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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러만 달라" 옛말…제값 받고 해외 가는 한국 공연

남미 최대 예술축제서 인정받은 공연, 해외진출 키워드는 '자생력'

"불러만 달라" 옛말…제값 받고 해외 가는 한국 공연
지난 4일 콜롬비아에서 개막한 남미 최대 규모의 '이베로 아메리카노 국제 연극제'에서 현재 가장 핫한 공연을 꼽으라면 셋째 손가락 안에 한국 연희단거리패의 연극 '피의 결혼'이 반드시 들어갑니다.

"작품성과 흥행성을 확신했다"는 축제 조직위원장 아나 마르타는 이들에게 8차례의 공연 횟수와 6천석 규모의 공연장을 배정했습니다.

객석에서는 매번 기립이 이어지고 축제사무국 측은 공연료와 숙박비, 체재비 등을 모두 부담하며 이들을 귀하게 모십니다.

연희단거리패뿐이 아닙니다.

'불러만 주면 간다'식의 해외 진출이 주류를 이룬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합당한 수준의 공연료와 대우를 보장받으며 해외에 나가는 한국 공연팀이 느는 추세입니다.

우리 공연예술이 문화 외교나 교류 차원을 넘어 그 자체로 평가받고 인정받는 셈입니다.

이런 추세에 우리 공연이 국제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하고 자생력을 갖추도록 돕는 다양한 지원 사업도 이어집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이하 예경)의 '센터 스테이지 코리아-포커스' 사업이 대표적입니다.

이 사업은 한국 특집 프로그램을 열겠다는 해외축제나 공연장으로부터 제안서를 공모해 우수 프로그램을 선정·지원하는 형식으로 이뤄집니다.

예경은 두 가지 조건을 거는데 첫째, 공연 수준에 걸맞은 합당한 공연료를 내야 한다는 것과 둘째, 2개 이상의 한국 단체를 초청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공연에 대해 '제값'을 치르고, 한국 공연을 더 집중적·체계적으로 소개하라는 취지입니다.

예경은 이런 조건을 충족시킨 사업 계획서 중 일부를 선정해 항공료와 화물운송료 부담 등 다양한 간접 지원을 제공합니다.

한류 바람과 우리 콘텐츠의 질 상승과 함께 해외 기관의 신청수는 점점 증가합니다.

사업 첫해인 2011년 6개 해외 기관에서 사업 제안서를 보내왔다가 2012년에는 20개, 작년에는 25개 기관이 공모에 참여해 경쟁을 벌였습니다.

당연히 이들이 제시하는 한국 특집의 질과 구성도 점점 좋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에 연희단거리패를 공식 초청한 이베로 아메리카노 국제연극제도 이 사업을 활용한 사례입니다.

2012년 연희단거리패의 '햄릿' 공연으로 현지 관객들의 호응과 작품 수준을 확인한 축제사무국 측은 이들을 재초청하기 위해 '공연료 등을 모두 부담할 것이며, 젊은 전통연희그룹 청배연희단도 함께 초청하겠다'는 내용의 계획서를 예경 측에 보내왔습니다.

올해 이러한 조건을 내걸고 한국 특집 프로그램을 여는 곳은 콜롬비아 축제를 비롯해 싱가포르(극단 성북동 비둘기, 극단 죽도록 달린다)와 네덜란드(숨, 스맥소프트, 잠비나이) 등 해외 5개 기관입니다.

예경 시장개발팀 김윤경 씨는 "'해외에 나간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둔 과거의 일회성 진출 대신, 정당하게 그 가치를 인정받는 해외 진출이 늘고 있다"며 "지원도 우리 공연예술의 '자생력'에 초점을 두고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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