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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표창원 "2살 아들 살해 父, 게임중독 원인 아니다"

대담 : 표창원 소장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 한수진/사회자:
두 살 아이를 집에 홀로 두고 방치해서 숨지게 한 아버지, 그런데 경찰이 조사해 보니, 이 스물 두 살의 아빠는 그냥 아이를 방치해서 죽게 만든 게 아니라, 자신의 손으로 직접 아이를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아빠라는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범죄심리 분석가인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와 이 사건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표창원 소장(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이제는 소장님이라고 해야겠네요. 최근에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설립하셨던데요?

▶ 표창원 소장(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네,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어떤 계획이 있으신 건가요?

▶ 표창원 소장(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그동안 제가 대학에서 해 오던 것, 범죄와 관련된 연구와 강의 그리고 대중과 연계 호흡하는 일들, 사건 분석, 이런 부분들을 독립된 민간연구소에서 수행할 예정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앞으로 “정치관련 발언 하지 않겠다” 이런 말씀도 최근에 하셨던데요. 무슨 뜻인가요?

▶ 표창원 소장(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그동안 저는 국정원 사건이라든지 사회정의나 사법정의와 관련해서 이야기를 많이 해 왔는데요. 아무래도 정치과 관련성이 있다 보니까 이런 저런 정치적 해석들을 많이 하셨고요. 그리고 출마나 입당 요청이나 권고, 이런 것들도 너무 많고 해서. 제가 수행하는 진실을 찾고 정의를 추구하는 그런 업무에 많은 지장이 초래된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를, 정치와 전혀 관련시켜주지 말아달라는 그런 요청을 제가 사회에 드린 것이죠.

▷ 한수진/사회자:
네, 잘 알겠습니다. 소장님 본론으로 들어가서요. 20대 아버지가 28개월 난 아들 숨지게 했어요. 처음에는 굶겨서 숨지게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아빠가 직접 두 손으로 아이의 코와 입을 막아서 죽였다, 이렇게 자백을 했는데요. 어떻게 보셨어요?

▶ 표창원 소장(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어쨌든 우리 아이들이 연달아서, 칠곡, 울산, 대전, 너무 끔찍하게 사망한 사건이 너무 충격적이고요. 이 사건 가해자의 경우에는 계속해서 자기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요. 그런 것들이 거짓 진술로 이어지고 초기에 많은 혼란을 주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책임을 회피하려고 했다, 그래서 거짓 진술을 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이 아빠가 죄책감을 전혀 못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 표창원 소장(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그런 모습들이 많이 보도가 되고 있죠.

▷ 한수진/사회자:
CCTV화면도.
게임중독 아버지 아

▶ 표창원 소장(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하지만 CCTV 화면 속에서 머리를 매만진다든지, 손에는 아이의 차가운 시신이 들려있는데 말이죠.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듯 일상을 유지한다든지, 계속 게임을 한다든지, 이런 모습들을 보면, “저 사람 사이코 패스 아니야?” 이렇게 인식되기 쉬우시겠죠. 그런데 결국 경찰의 추궁 앞에서 자신의 범행을 자백한 모습이라든지, 자신의 어떤 잘못을 현재 반성하고 있는 태도, 이런 부분들은 결코 이 사람이 사이코패스다, 라고 단정 지을만한 요소는 아닌 것 같고요.

CCTV 앞에서의 그런 행동 역시 CCTV가 있다는 것을 알고 의식하면서 자기가 의심받지 않으려고 하는, 의심받을 수 있겠다는 불안감, 두려움, 이런 것의 발로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소장님께서는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은 낮다고 보시는 거군요?

▶ 표창원 소장(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네, 없다기보다는 아직 단정할 단계는 아니라고 보고 있는 것이고요. 다만 지금 이 사람이 절도 등 전과 3범으로 알려지고 있고요. 그리고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고, 아내는 생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일을 하러 나간 것으로 보이고요. 양육을 맡은 자신은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즐거움이라든지 소일거리를 위해서 시간을 보내는 모습들은 책임감이라든지 의무감, 타인에 대한 자신의 도리, 이런 부분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모습들을 보입니다. 그리고 자기의 즐거움이나 이익을 위해서 어린 아이에게 너무나 끔찍한 행동을 한 것을 본다면, 우리가 반사회성 인격장애, 이런 부분들은 엿보이고 있죠.

