어, 언제든 제2의 세월호 사태가 도사리고 있는 겁니다.

선박 개조 역시 당국의 허가 없이 이뤄지는 부분이 많아 안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세월호는 일본에서 수입된 뒤 뱃머리 쪽에 있던 50톤 무게의 화물 입출입 철문을 떼 버리고 철판으로 용접했습니다.

이쪽은 배가 물과 직접 닿는 부분이라 개조 허가가 엄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선박 개조 전문가 : 떼어낸 부분을 완벽하게 처리해야지 잘못 떼어내서 대충 마감하면 만약 파도가 치면 물이 들어올 거 아닙니까. 결국, 침수가 일어날 수 있는 겁니다.]

이렇게 위험한 개조작업마저도 해양수산부 허가가 필요 없고, 단지 한국선급이라는 민간 업체 검사만 통과하면 마음대로 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선박의 구조안전 점검을 외부에 내맡기는 사이에, 대형 해난 사고의 위험은 그만큼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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