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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진도와 LA의 영웅들…"먼저 피해!"

[월드리포트] 진도와 LA의 영웅들…"먼저 피해!"
‘세월호’ 침몰 사고는 그야말로 온 국민에게 충격이었습니다. 최악의 해난 사고이자 또 다른 인재로 기록될 사고였습니다. 배가 옆으로 뒤집어진 이후에도 승객들에게는 “선실에 머물러 있으라”고 방송하고 정작 본인은 먼저 탈출하는 선장과 선원들이 있었는가 하면, 끝까지 배 안에 남아 자신의 구명조끼 조차 벗어서 다른 학생들의 목숨을 구하려다 끝내 목숨을 잃은 박지영 승무원(22)도 있었습니다. 이런 대형 사고가 날 때마다 어김없이 살신성인의 모습을 보여준 영웅들은 꼭 있는 듯 합니다.

안산 단원고 2학년생인 정차웅 군도 그러했습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자신이 입고 있던 구명 조끼를 벗어서 친구에게 건넸고, 그 친구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희생했습니다. 같은 학년 조대섭 군은 구명조끼를 들고 각 방을 다니면서 여학생들과 어린 아이에게 입혀주고 물이 가슴에 차오를 때까지 다른 학생들의 탈출을 도운 뒤 자신은 가장 나중에 구명선에 옮겨 탔습니다.

앞서 말한 박지영 씨는 마지막 순간까지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양보하다가 목숨을 잃은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언니는 구명조끼를 왜 안 입냐”는 학생들 질문에 “선원들은 맨 마지막이야. 너희 친구들 다 구해주고 난 나중에 나갈게”라고 대답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에게 더욱 안타까움을 남겨줬습니다. 선장에 대한 분노는 그만큼 더 커졌고요.
페덱스 사고_500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미 SBS 뉴스를 통해 보도됐습니다만, 지난 10일 캘리포니아 북부 고속도로에서 FedEx트럭이 중앙 분리대 풀밭(median)을 넘어 고교생 등 48명을 태운 버스로 돌진했습니다. 버스에 불이 붙었고 유독 가스와 화염 속에 학생 5명을 포함해 10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뒤늦게 이 사고에서도 숨은 영웅이 발견됐습니다. 이름은 ‘이스마엘 히메네스’ (Ismael Jimenez, 18세)로 그 버스에 타고 있던 다른 학생들처럼 미국 저소득층 지원 프로그램에 힘입어 가족들 중에서 처음으로 대학에 가게 돼 훔볼트 주립대학 견학을 다녀오던 길이었습니다. 사고 직후 히메네스 군이 했던 영웅적 행동에 대한 증언을 그대로 옮겨보겠습니다.

“충돌로 버스에 연기가 가득 차고 몇몇 학생들에게는 불이 옮겨 붙었어요. 그런데 이스마엘이 버스 앞 쪽으로 막 달려가더니 죽을 힘을 다해 창문을 깼어요. 그리고는 다른 친구들을 뒤에서 올려주면서 먼저 내리게 했지요. 그러다가 끝내 빠져 나오지 못했어요. 사실 다른 친구들은 그날 그 버스에서 처음 만난 다른 고교 학생들이었는데도 말이죠. 정말 이스마엘은 영웅이었어요”

정차웅 군과 이스마엘은 나이도 비슷합니다. 위험이 목전에 놓여 있었고 그런 위기 속에서 자신 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한 학생들이었습니다. 캘리포니아 사고에서 버스 안에는 이 학생들을 이끌던 인솔자들도 타고 있었습니다. 인솔자 가운데 최근 약혼했던 두 남녀가 숨졌다는 기사 외에 인솔자들이 앞장 서서 학생들을 구해 냈다는 기사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마찬가지로 세월호 사고에서는 자신보다 남을 구하려 한 여승무원과 학생들, 일반 승객들의 얘기는 전해지고 있지만 정작 여객들의 안전을 최우선시해야 하는 선장과 조타실 선원들이 학생들을 구하려고 애썼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인간의 본능은 위험 속에서 자신과 가족부터 위험에서 구하려 합니다. 그렇기에 정작 다른 사람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사람을 우리는 기꺼이 영웅이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지금 진도 앞 바다 차디찬 바다에 가라앉은 세월호에는 우리에게 아직 알려지지 않은 숨은 영웅들도 많을 겁니다. 지금은 어찌할 수 없이 실낱 같은 희망일지언정 더 많은 학생, 더 많은 승객들이 생환했다는 소식을 듣고 싶습니다. 남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한 영웅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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