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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명 구조한 낚싯배 선장 "만사 제쳐놓고 달려가"

27명 구조한 낚싯배 선장 "만사 제쳐놓고 달려가"
여느 날처럼 평온한 아침이었습니다.

낚싯배 명인스타호(9.77t) 선장 박영섭(56)씨는 어제(16일) 새벽 조업을 마치고 귀항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차가운 바닷바람에 따뜻한 아침밥 생각이 간절하던 때 날카로운 무전 신호가 박 선장의 귀에 날아들었습니다.

수협 목포어업통신국이 오전 9시3분 송신한 긴급 구조 요청 신호였습니다.

병풍도 북쪽 1.5마일 해상에서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박 선장은 바로 뱃머리를 병풍도 쪽으로 돌렸습니다.

오전 10시30분 사고 현장에 도착한 박 선장은 탄식이 저절로 흘러나왔습니다.

국내 최대 여객선 세월호는 이미 심하게 기울어 침몰하기 직전이었습니다.

잠시 망연자실했던 박 선장은 곧 마음을 고쳐먹고 해경과 함께 구조작업에 참여했습니다.

박 선장은 명인스타호를 세월호 바로 옆으로 몰아 바다로 뛰어내린 승객 27명을 배에 태웠습니다.

구조된 승객들은 바닷물에 흠뻑 젖은 채 추위와 공포에 떨고 있었습니다.

"그분들 심정은 제가 잘 압니다. 배가 침몰하면 '이렇게 죽는구나'하는 생각밖에 안들어요. 바다가 얼마나 무서운지 아는 뱃사람이라면 만사를 제쳐놓고 달려갈 수밖에 없습니다"

섬에서 태어나 평생 바닷일을 하며 살아온 박 선장은 수차례 어선 침몰 사고를 겪었습니다.

"저도 침몰사고 피해잡니다. 제가 젊을 때는 지금처럼 좋은 배가 없었어요. 나무배를 타고 바닷일을 하다 보니 침몰도 몇 번 겪었습니다. 떠올리기도 싫은 기억이지만 그때는 '정말 죽는구나' 하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명인스타호에 구조된 승객은 나이 지긋한 관광객도 있었고 남녀 고교생도 있었습니다.

이들 중 누구도 말문을 여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추위와 공포에 지쳐 울음을 터뜨릴 힘조차 잃어버린 듯했습니다.

"도저히 말을 걸 수 없었습니다. 모두 넋이 나간 것 같은 표정이었고 몸을 가눌 힘조차 없어 보였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분들을 최대한 빨리 항구로 옮기는 것뿐이었습니다"

박 선장은 27명의 조난객을 태운 채 전속력으로 내달려 1시간여 만에 진도 팽목항에 도착했습니다.

뭍에 발을 디디고서야 세월호 승객들은 울음을 터뜨렸고 박 선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박 선장은 오늘도 세월호가 침몰한 현장에 나가 있었습니다.

"실종자가 발견되면 손을 보탤 일이 있을까 해서…"라고 했습니다.

"아직 200명도 넘는 사람이 갇혀 있다고 합니다. 생존자가 있으면 얼마나 무서울까요. 기적이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박 선장의 명인스타호 외에도 사고 당일 구조작업에 참여하기 위해 달려온 어선은 20여척에 이릅니다.

이들은 해경과 함께 바다로 뛰어든 승객 50여명을 구조했습니다.

생계를 중단하고 달려온 어선들 덕에 그나마 인명피해가 줄어든 것입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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