▷ 한수진/사회자:
게임을 하러 가려는데, 아들이 잠을 안자서 죽였다고 했잖아요. 그렇게 자백을 했는데, 게임중독이라는 점이 직접적인 살해 동기라고 봐야 할까요?

▶ 표창원 소장(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직접적인 살해 동기로는 볼 수 없고요. 이때까지 정신의학과 범죄심리학 등에서 많은 사례들을 연구해봤지만, 게임중독이 범죄를 일으키는, 또는 살인을 하게 만드는 원인이다, 라는 증거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상관관계라고 하죠. 살인을 한 사람이 게임 과몰입 상태였다, 그리고 진술 중에 이 사람이 “게임하러 가야 하는데”라는 진술을 했다, 이런 정도밖에 없는 것인데요.

사실 이 사건도 보면, 아기가 운다는 것이 직접적인 분노를 촉발시킨 요인으로 보이고. 이 사람이 그런 아기가 우는 상태에서 분노를 참지 못하고 살해 행동을 하게 된 것의 이면에는 게임과는 상관없는, 본인 스스로가 아동기 학대를 당했거나 자신에 대한 열등감, 사회 부적응, 분노, 불만, 이런 것들이 상당히 강하게 잠재되어있었던 사람으로 보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게임중독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는 것은 무리다, 이런 말씀이신 것 같은데요.

▶ 표창원 소장(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네, 상당히 무리한 상황으로 보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소장님, 아이를 살해하고 나서도 게임을 했다고 하잖아요. 이게 보통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잖아요. 이 정도면 정말 심각한 중독 아닌가요?

▶ 표창원 소장(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상당히 심각한 상태죠. 흔히 말해서 게임 과몰입 상태라고 볼 수 있는데요. 게임 과몰입의 증상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는 부분이거든요. 그리고 대인관계가 차단되고 정서가 불안하고요. 그 다음에 게임 내의 상황이나 성취, 관계 등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몰입. 실제상에 있는 관계, 자신의 자식, 부모, 이런 사람들보다도 게임 내에서의 경쟁자나 동반자, 캐릭터, 여기에 더 집착하는 모습들인 거죠.

▷ 한수진/사회자:
그렇게 되면 현실 생활에 대해서 적응 능력이 아무래도 떨어지게 되는 거죠?

▶ 표창원 소장(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네, 판단능력이라든지 정서, 감정반응, 이런 부분들에 지장이 초래되는 것은 맞죠.

▷ 한수진/사회자:
앞서 말씀하신 과몰입이라는 것은 중독은 차이가 있는 건가요?

▶ 표창원 소장(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어느 정도 학술적, 이론적 차이가 있는데요. 중독이라는 것은 사실 대뇌의 보상 체계에 작용하는 어떤 중독 물질에 기반 한 것을 주로 원인으로 봅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우리가 흔히 마약 중독, 알코올 중독, 하지 않습니까? 그러면 마약이나 알코올 내에 있는 화학 성분이 대뇌의 신경체에 달라붙어서 실제로 있지 않은 감정, 환상, 환청 이런 것을 주로 만들어내는 것을 말하거든요.

그 다음에 중독이 되면 의존증이 생겨서 그러한 약물 없이는 금단증상이 나타나서 못 견디게 되고요. 그런데 최근에 게임에 ‘중독’이라는 말을 붙이는 것이 타당하느냐, 이 부분은 정신의학과 심리학에서 많은 논란이 있고. 아직까지는 다수, 또는 정식 학술 연구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상태고요. 그런데 게임을 많이 한 사람에게서 마치 중독과 유사한 금단 증상이라든지 또는 그런 부작용들이 관찰된다, 그래서 주로 과몰입이라는 과도기적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경제적, 정신적으로 양육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들이 부모가 된 것, 이게 더 근본적인 문제라는 그런 말씀도 되나요?

▶ 표창원 소장(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네, 그 부분하고요. 그 다음에 이사건도 그렇지만 계속 연이어서 발생되고 있는 칠곡, 울산, 그리고 지금 보면 2000년 이후에 확인된 것만 봐도 아동학대로 사망한 어린이가 141명이거든요. 그 중에서 지금 이런 게임과 연관된 사건은 3건 정도 밖에 보고가 되고 있지 않습니다.

