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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박종환 감독은 '삼진 아웃'됐다.

[취재파일] 박종환 감독은 '삼진 아웃'됐다.
 선수 폭행 논란을 일으킨 국내 프로축구 성남FC의 박종환 감독이 구단으로부터 징계를 받게 됐습니다. 박감독은 일단 19일 부산 아이파크와의 원정 경기에서 제외됐고 구체적인 징계 수위는 21일이나 22일쯤 결정될 전망입니다. 박종환 감독은 지난 16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성균관대와 연습 경기 도중에 소속팀 미드필더 김성준과 신인 김남건의 안면을 폭행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박 감독은 "꿀밤을 1∼2대 때렸을 뿐"이라며 신체적인 접촉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폭행 수준은 아니었다고 반박했습니다. 하지만 다수의 목격자들은 박 감독의 행동이 폭행 수준이었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박종환 감독은 명문대 출신도, 스타 선수 출신도 아닙니다. 그는 오로지 자신의 힘만으로 큰 업적을 쌓아왔습니다. 1983년 멕시코 청소년축구선수권 대회 4강 신화, 국내 프로축구 최초의 정규리그 3회 연속 우승(1993년-1995년, 일화구단)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 원동력은 철저한 스파르타식 훈련이었습니다. ‘표범’같은 날카로운 인상과 불같은 성격을 가진 그에게는 ‘그라운드의 풍운아’ ‘냉혹한 승부사’ 호랑이 감독’ ‘독종’이라는 별명이 늘 따라다녔습니다.

 박종환 감독이 가는 곳에는 좋은 뉴스든 나쁜 뉴스든 늘 ‘사건’이 터졌습니다. 1983년 9월초 태릉선수촌에서 훈련중이던 국가대표팀의 최순호, 변병주,박경훈, 최인영, 이태호 같은 스타선수 5명이 당시 대표팀 사령탑이던 박종환 감독의 강압적인 지도 방식에 불만을 품고 무단이탈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국내 프로축구 감독 시절에는 폭행 사건으로 축구계를 얼룩지게 했습니다. 1987년 3월 심판에게 거칠게 항의하다 엄중경고를 받았습니다. 1989년 5월에는 경기장 질서 문란으로 역시 엄중경고를 받았습니다. 석달 뒤인 1989년 8월 심판을 폭행해 18경기 출장정지를 당했습니다. 한달도 채 안 돼 또 심판을 폭행해 1년간 자격정지를 당했습니다. 1992년 11월에는 대기심판을 밀고 넘어뜨려 6개월 자격정지를 받았습니다.
 
 1995년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았을 때는 선수들과 갈등으로 이른바 ‘코리아컵 음주 파문’이 터졌습니다.
이후 아시안컵에서 한국이 이란에 2-6으로 참패하면서 경질되는 치욕을 겪기도 했습니다. 몇 년간의 공백기를 가진 뒤 대구FC 사령탑으로 현장에 복귀했지만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심판실 난입의 이유로 4차례나 상벌위원회에 넘겨지기도 했습니다. 웬만하면 은퇴하고도 남을 76세에 자신의 친정이라 할 수 있는 성남FC 지휘봉을 잡은 박감독은 이달초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과거처럼 스파르타식으로 호되게 몰아치지는 않는다. 싫은 소리하면 선수들의 사기가 떨어지는 걸 알기에 칭찬으로 기를 살려주려 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싫은 소리는 안 한다. 선수들에게 나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지도 말고, 내 명예에 먹칠도 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야구에서 타자가 삼진을 당하면 타석에서 물러나야 합니다. 박감독이 축구인이지만 야구의 이 간단한 룰을 모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는 야구의 삼진을 본뜬 '삼진 아웃제'가 곳곳에서 시행되고 있습니다. 음주 운전, 아동 학대 등 많은 부문에서 똑같은 잘못을 3번 되풀이하면 가중처벌을 받게 됩니다. 더구나 박감독은 3번뿐이 아닙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이 76세의 나이에 '노익장'이 아니라 '노추'를 보였습니다. 성남FC의 구단주는 이재명 성남시장입니다. 인권 변호사로 명성을 떨친 분입니다. 이 구단의 실질적 책임자는 명쾌한 축구해설로 유명했던 신문선 대표이사입니다. 박종환감독에게 어떤 징계를 내릴지 특히 주목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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