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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왕좌왕 90분…119 신고도 승객이 먼저 했다

<앵커>

세월호 선원들은 승객들이 먼저 119에 전화를 해서 사고가 났다고 신고하는 동안에 실질적인 도움도 받을 수 없는 관제센터에 연락을 했습니다. 해경에 처음 사고 사실을 알린 것도 승객이었습니다.

정윤식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어제(16일) 아침 8시 52분, 전남 진도군 관매도 남서쪽 3km 해상에서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라남도 소방본부에 최초로 접수됐습니다.

8시 55분, 당황한 세월호 선원들은 도착지인 제주 해상 교통관제센터에도 전화를 걸었습니다.

[제주해상교통관제센터 직원 : 저희가 (신고를) 받은 시간은 8시 55분입니다. (왜 저희한테 신고했는지는) 저희도 모르죠. 저희도 궁금합니다.]

구조 헬기나 경비정을 내보낼 수 있는 해양경찰청 상황실에 사고가 접수된 시간은 8시 58분이었습니다.

그런데 해경에 신고한 사람은 선장도 선원도 아닌, 바로 승객이었습니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 경찰 : 승객인데 지금 저희가 파악하기에는 최모 씨인데요. (선원이나 선장은 아닌 건가요?) 네, 승객입니다.]

신고가 지체된 사이 배는 급격히 기울고 있었습니다.

최초 신고 21분이 지난 아침 9시 13분, 선체는 이미 60도나 왼쪽으로 기울었습니다.

하지만 분초를 다투는 다급한 상황에도 자리를 지키라는 안내 방송만 흘러나옵니다.

[안내방송 : 현재 위치에서 절대 이동하지 마세요. 움직이지 마세요. 움직이면 더 위험해요. 움직이지 마세요.]

9시 28분, 가파르게 기운 배 안에 선실이 더 안전하다는 안내 방송이 다시 한 번 울려 퍼집니다.

[안내방송 : 선실이 더 안전하겠습니다.]

사고가 접수된 지 48분이 지나 해군 3함대 소속 링스 헬기가 승객 6명을 처음으로 구조하는 데 성공하지만 이미 늦은 시간이었습니다.

어민들은 당시 상황이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고 회상합니다.

[조양복/전남 진도 어민 : 급격히 학생들 막 빠져나오고 뛰고 했는데 한 150~60명 정도만 구조를 하고 잠깐 사이에 가라앉아버리니까 어떻게 손쓸 방법이 없었어요.]

신고 접수 약 한 시간 뒤인 9시 54분, 여객선 좌현은 완전히 물에 잠깁니다.

오전 10시 반, 바닥이 완전히 뒤집혀 하늘로 향하기까지 1시간 반이 조금 더 걸렸습니다.

세월호 선원들의 90분간의 우왕좌왕이 엄청난 참사를 불렀습니다.

(영상취재 : 하 륭, 영상편집 : 박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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