나머지 사건들은 대게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양육 기술이나 태도, 또는 상황, 여건이 준비되지 않은 사람들이 부모가 된 경우. 그리고 더 문제는 각자 과거에, 아동 시절에 학대당한 경험을 했던 경우, 그리고 경제적인 문제이거나 가정불화이거나 또는 알코올 중독이나 다른 정신적 장애, 이런 부분들이 더 큰 문제인거죠.
그래서 어떤 문제이건 간에 아동에 대해서 정상적인 관심과 애정 또는 양육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부모인 경우, 이런 상황들을 우리가 어떻게 찾아낼 것인가, 예방할 것인가, 이게 가장 중요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최근 아버지가 15살 난 친딸을 목검과 주먹으로 때려서 숨지게 한 사건도 발생했잖아요. 이건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 표창원 소장(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이 사건은 어떻게 본다면 우리 사회에 만연해있는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로 보는 인식하고요. 그 다음에 자녀가 잘못을 한다면, 교육을 위해서라면 때려도 된다, 몽둥이로. 이런 인식이 과도하게 나타난 모습이라고 봐야하겠죠. 이렇게 사망한 경우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자녀가 가출한다, 또는 이성교제를 부모의 허락 없이 한다든지, 성적이 너무 나쁘다, 라든지 이런 문제가 있을 때 부모가 ‘자녀를 사람 만들어야 하겠다’ 라는 인식 하에서 몽둥이를 들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꽤 많이 발생을 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그것이 아주 극단적으로 나타난 경우라고 봐야 하겠죠.

▷ 한수진/사회자:
아동학대 가해자 80%가 친부모라고 하는데, 이게 바로 소장님께서 지적해주신 훈육이라는 이유로 폭력을 가하는 경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겠죠.

▶ 표창원 소장(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네, 그렇습니다. 우리가 외국의 사례를 보면, 스웨덴에서 1979년에 부모가 자녀를 체벌할 경우에 범죄로 규정하고 처벌하는 법을 만들었거든요. 당시 스웨덴 국민의 75%가 반대했습니다. 부모가 자녀에 대해서 훈육하는데 그걸 왜 국가가, 법이 간섭 하느냐, 이런 반발이었는데요. 지난 해 34년이 지난 상태에서 설문조사를 해보았더니, 90%의 국민들이 찬성하고 있었어요. 그만큼 부모의 인식은 바뀔 수 있다는 것이고, 국가가 나서서 부모의 체벌이 범죄다, 폭력이다, 라는 것을 강하게 인식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보여지고 있다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지금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서 아동 학대에 대해서 처벌 수위가 너무 낮다, 그래서 무겁게 죄를 물으면 아동 학대 범죄도 줄어들을 거다, 이런 주장도 나오고 있거든요. 소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 표창원 소장(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네, 40% 정도에 해당되는 부분이라고 보고요. 처벌이 약하니까 아동 학대가 범죄라는 사회적인 인식이 별로 없는 거죠. 그리고 우리가 계속 봐오지만 정말 말도 안 되는 끔찍한 살해인데도 치사라는 명칭을 붙이고. 상해치사, 또는 폭행치사의 권고 형량, 대부분 양형 기준이 9년 정도에 해당되니까 결국 가중처벌 해봐야 12년이다, 이렇게 나오니까 국민들이 공분을 많이 하시죠.

그런데 그게 결국 아동 학대 방지의 다는 아니고요. 처벌이 강하다하더라도 계속해서 아동 학대를 하는 경우는 발생하거든요. 그러면 나머지 60% 정도는 예방이라고 봐야 되겠죠. 많은 부모들에 대한 예방 교육, 그리고 가벼운 학대를 한 부모에 대해서 재학대를 방지할 수 있는 교육, 그리고 신고 의무자들이 적극적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이런 부분들에 대한 사회적 투자도 매우 중요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사후 처벌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예방을 위해서 힘을 쏟는 게 지금은 더 필요해 보인다는 말씀이시군요. 말씀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표창원 소장(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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